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대면 사회에서 영향력이 급증한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을 규제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에 대한 IT업계와 소상공인 측 대립이 팽팽하다. IT업계는 과도한 규제라고, 소상공인들은 플랫폼 갑질을 막을 수단이라고 주장하며 의견 차를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에 대한 IT업계와 소상공인 측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IT업계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과도한 플랫폼 규제로 산업발전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한다. 반면 소상공인 측은 거대 온라인 플랫폼들의 시장 지배력이 너무 강력해지면서 발생하고 있는 갑질 우려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법안 통과를 강력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 소상공인 측, “온라인 플랫폼 갑질 심각… 공정화법 통과돼야”

최근 IT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은 최근 비대면 사회에서 영향력이 급증한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이 입점 업체나 소비자들에게 불공정행위를 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주도 하에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법안의 세부 내용을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은 입점 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시 모든 필수 기재사항을 포함한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또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경우에 대해 법적으로 제재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적용 대상은 매출 1,000억원 또는 중개거래액 1조원 이상인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다. 이를 어길시 법 위반액의 2배(최대 1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지불해야 한다. 

현재 해당 법안에 대해 소상공인 측은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배달의 민족,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거래 의존도가 높아지고 입점업체들에 대한 불공정 행위 피해도 늘고 있지만 기존 법안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3월 발표한 ‘온라인 플랫폼 입점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오픈 마켓 입점 업체의 98.8%, 배달앱 입점업체 68.4%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은 지난달 25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서 법안소위가 진행됐지만 통과가 보류된 상태다.

소상공인엽합회는 지난달 29일 논평을 통해 “온라인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소상공인 골목상권 침탈로 소상공인들의 생존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 무산은 코로나 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운 소상공인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 될 것”이라고 국회의 법안 통과 보류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라면, 생수 등 오프라인 상품들은 조금만 가격을 오려도 공정위 조사 대상이 되는데 온라인 시장은 아무런 규제가 없다”며 “때문에 온라인 대기업들은 독과점을 무기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일방적으로 수수료 및 약관 등을 책정해 소상공인 입점업체들은 속수무책으로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려야만 했다”며 “이들 업체들의 광고료 및 예약수수료의 부당한 가격결정행위, 담합행위, 독과점 지위 남용을 막고 플랫폼 기업들이 플랫폼 고유의 기능에 집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법 제정이 필수적이다”라고 전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소상공인연합회를 포함한 관계자들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 IT업계, “플랫폼 사업 발전 저해할 것”… 학계, “법안 근거도 부족해”

반면 IT업계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 세계가 디지털 경제로 전환돼 업계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충분한 검토 없이 마련된 규제는 IT산업 발전과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 △한국디지털광고협회 등 7개 단체가 연합한 디지털경제연합은 지난달 24일 성명문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의 처리 중단을 촉구했다.

디지털경제연합 측은 “현재 발의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은 특정 이해당사자들의 이해만을 위해 공개적 의견수렴과 협의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며 “정부 부처들만의 합의를 거쳐 중복규제를 넘어 다부처에서 규율하는 이중, 삼중 규제를 기반으로 수정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는 디지털 생태계에서 정부의 플랫폼에 대한 성급한 규제는 플랫폼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소상공인, 콘텐츠업계, 더 나아가 이용자 피해까지 우려된다”며 “또한 디지털 플랫폼의 진입장벽 상승으로 기업 간 유효경쟁을 제한하게 돼 결국 디지털 패권 경쟁의 환경 속에서 국내 플랫폼들의 경쟁력 저하만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실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은 온라인 플랫폼을 시장경쟁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주도해 규제하고 정형화하려는 시도”라며 “플랫폼 갑질에 대해 소상공인들이 주장하는 이야기가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내용들이 공정화법을 통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법안이 통과되면 소상공인들에게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법안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셨는지 저희는 의문스럽다”며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하면할수록 거기에 대한 시장진입장벽은 높아지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그 비용은 소상공인들에게 결국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업계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학계 전문가들 역시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한 입법 근거가 부족하고 성급한 추진이 IT업계 발전의 저하를 가져올 수 있으며, 오히려 소상공인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11월 30일 한국미디어경영학회(KMMA)가 개최한 ‘도대체 이 시점의 디지털 플랫폼 규제는 누구와 무엇을 위한 것인가’에서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다른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온라인 시장 점유율에 있어서는 고르게 분포돼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다”라며 “도대체 어떤 기준에서 우리나라의 온라인 시장 독과점이 심하다고 주장하는데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도대체 근거는 없이 이런 전문가들 이야기에 대해선 하나도 대응이나 대답을 하지 않고 계속 독과점이 심각하다고만 하는데 이런 상황에 대해 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플랫폼을 규제할 경우 오히려 새로운 사업을 하고자 하는 영세 상공인들은 진입장벽이 높아져서 사업을 시작해보지도 못해 손실이 클 것이며, 정부가 보호하고자 하는 약자는 보호를 받기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도 “과연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고 적정한 시기인가에 대해선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우선은 규제가 도입이 되면 혁신으로 인한 사회적 편의, 소비자 편의를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네이버나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들이 가져온 편익을 규제를 통해 희생시킬 것인가에 대해선 중대한 상황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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