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준석, 김병준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바람 잘 날이 없다. 작금의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대다수 국민들의 심정도 비슷하지 않을까. 각종 ‘명분’을 앞세워 물밑 이권 다툼이 이뤄지는 것이 정치권의 생리라지만, 요즘 국민의힘의 상황은 지나치다 못해 피곤할 따름이다.

전당대회를 마친 직후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패자는 ‘깨끗한 승복’을 외쳤고, 당선된 후보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며 낙선 후보들의 손을 들어줬다. 너나 할 것 없이 정권교체라는 ‘대의명분’에 뜻을 함께하겠다는 호기로운 말들도 내뱉었다. “정권교체의 대의 앞에 분열할 자유가 없다”는 후보의 외침에 힘이 실렸다.

균열은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윤석열 후보의 강력한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은 연일 자당 후보를 향한 ‘디스’를 펼치고 나섰다. ‘정치적 행보’는 아니라면서도 온라인 청년 플랫폼 활동에도 부심이다. 선대위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완강한 입장도 굽히지 않는다. 그의 향후 정치 행보에 갖가지 해석이 뒤따르는 까닭이다.

어디 그뿐인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영입을 두고 신경전이 그치지 않은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합의가 됐다’, ‘아니다’라는 상반된 말들이 연일 충돌했다. 그 와중에 ‘익명’의 가면을 쓰고 흘러 나오는 관계자들의 말들도 넘쳐흐르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길은 묘연하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빈 자리를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이 메우면서 안정기에 접어든 듯 했으나, 이 역시도 오산이었다. 불씨는 당 대표와 후보 간 불화로 튀었다. 물론 그간 조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선대위 의결 과정에서 이준석 대표를 건너뛴 것 아니냐는 의심의 징후들이 연달아 터졌다. 이 대표가 “여기까지”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 것도 이 상황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상황은 늘 비슷한 패턴으로 흘러간다. 갈등 상황은 터지고, 당사자들은 부인한다. 실무진, 관계자들에게 에둘러 책임을 전가하기도 한다. 문제를 발견했으면 달라져야 하는데, 또다시 반복된다. 누구도 이 상황을 제대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 대목이다.

이 상황을 가까이서 보고 듣는 기자들 사이에선 ‘언제까지 선대위냐’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그나마 더 많은 이야기를 직접 듣고 보는 와중에도 이런 염증이 피어난다면 한 걸음 떨어진 국민들에겐 어떤 감정으로 다가올지 어렴풋이 짐작되는 대목이다. 당장 전날(29일) 대전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한 청년이 윤 후보에게 ‘정치 혐오감’이란 단어를 꺼낸 것을 심상치 않게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0일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구성을 포함해서 당이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데 대해서 그렇게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과연 그의 사과가 진실된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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