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노조에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협의를 제안했다. /뉴시스
한국지엠이 노조에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협의를 제안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지엠이 불법파견 문제와 관련해 노조에 특별협의를 제안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평행선을 이어온 사안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다만, 한국지엠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한국지엠 노사가 해묵은 난제를 풀어나가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16년 해묵은 난제… 한국지엠의 불법파견 ‘잔혹사’

한국지엠과 금속노조 등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최근 금속노조 및 금속노조 산하 한국지엠지부에 특별협의를 공식 제안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특별협의 대상은 하도급 관련 문제, 즉, 불법파견 문제다.

한국지엠의 이번 제안은 여러모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오랜 세월 첨예한 갈등과 대립이 이어져온 사안에 중대 변화가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다.

‘잔혹사’라는 표현이 부족하지 않은 한국지엠의 불법파견 문제는 어느덧 16년째 이어지고 있다. 

2005년 노조는 불법파견 문제와 관련해 진정을 제기했고, 당시 관계당국은 843명에 대한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한편 책임자들을 검찰에 넘겼다. 이에 검찰은 구약식처분을 내렸고, 한국지엠 측이 정식 재판을 청구하면서 본격적인 법적공방에 돌입했다. 그렇게 시작된 재판은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졌고, 대법원에선 유죄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진 건 2013년 2월에 이르러서다. 첫 문제제기에서 최종판결까지 8년이란 세월이 흐른 것이다.

이후에도 문제는 계속됐다.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한국지엠이 정규직 전환을 이행하지 않자,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 5명은 2013년 6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이 재판은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모두 노동자 측이 승소했는데, 최종 판결이 내려진 건 2016년 6월이었다. 또 다시 3년 넘는 세월이 재판으로 흘러갔던 셈이다.

뿐만 아니다. 2015년엔 78명, 2017년엔 114명이 집단소송을 제기했고, 두 건 모두 1심과 2심에서 노동자 측이 승소한 채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2018년 774명, 2020년 945명 등 총 1,719명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시정명령을 한국지엠에 내렸다. 이와 관련해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지난해 7월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수차례에 걸친 불법파견 판결 및 판정 시정명령, 특히 두 차례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한국지엠은 문제 해결에 나서기는커녕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관계당국의 판단이 오락가락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노조의 줄기찬 개선 요구에도 일체 응하지 않았다. 최근엔 스티븐 키퍼 GM 수석부사장 방한에 발맞춰 시위에 나선 비정규직노조에 대해 ‘접근금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일련의 흐름을 되짚어보면, 한국지엠의 이번 특별협의 제안이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랜 세월 꽉 막혀있던 물꼬를 트는 출발점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국지엠 측은 “지난해 임단협에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었고, 풀고 가야할 문제이기 때문에 대화의 장을 우선 마련해보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대 못지않게 우려도 제기된다. 우선, 노조 측 요구와 한국지엠이 처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적절한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에 여러 대안이 거론되고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한 내용이다.

무엇보다 핵심 당사자인 한국지엠 비정규직노조는 한국지엠의 진정성을 향해 물음표를 붙이고 있다. 배성도 금속노조 경남지부 한국지엠비정규직창원지회장은 “직접적인 당사자인 비정규직지회에는 어떠한 접촉도 없었다”며 “또한 일방적으로 특별협의를 제안해놓고 이를 대법원에 서면으로 제출했다. 재판용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조 측은 충분한 내부 논의를 거친 뒤 특별협의에 응할지 여부 등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특별협의 일정을 연기하자는 뜻을 한국지엠 측에 우선 전달했다. 한국지엠은 당초 오는 25일 특별협의를 제안한 바 있다.

한국지엠 노사가 오랜 세월 묵은 난제를 푸는 첫 발걸음을 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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