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월, 지프 9,350대·렉서스 8,994대… 12월 라스트스퍼트

지프가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달리 아시아권에서는 한국에만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 모델의 출시를 미루지 않고 예정대로 출시했다. 지프가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의 가세를 등에 업고 지난 2019년 실적을 넘어설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 스텔란티스 코리아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시장에서 수입자동차의 흥행 척도는 ‘연간 판매 실적 1만대’다. 올해 마지막으로 ‘수입차 1만대 클럽’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제기되는 브랜드는 지프와 렉서스 두 곳이다. 두 브랜드는 12월 실적에 따라 1만대 클럽에 합류할 가능성이 제기돼 연말 라스트스퍼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수입차협회 11월 등록자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올해 수입차 1만대 클럽에 이름을 올린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6만9,400대) △BMW(6만1,436대) △아우디(2만1,242대) △볼보자동차(1만3,635대) △폭스바겐(1만3,444대) △미니(1만413대) 순으로 6곳이다.

이어 12월 실적에 따라 1만대 클럽 진입 가능성이 보이는 브랜드는 지프(9,350대)와 렉서스(8,994대)다. 우선 두 브랜드 중에서는 그나마 지프의 1만대 클럽 재진입이 높게 점쳐지며, 렉서스는 1만대 클럽 문턱에서 멈출 가능성이 커 보인다.

◇ 지프, 반도체 대란에 신형 그랜드체로키L 예정대로 출시… 제이크 사장 체면 세우기?

지프는 1만대까지 단 650대를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3일 자사 대형 SUV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 모델의 공식 출시를 알렸다. 연말 신 모델 도입으로 1만대 고지까지 라스트스퍼트에 나선 모습이다.

지프의 신차 출시 시점은 2021 서울모빌리티쇼 개막을 앞두고 개별적으로 이뤄져 시기적으로는 적절해 보일 수 있다. 보통의 경우라면 국내외 모터쇼 개막에 맞춰 신차를 공개하고 출시도 함께 진행한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인해 다수의 수입차 브랜드가 신차 출시 일정을 연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지프의 신차 출시는 더욱 눈길을 끈다.

실제로 지프의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 모델도 반도체 이슈로 생산량이 축소되면서 타 아시아 국가들은 해당 모델 출시가 모두 내년으로 연기됐다. 그럼에도 지프는 한국 시장에는 올해 출시를 강행한 것이다.

이러한 신차 출시 강행은 제이크 아우만 스텔란티스 코리아 사장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제이크 사장은 지난해 중순 성희롱 및 폭언·폭행 폭로로 파문에 휩싸인 파블로 로쏘 전 FCA코리아 사장의 후임으로 지난해 8월 신임 사장에 급히 선임됐다.

제이크 아우만 FCA코리아 대표가 ‘지프 캠프 2021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기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제갈민 기자
제이크 아우만 스텔란티스 코리아(전 FCA코리아) 대표가 ‘지프 캠프 2021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기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제이크 아우만 사장은 지프의 올해 연간 실적에 대해 구체적인 목표를 2019년의 1만252대 이상이라고 밝혔다. / 제갈민 기자

제이크 사장은 당시 FCA코리아 신임 사장에 선임된 후 한국 시장 분석과 적응을 마치고, 올해 5월 ‘2021 지프 캠프’에서 올해 한국 시장 판매 목표치를 “구체적으로는 2019년 판매실적인 1만252대를 뛰어 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프의 올해 성적은 상반기까지는 총 5,927대를 기록했으며, 이어 지난 7월에도 1,003대를 판매해 7개월 동안 월 1,000대 수준의 성적표를 받았다. 제이크 사장이 제시한 목표 성적 도달을 넘어 신기록 달성도 어렵지 않게 보였다.

그러나 지난 8월부터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지프의 한국 시장 판매 성적이 크게 요동쳤다. 7월 이후 지프의 하반기 실적은 △8월 428대 △9월 592대 △10월 750대 △11월 650대 등으로 7월까지 월 평균 990대를 기록했던 것과 달리 월 평균 605대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지프는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의 한국 시장 출시 시기를 연기하지 않고 예정대로 진행했다.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의 생산량이 감소해 아시아권의 다른 나라에는 출시 시기를 연기한 상황 속에서도 한국 시장에만 예정대로 신차 출시를 강행한 모습은 본사 차원에서 제이크 사장이 제시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국내에 출시를 알린 지프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의 초도물량은 689대로 알려졌다. 8∼11월 기간 월 평균 판매대수가 605대인 점을 감안하면, 12월 실적도 600대 전후는 무난하게 기록해 1만대 클럽 진입이 가능해 보인다. 여기에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의 사전계약 물량 출고가 순차적으로 이뤄지면 12월 실적은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의 국내 출시 가격이 다소 높게 책정된 점에 대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섞인 목소리가 감지되지만, 사전계약 첫날 100대 넘는 등 준수한 시작을 알려 가격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모습이다.

무탈하게 국내 인증 및 출시까지 이어졌으나 지난 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리콜 대상 차종에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 모델이 올라 한 차례 논란이 일었다.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의 결함내용은 ‘에어백 제어 장치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조치가 가능하다. 국내 총 리콜 대수는 초도물량 689대 전량이며, 판매된 모델은 75대, 미판매 모델 614대 등이다.

