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를 달구는 IT용어는 가상현실공간 ‘메타버스’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메타버스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 응용가능할 것으로 기대받음과 동시에 일시적인 ‘거품’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바뀐다’는 말이 있을 만큼 정보통신기술(ICT)기술의 전파 속도는 너무나도 빠르다. 1년 전만해도 듣기만 해도 머리가 어질어질해질 만큼 생소하던 블록체인이나 인공지능(AI)와 빅데이터 등은 이제 아주 익숙한 개념이 됐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가상현실공간인 ‘메타버스(Metavers)’에 대한 관심이 사회 전반에서 뜨겁다. 게임·미디어 콘텐츠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부터 가상 은행 등 금융 분야, 스마트팩토리 등 산업 현장까지 응용 가능한 분야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완전한 상용화를 위해선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가 미래 IT산업을 주도할 핵심 트렌드가 아닌, 갑자기 떠올랐다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기술력도 서비스도 ‘애매’… 메타버스는 거품인가

그렇다면 IT업계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메타버스가 ‘거품’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기술적 성숙이 부족하다는 점이 지금의 메타버스 열풍이 거품일 수 있다는 근거로 보고 있다. 메타버스에서 사용될 VR·AR(가상·증강현실)기기의 발전이 아직 더 필요한 상태라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페이스북 커넥트 2021’ 행사에서 기조 연설을 맡은 메타(구 페이스북) 산하 오큘러스의 존 카맥 자문위원은 “메타버스에 대한 비전을 믿고 있으며, 나는 메타버스가 존재하기를 원한다”라면서도 “하지만 메타버스에 곧바로 착수하는 것이 메타버스를 실제 상용화하는데 좋은 방법은 아니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존 카맥은 VR기기가 게임용으로 적합할 수는 있겠지만 수많은 사람이 소통해야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에 이용되기는 부적절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VR 디바이스를 장시간 장착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불편할 뿐만 아니라 구동 속도도 느리기 때문에 스마트폰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메타(구 페이스북) 산하 오큘러스의 존 카맥 자문위원은 지난달 29일 진행된 ‘페이스북 커넥트 2021’ 행사에서  “메타버스에 곧바로 착수하는 것이 메타버스를 실제 상용화하는데 좋은 방법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존 카맥은 “스마트폰을 통해 누군가와 소통을 하려고 하는데 2초 대신 2분이 걸린다고 생각해보라”며 “아직까지 VR기반의 메타버스는 스마트폰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존에 있었던 IT기술들에 ‘메타버스’라는 글자만 붙여 메타버스를 과대포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존재했던 개념인 메타버스를 가져와 VR과 AR, 인공지능(AI) 등 최신 용어와 결합해 그럴싸한 포장을 하고 있다는 것.

사실 우리가 현재 ‘메타버스’라고 느낄만한 서비스들은 이미 출시된지 오래다. 메타버스의 핵심 기능으로 꼽히는 가상공간 소셜 플랫폼의 경우, 이미 ‘VRChat’과 ‘Rec Room’ 등의 서비스가 개발돼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003년엔 ‘세컨드 라이프’나 ‘EVE 온라인’ 등에서도 VR디바이스 등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  가상공간 소셜 플랫폼의 경우의 역할을 하는 게임들이 출시된 바 있다.

글로벌 VR·AR개발 기업 빅스크린(Bigscreen)의 CEO 다르샨 샹카르는 “가상현실 기반의 메타버스는 ‘헛소리(Nonsense)’다”라며 “수십년 동안 사람들은 메타버스를 과장했고 그들은 틀렸다. 글자상으로는 좋아보일지 몰라도 실제로 사용하기엔 끔찍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메타버스를 기업들이 필사적으로 밀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매력적으로 유혹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들은 제품 디자인의 현실에 근거하지 않는다. 좋은 제품 경험을 만드는 것을 무시하고 대신 매혹적인 아이디어를 쫓는다”고 주장했다.

기존에 있었던 IT기술들에 ‘메타버스’라는 글자만 붙여 메타버스를 과대포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03년엔 ‘세컨드 라이프’나 ‘EVE 온라인’ 등에서도 VR디바이스 등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  가상공간 소셜 플랫폼의 경우의 역할을 하는 게임들이 출시된 바 있다./ 사진=세컨드 라이프 홈페이지

◇ IT업계 전문가들, “기술력 모자란 것은 사실… 하지만 발전 가능성 충분”

다만 이 같은 비판에 맞서 메타버스가 향후 IT업계를 이끌어갈 중심 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실제로 메타버스가 향후 다양한 서비스 플랫폼과의 결합을 이뤄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다는 시장 전망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지난해 7월 보고서에서 오는 2025년엔 VR·AR 기반의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현재의 6배에 달하는 2,700억달러(한화 301조1,0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메타버스 서비스가 출시돼 큰 성공을 이루고 있는 경우도 존재한다. 대중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메타버스 서비스 기업 중 하나인 로블록스의 경우, 메타버스 게임의 대성공으로 지난 3월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됨과 동시에 시가총액 452억달러(한화 51조3,200억원)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IT플랫폼인 네이버에서 서비스 중인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 역시 지난 2018년 출시 이후 올해 2월 기준 가입자 수가 2억명을 돌파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제페토는 해외 이용자, 특히 10대 이용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측에 따르면 전체 서비스 이용자 90%는 해외 이용자이며, 이중 80%가 10대 이용자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가 완전히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선 기술 개발, 콘텐츠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한다. 다만 이런 각성 단계를 넘어선다면 기존의 웹, 모바일이 그랬던 것처럼 메타버스 또한 본격적인 고도성장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메타(구 페이스북)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Metaverse,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어(2021)’를 통해 “처음 메타버스를 체험하거나, 모바일 앱을 통해서만 메타버스의 기본적 경험을 갖춘 사용자들이 VR 등의 본격적인 메타버스를 사용하면서 겪을 냉정한 비판이 메타버스 시장을 나락으로 빠지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 과정을 극복하면서 보다 나은 기술적 진화와 서비스 경험들이 만들어지고 킬러콘텐츠 등이 나오기 시작하는 각성의 단계를 지나면 기존의 웹, 모바일이 그랬던 것처럼 메타버스 또한 본격적인 고도성장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정지훈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도 지난 3일 개최된 ‘SK ICT 테크 서밋’에서 “첫 번째 사이클은 PC, 윈도우, 인터넷의 보급이며, 두 번째 사이클은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SNS)”이라며 그리고 이들 사이클에 이어 세 번째로 다가올 기술 분야가 바로 메타버스가 될 것“이라고 메타버스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정지훈 교수는 “물론 메타버스의 경우, 하드웨어 생태계부터 소프트웨어 생태계까지 아직 완벽히 갖춰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지금 당장 언택트로 모든 것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원래 사이클이 돌기 위해선 사람들이 기술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메타버스 기반의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해 메타버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기존 사이클보다 조금만 발전하더라도 수용성이 높아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게 됐다”며 “이에 따라 메타버스의 사이클은 이르지만 지금부터 가속화될 것이라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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