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업계 주요 3사가 일제히 올 3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다만 이번 분기부터 나타날 가격 인상효과와 함께 해외실적이 늘고 있는 만큼, 실적 반등을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뉴시스

시사위크=엄이랑 기자  올 3분기 라면업계 주요 3사는 모두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매출액은 작년과 비슷한 규모를 유지한 반면, 영업이익에선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였다. 라면업계는 4분기엔 가격인상 효과와 해외시장 확대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과연 주춤한 실적이 다시 반등세를 돌아설지 주목된다.

◇ 원재료‧제반비용↑, 역 기저효과… 라면업계가 꺼내든 카드 ‘가격 인상’

농심‧오뚜기‧삼양식품 등 라면업계 주요 3사는 올 3분기 영업실적을 지난 15일 공시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심‧오뚜기 등 2곳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 3.7% 각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삼양식품의 매출은 3.2% 가량 줄었다.

영업이익에선 3사 모두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오뚜기와 삼양식품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530억원, 15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1%(596억원), 35%(233억원) 감소했다. 반면 농심은 비교적 선방했다. 농심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29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0.68%(293억원) 하락하는 데 그쳤다.

부진했던 라면업계 3분기 실적과 관련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역 기저효과가 나타난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초 기승을 부린 코로나19로 인해 비상시 대비 식량으로 라면이 급부상하며 매출이 크게 늘어난 바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반적인 영업이익 하락 추세엔 원재료 및 제반비용 상승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aTFIS) 통계자료를 보면 라면의 핵심 원재료인 밀가루‧팜유 등은 지난해 5~6월부터 점진적으로 상승해왔다. 이달 소맥분(밀가루)의 1부셀(27.2kg)당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5.18% 상승했다. 팜유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메트릭톤(1,000kg)당 50.81% 오른 상황이다. 여기에 인건비‧물류비 등 제반비용 상승이 더해져 매출액은 유지세를 보였음에도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라면업계는 지난 8~9월 일제히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 8월 초 13년 만에 첫 가격인상을 단행한 오뚜기는 주요 라면제품을 평균 12% 가량 인상했다. 이후 농심은 같은 달 중순에 7% 가량의 인상을 단행했고, 삼양식품의 경우 9월부터 7% 가량 인상한 바 있다. 

하지만 가격 인상이 3분기 이익 개선에 곧바로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가격 인상 시점이 3분기가 시작되고 1~2개월 후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업계는 가격 인상에서 비롯된 실적 개선효과는 4분기부터 반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16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4분기는 기저가 편안한 가운데 국내의 (라면)가격인상 효과 반영으로 이익 증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 내수시장 정체 극복 방안은 ‘해외 시장’ 개척 

하지만 가격인상 효과에만 다소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내수시장 성장이 정체됐기 때문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이 집계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라면시장 규모는 1조9,000억원에서 2조1,000억원을 오가는 등 성장세가 더딘 상황이다. 

이에 업계는 최근 몇 년간 해외시장 개척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 결과, 농심의 경우 자사 대표 라면의 해외매출액이 국내매출액을 넘어선 상황이다. 지난달 농심은 3분기까지 신라면 해외매출 비중이 전체매출의 53.6%를 차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농심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미국과 캐나다 등 기존 북미지역을 넘어 멕시코, 남미지역까지 공급량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농심은 중국의 총 3개 해외 생산기지를 갖추고 있고, 일본‧호주‧베트남 등에 세운 해외 판매법인으로 현지 시장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여왔다. 

삼양식품도 해외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삼양식품은 2011년 213억원이었던 해외매출액이 지난해 3,669억원까지 상승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해외매출은 국내매출을 넘어섰다.

최근 삼양식품은 중동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지난 16일 아랍에미레이트(UAE) 유통업체와 현지 독점공급 계약과 함께 중동진출 확대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로써 삼양식품은 UAE 시장 내 점유율 확대는 물론, 2023년까지 중동 지역 수출액 500억원을 목표로 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두 회사에 비교하면 오뚜기의 해외비중은 적은 상황이다. 올 3분기와 1~3분기 누적 해외매출 비중은 전체매출 대비 9~10% 가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오뚜기 역시 해외시장 점유율 확대에 지속해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뚜기는 중국을 비롯한 대만‧홍콩 등 중화권과 함께 필리핀‧싱가폴 등 동남아 8개국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베트남 시장 점유율 확대를 주요 목표로 삼고, 현지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타사 대비 해외매출 비중이 적지만 매년 진출국과 수출량이 늘고 있는 만큼 차차 유의미한 실적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