각 당과 시민단체 모두 “일방적 사과” 지적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를 위해 이동하던 중 떨어지는 빗물을 손으로 닦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를 위해 이동하던 중 떨어지는 빗물을 손으로 닦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전두환 옹호’ 발언을 사과하기 위해 광주를 방문한 것과 관련해 11일 다른 진영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인 민형배 의원은 이날 오전 YTN ‘황보선의 출발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윤 후보는) 사과를 하러 간 게 아니라 이 과정을 통해 정치적으로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속이 다 보이는 그런 태도였다”며 “아주 무례한 도발, 실패한 정치기획쇼”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사과 내용이 없다. 5·18에 관한 이야기도,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옹호했던 것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며 “정치 이벤트로 광주 방문을 기획했구나, 이런 속내가 분명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새로운물결’ 대선주자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캠프도 같은날 윤 후보를 향해 “예상대로 제1야당 대통령 후보다운 당당한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말도 행동도 비루하기만 했다”며 “5·18 묘역 방명록에 쓴 대로 '민주와 인권, 5월 정신'을 생각했다면 바로 그 핵심 가치들을 모욕하고 훼손하는 데 앞장서 온 국민의힘의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참회의 뜻을 명백하게 밝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캠프는 “‘전두환 옹호’는 그 속내가 드러난 상징적 사건인 바, 앞으로 5·18 정신을 함부로 입에 올리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라며 “윤 후보의 광주 방문은 최소한의 역사 인식도 갖추지 못한 대통령 후보의 등장을 재확인시켜주는 하찮은 소동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 고용진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의 광주 방문을 ‘광주출장 정치쇼’라고 규정하며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듯이 광주시민을 상대로 사과를 ‘강제집행’ 했다”고 꼬집었다. 

고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가 △5·18민주화운동 헌법 전문 포함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역사왜곡 재발방지대책 마련 △5·18민주화운동 폄훼 인사 배제를 약속해야 한다면서 “이런 약속이 없는 광주 방문은 ‘개 사과’ 2탄이다. 윤 후보는 또 한 번의 ‘개 사과’로 광주 시민과 대한민국 국민을 모욕하지 말라”고 말했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도 같은 날 “윤 후보 광주방문 사과는 ‘억지 사과’, ‘일방통행 사과’에 불과했다”며 “사과받을 사람을 향한 사과가 아닌 벽보고 사과문만 읽고 퉁 치려는 일방적 사과에 불과하다”고 유감을 표했다.

‘전두환 옹호’ 발언과 ‘개 사과’ 사진 등으로 뭇매를 맞은 윤 후보는 지난 10일 사과를 위해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았으나 광주지역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에 밀려 참배단까지 가지 못하고, 추모탑 중간지점에서 묵념을 했다.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광주시민 여러분, 제 발언으로 상처받은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5·18 관련 단체들은 윤 후보의 사과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지난 10일 tbs ‘신장식의 신장개업’에서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의 무릎 사과와 비교해 사과 방법과 태도에서 아무런 느낌을 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5·18민주유공자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와 5·18기념재단도 윤 후보의 5·18국립민주묘지 참배 직후 공동 성명을 내고 “자신이 선택한 일정과 장소 방문만을 공개한 윤 후보의 사과 행보는 지극히 일방적이었다.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광주 지역 100여개 시민·사회단체도 공동 성명을 통해 “윤석열은 광주 공동체가 진정한 사과의 전제로 내세운 구체적 요구에 대한 답변 없이, 분향 없는 거짓 사과를 마치고 돌아섰다. 정치 쇼로 그친 거짓 참배를 규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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