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한국의 아버지(그가 남긴 유언) / 지은이 홍상화 / 한국문학사
선진 한국의 아버지(그가 남긴 유언) / 지은이 홍상화 / 한국문학사

시사위크=이수민 기자  “착한 사람들이여! 이것을 내 작별의 말로 받아들여다오. 나 때문에 고통을 받았던 사람들 그 누구이든 간에,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외로운 통치자의 서글픈 임종을 기억해다오. 그것으로도 부족하다면 당신들이 주는 그 어떤 원망과 저주도 저승에서나마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그리고 먼 훗날, 그곳에서 아시아의 강국으로 성장한 한반도를 내려다보며 맛볼 수 있는 기쁨이 있다면 그 기쁨을 너희들 모두에게 돌려주겠다.” (선진 한국의 아버지, 57쪽)

<거품시대> <30-50 클럽> 등 그간 우리 사회의 성공과 그늘을 함께 조망하면서 그 진실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치는 소설들을 발표한 바 있는 홍상화 작가가 이번에 소설 <선진 한국의 아버지>로 다시 한 번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선진 한국의 아버지>는 박정희 대통령이 10·26 사건 당시 총탄에 치명상을 입은 후 마지막 숨을 거두기까지 14분 동안의 독백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픽션이다.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지 18년 만인 1979년 10월 26일 저녁 7시 41분경, 청와대 옆 궁정동에 있는 중앙정보부 관할 안가에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 의해 비극적으로 살해당한 박정희의 영혼이 이 세상을 채 떠나지 못하고 있던 시점을 극화한 것이다.

작가는 박정희를 단순한 독재자가 아닌 ‘선진 한국의 아버지’로 그려내고 있다.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57년 만에 최정상급 선진국으로 급성장한 데는 우리 민족의 저력과 함께 그의 업적이 지대하다고 여긴다.

1961년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 중 하나였던 대한민국은 57년 만에 ‘30-50 클럽’에 가입할 정도의 세계 정상급 국가로 급성장했다. 그리고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에서 선진국으로서의 지위를 획득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로 진입하게 되었다. 현재 한국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 세계 7위 수출대국, 세계 군사력 순위 6위, K-문화콘텐츠 한류열풍, GDP 북한의 53배 등 전 분야에 걸쳐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눈부신 성장은 우리 민족의 우수성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작가는 “한편으로는 ‘절대빈곤’으로부터의 탈출을 명분으로 새로운 국가 도약을 구상한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도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물론 그가 주도한 쿠데타와 그 뒤에 이어진 독재와 권력의 횡포는 부끄러운 역사의 한 페이지이지만, ‘선진국’이라는 번영의 열매를 얻은 현 시점에서 박정희 시대에 겪은 한편의 탄압과 다른 한편의 성장을 동시에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러면서 “그의 시대를 우리 민족이 필연적으로 거쳐야 했던 역사 속의 폭풍의 계절로 받아들이는 너그러움과 아량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제 그럴 때가 되었다. 더욱이 극도로 왜곡되고 미화된 김일성의 자서전까지 국내 출판 시장에 나오려는 지금, ‘박정희 바로 보기’는 더욱 절실한 과제”라고 강조한다.

작가는 18년간(1961~1979)에 걸친 박정희의 통치력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는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보다 장구한 역사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오랜 세월이 흐른 후 다른 나라들의 발전과 비교하여, 그리고 우리나라가 차지하고 있는 세계 속의 위상을 감안하여, 거기다가 박정희 지도력이 그것에 미친 영향을 판단하여 결정될 일이라 믿는다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책 말미에 실린 부록들은 이러한 작가의 의도를 돕는 보조장치들이다. 먼저 △부록 1은 박정희의 장례기간 중 주요 일간지에 실린 기사묶음들이다. 경제, 농업, 문화과학, 국방, 통일을 망라한 광범위한 분야의 기사를 게재해서 박정희의 역사적 노고를 평가하고자 했다.

그리고 △부록 2 <세계 속 ‘오늘의 한국’>에서는 현재 선진국 지위로 올라선 한국의 위상을 드러내는 여러 분야의 지표를 다루고 있다. 한국인으로서의 긍지와 자긍심을 가지되 결코 자만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힘차게 전진하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책을 통해 “박정희의 독백은 결국 우리 민족의 시대정신을 웅변하고, 미래 세대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면서 “‘헬조선’이라는 자기비하, ‘어쩌다 보니 선진국’이라는 자조와 냉소에 빠진 이들에게 하나의 경종을 울리는 소설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은이 홍상화
 

소설 <거품시대>는 조선일보에, <불감시대>는 한국경제신문에 연재되었으며, 장편소설 <정보원> <거품시대>(전 5권) <사람의 멍에> <범섬 앞바다> <디스토피아> <30-50 클럽> <30/50 Club: A Dialogue on S. Korea, U.S., China, and N. Korea>, 소설집 <전쟁을 이긴 두 여인> <우리들의 두 여인> <내 우울한 젊음의 기억> 등이 있다.

2005년 소설 <동백꽃>으로 제12회 이수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문예지 <한국문학> 주간과 인천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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