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과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의 영입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선대위 구성의 갈등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형국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필두로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모두 선대위에 합류하기를 원하고 있지만, 김종인 전 위원장이 여전히 이들에 대한 ‘반대’ 의사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선대위에는 김종인 전 위원장, 김병준 전 위원장, 김한길 전 대표까지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전 위원장을 총괄선대위원장에 임명하고, 김병준 전 위원장은 상임선대위원장, 김한길 전 대표는 국민통합위원장에 앉힌다는 계획이다.

윤 후보는 이들이 모두 함께하는 선대위에 힘을 싣고 있다. 일종의 ‘반문 빅텐트’ 형태의 선대위를 구상하는 것이란 말도 나온다. 당장 이를 통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격차를 벌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묻어난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 후보실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김병준 전 위원장은 도와주신다고 말씀하셨고, 김한길 전 대표님은 여러 가지로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상황은 그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모양새다. 선대위 합류가 점쳐지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이날도 부정적인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면서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종로구 사무실에서 권성동 사무총장과 회동 뒤 기자들을 만나 “상임선대위원장이 뭐 때문에 필요한지 잘 이해를 못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서는 윤 후보에게 분명히 얘기했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종전에 상임선대위원장이라는 것을 과거에 들어본 적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가 이같은 인사들을 포괄하려는 것이 ‘친소관계‘에 얽매인 것이라고 폄하했다.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 전 위원장은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 과거의 인연, 개인적인 친소관계를 갖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후보가) 냉정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아무나 다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영향력’과 ‘구원’으로 꼬인 실타래

김 전 위원장은 그간 선대위 인선에 대해 계속해서 후보와 엇박자를 내왔다. 앞서 윤 후보 주변 중진급 인사들에 대해 ‘파리 떼’ 등 쓴소리를 내뱉은 것이 시작이었다. 선대위에서 영향력을 갖기 위해선 자신에게 힘을 모아야 하는데, 이러한 힘이 분산되는 것을 불편해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갈등 상황도 이러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실타래가 더욱 꼬여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이들의 공존을 방해하는 것이 얽히고 섥힌 ‘구원(舊怨)’ 때문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해석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18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김병준 전 위원장이 김종인 당시 비대위원장한테 굉장히 세게 들이받은 그런 인터뷰들도 있다”고 이들의 관계를 설명한 것은 단적인 예다. 정치권에선 김종인 전 위원장과 김한길 전 대표 간 지난 2016년 야권통합 과정서 갈등이 재조명되기도 한다.

윤 후보는 이러한 김 전 위원장의 비판에 불만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즉각 “제가 그분들을 안 지 얼마 안 된다”며 “내가 모시려 한 거지 무슨 인간적 친소관계냐”라고 반박했다. 

좀처럼 해법을 찾기는 쉽진 않지만, 결과적으로 후보의 의중에 힘이 실리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어떤 형식으로 참여하시든 참여하실 것이라 본다”며 “그런 분들은 참여를 시키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보가 분명하게 자기 의견이 있을 때는 후보의 의견을 따르는 게 옳은 방향이다”라며 “결국 선거는 후보가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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