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이하 KAIA)가 10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nbsp;총 78개 자동차 부품업체 중 84.6%에 해당하는 66개사는 반도체 수급과 이로 인한 완성차업체의 생산자질로 인하여 경영애로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사진=뉴시스<br>
국내외 자동차 업계가 반도체 수급 차질로 인해 차량 출고가 정상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자동차업계가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인해 정상적인 차량 출고에 문제를 겪고 있다. 특히 다수의 수입차 브랜드는 고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일부 옵션이 탑재하지 않은 차량을 출고하는 대신 가격을 소폭 인하하고 있다. 또 일부 브랜드는 올해 한국 시장 출시를 계획하고 있던 차량의 출시 시기를 내년으로 연기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어 연말 수입차 업계의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수입차 업계, 배수진 쳐… 옵션 뺀 차, 가격 인하 or 향후 무상 서비스 지원

반도체 수급 문제로 출고차량에서 일부 옵션을 제외하는 조치를 취한 수입차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폭스바겐, 포르쉐 등으로 알려지며, 국내 자동차 브랜드인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옵션을 걷어낸 차량을 고객들에게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차량에서 반도체가 사용되는 부품들로는 엔진과 변속기 외에도 빗물감지 기능과 차선감지 등 센서와 같은 여러 운전자보조기능, 실내 디스플레이, 스마트키 등이 있다. 일반적인 차량에는 반도체가 보통 100∼300여개 정도 쓰이며, 전기차와 같은 첨단기능이 다수 탑재된 차량에는 1,000여개의 반도체가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자동차업계에 반도체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적지 않은 자동차 브랜드가 첨단기능이나 일부 불필요한 기능을 걷어내고 차량 가격을 인하해 판매를 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먼저 국내 수입차업계 1위를 달리는 벤츠는 일부 차량에서 스마트폰 무선충전패드, 핸즈프리 엑세스 트렁크 도어 개폐 기능, LTE모듈 기능 등을 제외하고 차량을 출고하고 있다. LTE모듈 기능이 제외된 차량의 경우에는 긴급상황 발생시 차량 위치를 신속하게 알려주는 SOS 기능과 스마트폰에서 차량을 제어하고 관리할 수 있는 ‘메르세데스 미’ 앱을 사용할 수 없다.

일부 기능의 경우에는 탑재되지 않는다해서 큰 불편을 초래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메르세데스 미’ 앱 기능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벤츠가 LTE모듈까지 제외하고 나선 점은 반도체 공급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일단 이 같은 기능을 제외한 채 출고를 진행하지만, 향후 반도체 수급이 정상화 되는대로 LTE 모듈 기능에 대해서는 차후 무상 탑재해 줄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BMW는 국내에 판매 중인 차량들의 엔트리급 트림에서 실내 센터페시아에 설치된 터치스크린의 ‘터치 기능’과 차량의 주변을 스크린에 송출해주는 ‘서라운드 뷰’ 기능을 제외했다. 서라운드 뷰는 좁은 골목이나 주차장 진출입, 주차 등을 할 때 운전자를 보조해주는 기능이다. 또 주행 속도와 내비게이션 기능을 운전석 앞 유리창에 비춰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기능도 일부 모델에서 뺐다.

BMW는 이러한 기능이 제외된 차량에 대해 차량 가격 인하를 해주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의 아우디와 폭스바겐, 포르쉐도 반도체 대란에 상황이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아우디와 폭스바겐, 포르쉐는 일부 차종에 스티어링 휠의 높낮이 및 전후 위치를 전동으로 조절하는 스티어링 휠 틸트텔레스코픽 기능을 빼고 수동으로 조절하는 레버를 장착하고 출고 중이다. 해당 기능은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 위치를 전동으로 조작해 설정해두면 시동을 끌 때 운전자의 하차를 편리하게 하기 위해 자동으로 높낮이와 돌출 정도를 조정해주는 기능도 내포하고 있다.

이 외에도 아우디는 클라이메이트 글라스(유리 열선, 성에 제거 기능), 무선충전 패드 등을 뺀 차도 있으며, 포르쉐는 18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한 전동 시트 옵션을 제외한 모델도 판매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그나마 포르쉐의 경우에는 반도체 수급난이 해결된 후 스티어링 휠 전동조절 기능을 무상으로 적용해줄 계획이다.

