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본격화되면서 탄소중립에 대한 필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탄소중립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에너지원’의 변화와 그에 맞는 ‘기술’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올해 전 세계 산업계 전반을 강타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역시 ‘탄소중립’일 듯싶다. 최근 인간의 수많은 산업·사회 활동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₂) 등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를 유발해 기상이변, 사막화 현상과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는 심각한 수준에 이른 상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지난 8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할 경우, 2040년 안에 지구 기온 상승폭이 1.5℃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 기온이 1.5℃ 상승할 경우, 극단적 폭염 발생 빈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8.6배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 IPCC측 예상이다.

때문에 우리나라 정부도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에는 국내 ‘순배출량 0(넷제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확정했다. 다만 이번 탄소감축 계획을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일 개최한 ‘탄소중립 혁신기술 심포지엄’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에너지원’의 변화와 그에 맞는 ‘기술’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탄소중립 혁신기술 심포지엄 캡쳐

◇ 전문가들, “탄소중립 목표달성 위해선 화석연료 위주 에너지원부터 바꿔야”

그렇다면 우리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준비해야할 것은 무엇이 있을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가 지난 1일 개최한 ‘탄소중립 혁신기술 심포지엄’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에너지원’의 변화와 그에 맞는 ‘기술’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수소에너지연구소 한종희 교수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원의 연·원료를 대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화석연료 대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원료와 연료를 생산·운송 등 활용분야에서 이용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연료인 화석연료는 대표적인 온실가스 유발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세계 1차 에너지 총공급(TPES)에서 화석연료는 무려 82%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5년 기준 1년에 약 330억톤의 이산화탄소(CO₂)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수소에너지연구소 한종희 교수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원의 연·원료를 대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연료인 화석연료는 대표적인 온실가스 유발자다./Gettyimagesbank

이에 한종희 교수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수소 △바이오에너지를 △폐자원을 대체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수소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수소자동차, 수소연료전지 등에 사용되는 원료이며, 바이오에너지는 바이오매스(나무찌꺼기 유기물에서 발생한 부산물)을 연료로 얻는 에너지다. 

다만 한종희 교수는 폐자원 활용에 대해서는 폐기물 감량 및 재활용이 가능해 필요한 기술이라면서도, 종이, 비닐, 플라스틱 등 생활·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폐기물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소각 과정 등을 거칠 경우, 온실가스가 발생할 수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한종희 교수는 “탄소중립에 있어 수소, 바이오, 폐자원은 매우 중요한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며 “국가결정기여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와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각각의 기술 목표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수소에너지에 있어서는 국내외 기업들도 굉장히 많은 투자를 하고, 관심을 보이고 있어 점점 더 발전할 것으로 본다”며 “바이오메스 에너지의 경우 향후 기술력의 종속을 막기 위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고, 폐기물 에너지 분야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이나 재순환 기술 등의 개발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대체할 수 있는 주요 에너지원으로 수소, 바이오, 폐자원 등을 꼽는다./그래픽=박설민 기자

◇ 산업 현장 탄소 감축 위해선 CCUS기술 ‘필수’… “작은 규모 및 실증 부족은 한계”

아울러 이날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원 뿐만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에너지원을 대체 연·원료를 도입해 사용한다 하더라도, 산업현장에서 이용해야 하는 필수 가스들 역시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주범 중 하나라는 것.

실제로 우리나라 산업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분야의 경우 해마다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연구원(KIET)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슈퍼사이클’이었던 지난 2018년, 반도체 공정 부문에서 배출된 온실가스의 양은 427만9,000톤이었다. 이는 약 90만대의 자동차가 1년 간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맞먹는 양이다.

문제는 이처럼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필수 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 역시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탄소중립 목표를 당연히 달성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기술 등의 문제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CCUS 기술 개념도 및 CCU 로드맵 범위./ 정부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기술혁신 로드맵(안)

이에 류호정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온실가스 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포집·저장·활용할 수 있는 ‘CCUS기술’ 확보가 필요하다고 봤다. 

CCUS는 온실가스가 생산되는 근원지(산업 현장)에서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을 막고 필요한 곳에 사용되거나 지하에 저장하는 기술을 말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는 CCUS가 탄소배출제로를 가능하게 할 ‘유일한 기술’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류호정 책임연구원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CCUS기술 개발 및 활용 현황은 상당히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효과를 보기엔 규모가 상당히 작고, 연계 실증 경험과 국가로드맵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류호정 책임연구원은 “냉철하게 따져봤을 때 현재 우리나라 CCUS기술은 10MWe급 포집이 실증의 최대 규모”라며 “때문에 규모 격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도 모르고 기본 격상을 하면서 비용저감 효과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포집과 저장, 활용을 따로따로 연구했기 때문에 각각의 단계가 ‘풀체인(Full chain)’으로 연계 실증 경험치가 없다”며 “만약 정말로 CCUS를 본격 상용화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