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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천 흉기난동 살인미수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대응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지난 15일 발생한 ‘인천 흉기난동 살인미수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부실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피해자 가족들은 흉기 난동 현장에서 부실한 대응으로 피해를 키운 경찰관들을 엄벌해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글을 작성했으며, 해당 청원은 단 이틀만에 20만명 이상이 동의를 했다.

먼저 청원 내용에 따르면 이 사건의 피해 가족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사건 당일 이전에 이미 (피해자는) 살해 협박, 성희롱, 위층에서 계속 소리를 내면서 괴롭히는 스토커 이상의 괴로움으로 고통을 호소하며 4차례 신고가 있었다”라며 “그때마다 경찰은 단순 층간소음으로 치부하며 어떠한 조치도 없이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건 당일 1차 신고 때 출동한 경찰은 4층 남자(피의자)에게 불안감 조성관련 신고로 조사받으라는 통보만 하고 복귀를 하는 등 소극적인 대처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어 또 다시 피의자가 피해자의 자택 현관을 발로 차며 소란을 피워 2차 신고를 했으나, 출동한 경찰관은 피해자 가족과 현관(빌라 계단)에서 얘기를 하며, 피해자와 피의자의 분리를 확실히 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에 출동한 남성 경찰관은 피해자 가족의 가장(남편)을 1층 공동현관 밖으로 데리고 나가 사건 관련 얘기를 했다. 함께 출동한 여성 경찰관은 피해자의 자택 현관에서 얘기를 나누는 중에 피의자가 윗층에서 흉기를 숨겨 내려와 피해자 가족에게 휘둘러 중상해를 입힌 것으로 보도됐다.

이때 3층에 있던 여경은 현장을 이탈해 아래층으로 내려갔으며, 피해자 가족의 가장은 1층 공동현관 밖에서 비명을 듣고 사건 현장으로 뛰어 올라가는 중에 내려오는 여경과 마주했다. 현장을 이탈한 여경으로 인해 피해가 가중됐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대목이다. 현재 피의자의 흉기 난동으로 중상해를 입은 피해자는 중태(뇌사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21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피해 가족은 “지구대에서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여자 경찰관을 만났지만 그는 (현장 이탈 이유에 관해) ‘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보고 구조 요청을 해야 한다는 생각뿐, 솔직히 그 뒤 (대응에) 대한 생각이 나질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 112 신고로 경찰관 출동 시 테이저건·삼단봉·권총·무전기 소지… “대응 미숙”

그러나 여경의 대처와 해명에 대해 다수의 국민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경찰이 국민을 보호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해 일을 키웠다는 것이다.

피해자 가족과 함께 있던 여경이 구조 요청을 위해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왔다고 해명했으나, 경찰관들은 모두 무전기를 휴대하고 있어 현장에서 피의자를 제압한 후 무전을 통해 구조 요청을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인천경찰청 측으로 문의해 확인한 결과 112관리팀장은 “112로 신고가 접수된 후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관들은 삼단봉과 전기충격총(테이저건·스턴건), 권총, 무전기를 휴대한다”며 “인천 흉기난동 사건 당시 출동한 경찰관들도 개개인마다 무전기를 휴대했고, 채증을 위한 바디캠은 개별 구매 품목이라 이는 확인하기 어려운 사안이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사건에서 여경은 호신용품 3종과 원거리에서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무전기를 소지하고 있었음에도 소지품을 활용하지 못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당시 사건 현장을 이탈해 사건을 키운 여경에 대해 ‘직무유기’를 적용해 징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직무유기는 형법 제122조에 해당하며,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1983년 3월 22일 선고 82도3065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당시 재판부는 “직무유기죄는 이른바 부진정부작위범으로서 구체적으로 그 직무를 수행하여야 할 작위의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직무를 버린다는 인식하에 그 작위의무를 수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직무유기죄에 있어서 직무를 유기한 때라 함은 법령 내규 또는 지시 및 통첩에 의한 “추상적인 의무를 태만하는 일체의 경우를 이르는 것이 아니”라면서도 “직장의 무단이탈, 직무의 의식적인 포기 등과 같이 그것이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며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는 경우”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직장의 무단이탈’ ‘직무의 의식적인 포기’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는 경우’라는 부분이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직장의 무단이탈’이 사건 현장을 이탈한 여경에게 적용이 가능한지는 법리적 해석이 따라줘야 명확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천경찰청 감찰계에서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감사를 진행 중이다. 다만,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알려주기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법조계 관계자도 해당 사건을 직접 목격하지 않은 제3자 입장에서 평론을 하기는 쉽지 않은 점이 있다고 얘기하면서도 조사를 통해 직무유기를 적용할 수 있는지는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고, 사건 증거관계를 면밀히 살핀 법관의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재희 법무법인 명재 총괄대표변호사는 “단정적으로 확답을 하기는 어렵지만, 당시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여성 경찰관이 사건 현장을 이탈한 것에 대해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3층)에 피해자 가족(딸)이 남아있고, 흉기를 소지한 피의자로 인해 1차 피해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경찰관이 소지한 테이저건이나 삼단봉 등으로 가해자를 제압하고 무전기를 통해 지원을 요청할 수도 있어 보인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선조치를 취하지 않고 여경이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아래로 내려간 행동(현장 이탈)에 대해서는 미숙한 대처로 보여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당시 상황이 얼마나 공포스러웠는지 등 상황도 고려해야 하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과 피해자 가족들의 진술을 종합적으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며 “다만, 여경이 현장을 이탈해 아래층으로 내려간 부분이 직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도 있어 고의에 의한 직무유기로 보기는 힘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진영 변호사(국민의힘 서울 동작갑 당협위원장)는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 후 출동을 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가 성립될 수 있지만, 여경이 현장을 이탈한 부분은 현장에 출동한 후 (피해가 발생하고) 구호를 요청하러 내려간 상황으로 봐야한다”며 “이러한 대응이 적절치 않다하더라도 적절한 공권력 행사로 볼 수는 없을 뿐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 피해자가 발생한 부분은 공무원의 과실에 의한 국민 피해라는 점에서 국가배상책임은 적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결론 : 판단보류

 

근거자료
- 대한민국 형법 제122조 (직무유기)

- 1983년 3월 22일 선고 82도3065 대법원 판결

- 이재희 법무법인 명재 총괄대표변호사 인터뷰
- 장진영 변호사(국민의힘 서울 동작갑 당협위원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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