지난해 말 시작된&nbsp; ‘반도체 대란’이 지속되면서 전 세계 산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업계는 600억달러가 넘는 매출 손해를 입을 위기에 처했으며, 스마트폰, TV 등 IT업계까지 불길이 옮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래픽=박설민 기자
반도체 공급난에 자동차 업계에서는 일부 옵션을 뺀 차량 출고를 하고 나섰으나, 주요 수입차 브랜드의 최근 월간 실적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 사진=뉴시스, 그래픽=박설민 기자

◇ 소비자, 옵션 빠진 차 ‘관심 뚝’… 수입차 실적 감소세, 2023년까지 영향 있을 수도

이러한 상황에 적지 않은 소비자들 사이에선 반도체 공급이 원활해 질때까지 구입을 미루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차량의 일부 기능이 제외됨에 따라 가격이 소폭 저렴해지긴 하지만, 그 금액이 크지 않고 추후 다시 옵션을 추가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훗날 중고차 매각 시 감가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실제로 수입차 브랜드 중 벤츠는 지난달 한국 시장에서 판매 실적이 3,623대로, 지난 9월 6,245대 대비 42%나 급감했다. BMW도 지난 5월과 6월 월간 판매실적이 각각 6,257대, 6,502대를 기록했으나 이후 △7월 6,022대 △8월 5,214대 △9월 4,944대 △10월 4,824대 등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공급 문제로 신차 출고가 원활하지 않은 점도 영향이 있겠지만, 소비자들이 구매를 망설이면서 주문량이 줄어든 것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아이오닉5에서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기능인 ‘파킹 어시스트’를 포함하는 ‘프레스티지 초이스’ 옵션과 4륜구동 옵션, 디지털 사이드미러를 뻬고 출고를 앞당기는 방법등을 고객들에게 안내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아도 K8 등 일부 모델에서 후방주차 충돌 방지 보조와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기능을 제외하고 출고하는 고객에게는 차량 출고가를 40만원을 인하해 주고, 카니발도 ‘스마트 파워 테일게이트’ 기능을 제외하면 40만원을 할인 판매하고 있다.

폭스바겐과 볼보자동차는 올해 국내 출시를 계획했던 신차의 출시 시점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폭스바겐은 골프 8세대 모델과 아테온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을 올해 하반기 국내에 선보이며 연말 실적을 끌어올릴 계획이었으나, 예상치 못한 반도체 수급난에 출시 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조정한 상황이다. 볼보 역시 브랜드의 첫 순수전기차(EV) XC40 리차지를 연말에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내년으로 연기했다.

자동차 업계의 반도체 수급난은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18일 발표한 ‘차량 반도체 수급난 현황 진단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차량 반도체 수급난이 느리게나마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내년 상반기 또는 2023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스티브 키퍼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GMI) 사장도 지난 12일 미디어 간담회에서 “반도체 공급이 유동적이다”면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적게나마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상황을 설명한 바 있다.

한편,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도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강타한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로 차량 생산대수가 감소해 차량 수급이 어려워진 상황 속에 영국 본사와 협의를 거쳐 한국 시장에서 재규어 XE와 E-PACE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기사는 2021년 11월 18일 오후 17시 58분에 출고되었으나, 본문 다섯 번째 문단에서 언급된 제외 옵션 품목 중 ‘LED 헤드라이트는 제외되지 않고 있다’는 해명이 취재원 측으로부터 뒤늦게 전달돼 해당 내용이 반영되면서 11월 19일 오전 10시 52분 수정되었습니다. 


▲(수정 전) 
먼저 국내 수입차업계 1위를 달리는 벤츠는 일부 차량에서 LED헤드라이트와 스마트폰 무선충전패드, 핸즈프리 엑세스 트렁크 도어 개폐 기능, LTE모듈 기능 등을 제외하고 차량을 출고하고 있다. 
 

▲(수정 후) 
먼저 국내 수입차업계 1위를 달리는 벤츠는 일부 차량에서 스마트폰 무선충전패드, 핸즈프리 엑세스 트렁크 도어 개폐 기능, LTE모듈 기능 등을 제외하고 차량을 출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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