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철 대표가 이끄는 한불모터스가 판매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불모터스
송승철 대표가 이끄는 한불모터스가 판매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불모터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송승철 한불모터스 대표이사가 올해도 우울한 연말을 맞을 전망이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뚜렷한 판매실적 하락세가 올해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몇 안 남은 수입차업계 1세대 주역으로서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을 뿐 아니라, 이렇다 할 해법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송승철 대표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푸조·시트로엥, 올해도 실적 내리막길

한붙모터스는 프랑스 자동차 브랜드인 푸조와 시트로엥, DS 등을 국내에서 전개하고 있다. 대다수 다른 수입차 브랜드가 한국법인을 직접 설립해 운영 중인 것과 달리, ‘한국총판’을 맡고 있는 순수 토종기업이라는 점이 특징인 곳이다.

송승철 대표이사가 2002년 설립한 한불모터스는 개성 넘치는 프랑스 자동차를 앞세워 나름의 입지를 구축해왔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썩 좋지 않다. 201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먼저, 대표 브랜드라 할 수 있는 푸조의 경우 2015년 7,000대로 정점을 찍은 연간 판매실적이 △2016년 3,622대 △2017년 3,697대 △2018년 4,478대 △2019년 3,505대에 이어 지난해 2,611대로 뚝 떨어졌다. 시트로엥·DS의 판매실적도 △2015년 572대 △2016년 924대 △2017년 1,174대 △2018년 1,053대 △2019년 962대 △2020년 930대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기간 수입차시장이 대체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아쉬움이 남는 행보다.

문제는 올해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는 점이다. 푸조는 올해 11월까지 2,105대의 누적 판매실적을 기록 중인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3% 감소한 수치다. 시트로엥·DS의 11월까지 누적 판매실적도 56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나 줄어들었다. 

이처럼 내리막길을 면치 못하고 있는 판매실적은 송승철 대표에게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몇 안 남은 수입차업계 1세대 주역으로서 자존심 및 위상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렇다 할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송승철 대표를 더욱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한불모터스는 지난 5월과 6월 뉴 푸조 3008 SUV, 뉴 푸조 5008 SUV를 잇따라 선보이며 하반기 판매실적 반등을 기대한 바 있다. 하지만 하반기에도 기대했던 판매실적 반등은 없었고, 오히려 하락세가 더욱 뚜렷해졌다. 판매실적을 끌어올리는데 있어 최고의 카드라 할 수 있는 신차 출시마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으론 최근 떠오르고 있는 수입차 부문을 적극 공략하며 반등을 모색하고 있지만, 판매실적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리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불모터스는 미래를 향한 물음표 또한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한불모터스와 푸조시트로엥그룹의 계약 종료를 둘러싸고 여러 설이 제기되고 있다. 푸조시트로엥그룹의 한국총판 지위에 마침표가 찍힐 수 있다는 게 골자다.

푸조시트로엥그룹 본사는 올해 초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과의 합병을 통해 스텔란티스라는 거대 자동차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에 따라 푸조시트로엥그룹의 한국사업 운영 방식이 변경될 수 있다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런데 최근 업계에서는 이러한 전망이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푸조시트로엥그룹이 내년 2월로 종료되는 한불모터스와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스텔란티스코리아 차원에서 담당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변화가 푸조시트로엥그룹과 한불모터스의 즉각적인 이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불모터스는 이후에도 일정 수준의 독점적 지위를 인정받으며 푸조시트로엥그룹의 핵심 딜러사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를 둘러싼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한불모터스가 예전의 존재감을 잃게 될 것이라는 전망과 거대 그룹 차원의 마케팅 강화 등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교차한다.

수입차업계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지녀온 송승철 대표가 어떤 변화를 마주하게 될지, 그 변화가 실적 하락이란 고민을 해소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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