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1월 내수, 2,493대·2,617대… 올해 누적 판매 5만1,773대
사측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 차질 여파”… 빈약한 라인업도 한몫

한국지엠이 연말 판매부진에 빠졌다. 사진은 쉐보레 스파크. / 한국지엠
한국지엠이 연말 판매부진에 빠졌다. 사진은 쉐보레 더 뉴 스파크. / 한국지엠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한국GM(이하 한국지엠)이 4분기 실적부진에 빠져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 상반기까지 국내 시장에서 월간 판매 4,500대∼6,100대 수준을 꾸준히 기록하며 준수한 성적표를 기록했다. 이후 지난 3분기에도 △7월 4,886대 △8월 4,745대 △9월 3,872대 등 무난한 판매고를 올렸다.

그러나 4분기 들어 내수 판매 성적표는 10월과 11월 각각 2,493대, 2,617대 수준으로 고꾸라졌다. 두 달 연속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든 한국지엠은 11월 기준 올해 누적 내수 판매 5만1,773대를 기록했다.

반면, 이 기간 르노삼성자동차는 QM6와 XM3 등 모델이 꾸준한 판매를 기록하며 △10월 5,002대 △11월 6,129대 실적을 냈다. 쌍용자동차는 렉스턴스포츠와 티볼리 등이 선전하며 △10월 3,279대 △11월 6,277대 판매고를 올렸다.

지난 10월과 11월 판매실적에서 한국지엠만 부진한 모습이 나타났고, 결국 11월 기준 올해 내수 누적 실적에서 르노삼성(5만3,934대)은 한국지엠을 추월했다. 쌍용차도 1∼11월 총 5만553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한국지엠과 격차가 1,220대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한국지엠은 4만6,663대 누적 판매를 기록해 △르노삼성자동차 4만2,803대 △쌍용자동차 4만997대 등을 약 4,000∼6,000대 정도 앞섰는데, 두 달 사이 희비가 엇갈린 모습이다.

이러한 부진에 한국지엠 측은 “장기화되고 있는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칩 수급 문제로 인한 생산 차질”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쟁사에서는 주요 모델의 판매가 회복세를 보이는 모습이라 한국지엠의 부진을 단순히 ‘반도체 수급 문제’ 때문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다소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한국지엠의 빈약한 라인업을 부진의 원인으로 지적한다. 실제로 현재 한국지엠이 국내에 판매하는 쉐보레 차량 중 일부는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 출시 시기가 도래했으나, 신형 출시 소식은 전해지지 않는다. 또 SUV 모델도 소형과 대형은 있으나, 이 사이를 이어줄 중형 SUV가 존재하지 않는다.

스노우 화이트 펄 색상이 적용된 2021년형 말리부. / 한국지엠
스노우 화이트 펄 색상이 적용된 2021년형 말리부. / 한국지엠

쉐보레 말리부는 지난 2015년 4월 미국 뉴욕모터쇼에서 9세대 신형 풀체인지 모델이 공개된 후 2016년 4월 국내에 출시됐다. 2015년 9세대 모델 출시 후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말리부는 한 차례 페이스리프트 및 연식변경 등을 거치며 상품성을 강화했다. 국내에는 1년 늦게 출시됐지만, 결국 9세대 모델 출시일로부터 7년째를 맞는 것은 사실이다. 출시년을 기준으로 잡으면 내년은 출시 8년차다.

요즘 차량의 풀체인지 주기는 과거에 비해 짧아져 대략 5∼6년 사이에 풀체인지 모델이 출시된다. 신차 출시부터 후속 모델 출시 사이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는 1~2회 정도가 이뤄지기도 한다.

즉, 말리부도 10세대 모델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한 셈인데, 말리부 신 모델에 대해서는 감감무소식이다. 9세대 말리부와 비슷한 시기 출시된 국산 세단으로는 기아 K5 2세대가 있는데, K5는 지난 2019년 12월 3세대 모델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기아 K5는 국내 시장에서 현재 월 평균 5,000대 수준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쉐보레 더 뉴 트랙스가 지난 7월과 8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나 올해 누적 판매대수로는 경쟁 모델 르노 캡처보다 여전히 높은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 한국지엠 홈페이지 갈무리
쉐보레 더 뉴 트랙스가 지난 7월과 8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나 올해 누적 판매대수로는 경쟁 모델 르노 캡처보다 여전히 높은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 한국지엠 홈페이지 갈무리

소형 SUV 트랙스도 지난 2012년 파리모터쇼에서 공개된 후 2013년 국내에 출시됐다. 그런데 9년 동안 풀체인지를 거치지 않았다. 지난 2016년 풀체인지에 준하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하며 이목을 끌었으나, 이후 5년 동안 풀체인지 또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대한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또 2021년형 트랙스는 심장을 기존 1.4ℓ FAM0 터보 엔진 대신 1.4ℓ SGE 직분사 터보 엔진으로 교체하고, 편의장치들이 추가돼 상품성이 개선되긴 했으나, 외모가 2016년에 머물고 있어 최근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이 적지 않다.

현재 국내에 판매 중인 소형 SUV 모델은 △현대자동차 베뉴·코나 △기아 니로·셀토스 △르노삼성 XM3 △쌍용차 티볼리 등이 있다. 니로는 최근 열린 2021서울모빌리티쇼에서 풀체인지를 거친 신형 모델이 공개되면서 많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또 르노삼성 XM3는 지난해 1분기 국내에 출시된 이후 르노삼성의 효자 모델로 자리매김했으며, 쌍용차도 티볼리가 꾸준히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 빗대보면 트랙스는 시간의 흐름에 뒤처진 모델로 보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트랙스의 판매대수는 0대로 집계됐는데, 그만큼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모델임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그나마 트레일블레이저가 한국지엠의 소형 SUV 부문을 이끄는 모습인데, 최근에는 트레일블레이저마저 부진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2022 쉐보레 이쿼녹스 모델이 국내 시장 복귀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 쉐보레
2022 쉐보레 이쿼녹스 모델이 국내 시장 복귀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 쉐보레

여기에 자취를 감춘 이쿼녹스의 부재도 아쉽다. 중형 SUV 이쿼녹스는 르노삼성 QM6를 견제할 수 있는 모델이지만, 한국지엠은 이쿼녹스를 ‘출시 예정’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신형 도입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정이 이렇지만 한국지엠은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이다.

카를로스 미네르트 한국지엠 영업·서비스·마케팅 부문 부사장은 “차량용 반도체 칩 이슈의 장기화로 인해 상황이 여전히 유동적이지만,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스파크에 대한 고객들의 높은 수요가 충분한 계약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11월 회복세를 바탕으로 쉐보레 트래버스 등 내수 시장 내 인기 차종에 대한 마케팅을 통해 연말 긍정적인 모멘텀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너럴모터스(GM)는 내년부터 2025년까지 한국 시장에 전기차 10종을 비롯한 다양한 신차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먼저 내년에는 쉐보레 풀사이즈 SUV 타호가 출격을 대기하고 있으며, RV전문 브랜드 GMC의 픽업트럭 시에라도 한국땅을 밟는다.

GM의 이러한 행보는 한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긍정적인 시그널로 볼 수 있으나, 정작 기존 모델들에 대해서는 소홀한 모습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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