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조현범 시대’를 본격화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파업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 ‘조현범 시대’를 본격화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파업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 사상 초유의 파업사태가 어느덧 20일을 훌쩍 넘기고 있다. 양측의 입장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12월 중순에 이르면서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형제 간 갈등 속에 본격화한 ‘조현범 시대’가 출발부터 얼룩지고 있는 모습이다. 

◇ 20일 넘긴 초유의 파업사태, 노사갈등 해 넘길까

11월 들어 부분파업에 나섰던 한국타이어 노조가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한 것은 지난달 24일이다. 이는 한국타이어 사상 초유의 파업 사태다. 한국타이어는 1941년 창립해 1962년 노조가 설립됐는데, 그동안 단 한 차례의 파업도 없이 노사화합의 모범사례로 꼽혀온 바 있다.

한국타이어를 초유의 파업사태로 몰고 간 것은 임단협을 둘러싼 노사갈등이다. 한국타이어 노사는 지난 8월부터 임단협 협상에 돌입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왔다. 노조는 지난해 임금이 동결되는 등 최근 임금 인상률이 저조했다며 10.6% 인상을 요구한 반면, 사측은 업황 등을 이유로 절반 수준을 제시했다.

노조가 사상 첫 파업이란 강수를 둔 뒤에도 양측은 평행선을 이어가고 있다. 파업 돌입 이후 두 차례 교섭이 있었지만, 여전히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특히 한국타이어 사측은 파업 돌입 사흘만인 지난달 26일,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직원들에 대해서도 휴업조치를 단행하며 ‘셧다운’에 돌입한 상태다.

그 사이 한국타이어 노조의 전면파업은 어느덧 20일을 넘겼다. 또한 12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자칫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이처럼 사태가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선 대리점에선 물량 확보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고 있다.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된 만큼, 자칫 수출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타이어는 최근 선복부족 문제로 수출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재고가 쌓인 바 있는데, 이번엔 파업사태로 인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를 마주하게 된 모습이다.

무엇보다 이번 파업사태는 시기적으로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한국타이어는 최근 형제간 갈등을 표출하며 그룹을 장악한 조현범 사장이 올해 들어 자신의 입지를 더욱 강화했다. 

2019년 11월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는 등의 비리 혐의로 구속되며 위기를 마주한 조현범 사장은 지난해 1심 및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직을 내려놓은 그는 돌연 부친 조양래 회장으로부터 그룹 지주사 지분을 모두 넘겨받아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이에 누나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과 형 조현식 부회장 등이 반발해 형제 간 갈등이 불거졌고,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 절차까지 개시됐지만 조현범 사장은 더욱 그룹을 장악해나갔다. 특히 지난 3월 조현식 부회장이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 직을 내려놓으면서 앞서 지난해 11월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에 올랐던 조현범 사장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진 바 있다.

즉, 올해는 조현범 사장이 지주사 단독 대표이사에 등극하며 자신의 시대를 열어젖힌 첫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사상 초유의 파업사태가 불거지고 장기화하면서 ‘조현범 시대’는 출발부터 얼룩지게 됐다. 가뜩이나 비리 범죄와 오너일가 간 갈등으로 뒤숭숭한 가운데 그룹 수장 자리를 꿰찬 조현범 사장이 또 하나의 오점을 남기게 된 모습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