스텔란티스 코리아 측에 해당 문제에 대해 문의한 결과 “개정된 법에 의해 판매 전 리콜이 존재하는 차량은 수리를 완료한 후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스텔란티스 코리아는 소비자 인도 전 모든 리콜 수리를 완료했다. 즉, 현재 도로에 있는 차량 중 리콜 차량은 없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에게 인도된 차량은 모두 문제를 해결한 모델이라는 얘기다. 앞서 판매된 모델 75대는 전국 각 전시장(대리점) 등에서 시승차량으로 이용하기 위해 등록한 차량으로 예상된다.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 모델이 사전계약에 이어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져 연말 실구매로 이어진 후 신속히 인도가 이뤄지면 2019년 성적인 1만252대를 넘어설 가능성도 점쳐져 연말 실적에 관심이 쏠린다.

렉서스가 지난 9월말 7세대 ES 300h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국내에 출시하면서 ES 300h F 스포츠를 추가해 라인업을 강화했다. / 한국토요타자동차

◇ 렉서스, 하이브리드 인기 여전… 다시 한 번 ‘월 1,000대’ 가능할까

렉서스는 한때 불어닥친 노재팬 열풍에서 벗어난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렉서스의 간판 모델 ES는 최근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새롭게 출시하면서 F 스포츠 트림을 추가로 도입해 판매를 시작하면서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렉서스 ES는 하이브리드 단일 모델 ES300h만 국내에 도입돼 판매하고 있음에도 지난 2015년부터 꾸준히 연간 5,000대 이상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19년 하반기 한일 정부 간 외교 갈등이 빚어진 후 2020년 ES 모델의 판매도 하락세를 보이긴 했으나 5,732대가 판매되며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후 올해는 7세대 ES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지난 9월말 국내에 출시하면서 다시금 소비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9월말 출시된 7세대 ES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10월과 11월 두 달 동안 판매 실적은 1,224대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9월 기간 동안 판매된 기존 ES 판매실적(4,890대)과 비교 시 월 평균 약 70대 정도가 늘어난 수치다.

렉서스 ES 모델은 전성기 시절 월간 판매대수가 1,000대를 육박하는 인기 모델 중 하나로 꼽혔다. 당시에는 ‘강남 쏘나타’라는 별명이 따라 붙기도 했다. 준대형 세단의 넓은 실내 공간과 부드러운 승차감, 럭셔리한 실내외 디자인을 갖췄음에도 20㎞/ℓ에 육박하는 연료효율로 가성비 고급 세단으로 명성을 떨쳤다.

최근에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지만, 여전히 하이브리드 모델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으며, 렉서스의 한국 시장 판매를 견인하는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올해 렉서스가 한국 시장에서 1∼11월 기간 기록한 성적은 총 8,994대인데, 7세대 ES 모델(페이스리프트 포함)이 약 68%를 차지한다. 나머지 32%는 플래그십 세단 LS와 SUV 모델 RX·NX·UX 3종, 그리고 CT 및 LC·RC, 그리고 단종된 IS 모델 등이 차지하고 있다.

렉서스 ES300h는 지난달 698대가 판매되며 단일 트림 기준 수입차 판매 1위 자리에 올랐다. 2017년 7월 이후 4년 만이다. 또 수입 하이브리드 모델 중에서도 2위인 볼보자동차 XC40 B4 AWD 모델(497대)보다 200대 이상 더 판매되며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1위에 올랐으며, 10월과 11월 두 달 연속 하이브리드 왕좌를 지켰다.

렉서스가 신차 및 트림 추가 투입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뉴 RX450h F 스포츠. / 한국토요타자동차
렉서스 ES 모델 외에도 SUV 라인업도 국내 시장에서 준수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사진은 렉서스 뉴 RX450h F 스포츠. / 한국토요타자동차

ES 외 렉서스 SUV R·U·N 3종의 지원사격도 꾸준하다. 렉서스 SUV 모델 3종 중 준대형 모델 RX는 지난달 기준 올해 누적 판매대수 1,030대를 기록했으며, 준중형 UX는 950대, 중형 NX는 637대 등을 기록 중이다. UX는 12월 판매 실적을 포함하면 올해 1,000대 이상 판매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렉서스가 올해 수입차 1만대 클럽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1,006대 이상을 판매해야 하는 점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12월 1,000대라는 실적이 완전 불가능한 것도 아닌 것이 렉서스의 올해 5∼7월 실적은 각각 1,007대, 1,055대, 1,027대 등 3개월 연속 1,000대를 기록한 바 있다. 그나마 다른 수입차 브랜드에 비해 계약 후 출고까지 소요되는 시일이 짧다는 점은 렉서스에게 있어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말 렉서스의 저력이 빛을 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앞서 지프 및 렉서스 두 브랜드와 함께 1만대 클럽 진입 가능성이 거론되던 쉐보레는 하반기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인해 판매량이 하락했고, 사실상 1만대 클럽 진입은 어려워 보인다. 포르쉐 역시 일찌감치 1만대 클럽 진입이 불투명해졌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