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언급해 눈길을 끈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국회에서 발의된 뒤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이에 문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선주자들에게 ‘민감한’ 화두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선후보들 중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 여당 논의 앞두고 힘 싣기

차별금지법은 고용, 의료, 교육 분야에서 인종, 외모, 국적, 학력, 장애, 출신지, 성적지향, 가족형태, 성소수자 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로 정부안이 2007년 발의됐다. 이를 포함해 지난 2013년까지 7차례 입법이 시도됐고, 20대 국회에서는 발의조차 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 이상민·박주민·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총 4건의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상태다. 

문 대통령은 25일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20년 전 우리는 인권이나 차별금지법에 관한 기본법을 만들지 못하고 국가인권위원회법이라는 기구법 안에 인권 규범을 담는 한계가 있었다”며 “인권선진국이 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인권이나 차별금지법에 관한 기본법’이라고 에둘러 말했지만, 사실상 ‘차별금지법’의 제정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에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2017년 대선에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법안 제정을 유보해 시민사회로부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차별금지법은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 때문에 반발이 높은 법안이다. 특히 보수 성향 기독교 일각에서는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이유를 들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대선 후보가 자신의 소신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언급할 경우 표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대선에서도 주요 후보들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10일 관훈토론회에서 “당연히 해야 될 입법”이라면서도 “일방통행·강행처리 방식으로 갈등을 극화하는 방식보다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충분한 논의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 기업의 선택의 자유가 제한돼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인권위의 의미를 국민에게 전달하고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이번 기념식에 참석했다. 같은날 민주당은 차별금지법(평등법) 찬반 토론회를 개최했다. 민주당이 법안 제정 논의에 본격 착수하는 모양새다. 이에 문 대통령이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2017년 대선 토론회에서 ‘동성애 반대’ 발언에 대한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날 행사장에서도 당시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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