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플tv+, 디즈니 플러스 등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들이 국내 OTT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OTT산업계와 콘텐츠 산업계가 외래 기업에 종속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플랫폼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와 함께 디즈니 플러스, 애플tv+ 등 글로벌 OTT플랫폼들의 한국 시장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 IT업계에서는 해외 OTT플랫폼의 국내 OTT시장 장악과 콘텐츠 저작권 수익 독점화 등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OTT산업계 발전을 위해 해외 OTT들의 시장 장악 행보에 적절한 제동을 걸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 해외 OTT의 압박… “플랫폼·콘텐츠 사업자 모두에 부정적 영향 가능성”

이런 해외 OTT플랫폼의 국내 시장 장악에 대한 국내 OTT·콘텐츠 업계의 우려는 기우(杞憂)가 아니다. 국내 OTT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공룡’ OTT플랫폼들의 시장 장악 속도는 매서운 수준이다.

먼저 대표적인 해외 대형 OTT플랫폼인 넷플릭스의 경우,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9월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가 948만명로 집계된다. 이는 지난 8월 868만명보다 9.8% 증가한 수치다. 최근 ‘D.P’에 이어 ‘오징어게임’의 성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넷플릭스에 이어 한국시장 출사표를 던진 디즈니 플러스의 기세도 만만찮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7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디즈니 플러스는 지난해 11월 4일 론칭을 시작한 이후 약 2주만에 31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제된 금액은 172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해외 OTT플랫폼의 영향력이 강해짐에 따라 국내 OTT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국내 콘텐츠의 저작권 수익을 글로벌 OTT가 독점화해 국내 콘텐츠시장이 해외 OTT플랫폼에 종속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세계 핵심 콘텐츠 시장의 생산과 소비는 유튜브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수 글로벌 기업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으며, 이는 OTT 역시 마찬가지라고 우려한다. / 그래픽=박설민 기자

먼저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 등 해외 OTT플랫폼의 영향력이 강해지면 가입자 확보 전쟁과 마케팅 비용 증가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다. 또한 압도적인 자금력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해외 OTT플랫폼의 제작 방식 때문에 국내 콘텐츠 제작 비용과 라이센스 비용 상승으로 인한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

콘텐츠 제작사들 역시 넷플릭스 등 해외 OTT의 영향력 커질수록 콘텐츠 업계의 넷플릭스에 대한 자금 의존도가 커지게 되고, 이는 곧 협상력 약화로 이어지게 된다. 막대한 돈자루를 쥐고 있는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에 콘텐츠 제작사들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전범수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한국콘텐츠진흥원에 기고한 ‘OTT 서비스, 글로벌 미디어 시장의 중심에 서다’ 리포트를 통해 “미국계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OTT 서비스 시장 진출과 장악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 경우 세계 핵심 콘텐츠 시장의 생산과 소비는 유튜브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수 글로벌 기업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시장 역시 경쟁력있는 콘텐츠 제작과 플랫폼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등, 해외 거대 공룡기업에 의한 시장 잠식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지난달 4일 서비스 론칭을 시작한 디즈니 플러스는 픽사, 마블, 스타워즈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큼 강력한 콘텐츠 라인업으로 국내 시장 진출 2주 만에 31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월트디즈니 코리아

◇ 해외 OTT 규제, 외교적·경제적 문제에 난항… 상생 방안 찾아야

전문가들은 국내 OTT산업계와 미디어·콘텐츠의 발전을 위해서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대한 규제 마련을 정치 및 경제적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미 국내 시장에 진출한 해외 OTT플랫폼을 제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 OTT산업계를 살리기 위해 해외 OTT플랫폼을 규제하는 문제는 현행법, 외교 문제 등 복잡한 매듭들이 얽혀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입법조사처 최진응 입법조사관은 지난 5월 발표한 ‘글로벌 OTT의 진입에 대응한 국내 미디어산업 발전 과제’ 보고서를 통해 “국내에 진출한 미국 국적의 글로벌 OTT를 실질적으로 겨냥해 국내 사업자와의 차별적 규제, 국내 상주 의무 및 국산콘텐츠의 제공 의무 등 조치는 동 협정 위반으로 미국과의 통상 마찰 및 보복조치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최진응 입법조사관은 “향후 글로벌 OTT의 시장지배강화로 국내 문화주권이 크게 위협받을 경우, 한미 FTA에서는 협정상 의무 조항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두고 있다”며 “이러한 조건이 객관적으로 충족된다면 해외 OTT 사업자에 대한 규제입법(예: 국내제작콘텐츠제공 쿼터제)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징어게임’ 등 국내 콘텐츠 제작자들이 넷플릭스의 지원을 받아 콘텐츠를 제작할 경우 받는 보상은 제작비와 제작비 총액의 15% 내외를 선지급 받는 것이 전부다. 나머지 추가 수익은 모두 넷플릭스가 가져가게 된다./ 넷플릭스 온라인 간담회 캡처

아울러 넷플릭스 등 해외 OTT들이 국내 콘텐츠 제작자들과 협업을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했을 경우, 수익 분배에 대한 규정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OTT플랫폼들이 국내 제작 콘텐츠에서 발생한 수익 대부분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현재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우 제작사에게 제작비와 제작비 총액의 15% 내외를 선 지급하고, 추후 저작권에 따른 수익을 모두 가져가고 있어 ‘수익 독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해외 OTT들은 현행 저작권법상 양도규정에 근거해 국내에서 제작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와 관련해 장래에 발생하는 저작재산권을 양도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즉, 국내 콘텐츠 제작자들은 ‘오징어게임’처럼 큰 성공을 거둔 콘텐츠를 만든다 하더라도, 선 지급된 금액 이외에 그 이상 발생하는 수익은 우리나라의 ‘현행법’ 때문에 받을 수 없다.

국회입법조사처 최진응 입법조사관은 6일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대한 입법 및 정책적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해외투자와 국내콘텐 츠산업과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저작재산권 계약체결 후에도 국내 콘텐츠제작 자가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수익과 관련된 정보를 콘텐츠제작자에게 통보하고, 추가 수익을 보장하는 방안을 입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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