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상훈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한 배럴이 3분기에도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상훈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한 배럴이 3분기에도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래쉬가드 시장을 선도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오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배럴이 ‘대목’인 3분기에도 실적 부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소 어수선한 상황 속에 창업주 서종환 전 대표와의 동행이 끝난 가운데, ‘홀로서기’에 나선 이상훈 대표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 올해도 내리막길… ‘이상훈 체제’에서 활로 찾을까

배럴은 2010년 엑스엑스엘이란 상호로 서종환 전 대표가 설립한 스포츠·캐주얼의류 및 스포츠용품 업체다. 2014년 론칭한 브랜드 배럴이 큰 인기를 끌면서 가파른 성장세에 진입하더니, 2017년엔 아예 상호를 배럴로 변경했고 이듬해 2월엔 코스닥시장에 상장까지 마쳤다.

이 기간 배럴의 매출액은 △2015년 157억원 △2016년 242억원 △2017년 352억원 △2018년 500억원 △2019년 599억원으로 꾸준하고 뚜렷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또한 이 기간 영업이익도 △2015년 51억원 △2016년 45억원 △2017년 56억원 △2018년 66억원 △2019년 84억원의 순조로운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배럴의 이 같은 거침없는 성장세는 지난해 터진 코로나19 사태로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외부활동이 크게 줄어들고, 특히 실내수영장·워터파크·해수욕장 등의 운영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래쉬가드 시장에 한파가 불어 닥친 것이다. 래쉬가드 업계 1위 브랜드인데다, 적잖은 비용을 들여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한 배럴은 타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결국 배럴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절반 이상(55.4%) 감소한 266억원에 그쳤고, 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또한 줄곧 흑자 기조가 이어졌던 당기순이익 역시 61억원의 손실로 돌아섰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올해다. 배럴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154억원에 그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9%의 하락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남은 4분기가 계절적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매출액은 200억원을 넘기기도 어려워 보인다. 

적자 또한 지속되고 있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49억원이다. 그나마 적자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6% 감소하긴 했지만, 흑자전환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대목’인 3분기에도 실적이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배럴은 3분기 69억원의 매출액과 1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액이 32.2% 줄어든 반면, 영업손실은 43.6%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영향이 다소 약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의미가 크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배럴이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홀로서기에 나선 이상훈 대표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서종환 전 대표가 창립한 배럴은 2013년 유상증자를 통해 벤처캐피탈 젠앤벤처스를 최대주주로 맞은 바 있다. 인터파크의 공동창업자이자 2003년 젠앤벤처스를 설립해 벤처투자가로 활동해온 이상훈 대표는 이때부터 서종환 전 대표와 함께 배럴을 공동 경영해왔다.

그런데 창업주인 서종환 전 대표는 지난 6월 자신이 보유 중이던 약 19%의 배럴 지분을 장외매도로 모두 처분했다. 이어 7월엔 대표이사는 물론 사내이사에서도 물러났다. 자신이 창립한 기업의 소유 및 경영에서 모두 손을 뗀 것이다.

이로써 배럴은 창업주와 작별하고 이상훈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중대 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의미심장한 변화까지 겪은 셈이다.

배럴이 옛 영광을 되찾는데 있어 최대 관건은 역시 코로나19 사태의 추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위드 코로나’가 본격 시행되기 시작한 점은 회복기 진입을 기대하게 만든다. 다만, 코로나19 확진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안심하긴 이른 상황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업다각화를 빠르게 안착시키는 것 또한 당면과제로 지목된다. 사실, 코로나19 국면 속에서도 일상생활에서 가벼운 스포츠의류를 착용하는 이른바 ‘애슬레저룩’ 시장은 가파른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애슬레저 부문이 아직 걸음마 단계인 배럴은 그 수혜를 크게 볼 수 없었다.

여전한 위기 상황 속에 ‘이상훈 체제’로 전환한 배럴이 언제쯤 적자의 수렁에서 벗어나 다시 예전의 성장궤도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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