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4일(현지시각) 호주 시드니 총리 관저에서 열린 총리 내외 주최 친교만찬에 앞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내외와 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호주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4일(현지시각) 호주 시드니 총리 관저에서 열린 총리 내외 주최 친교만찬에 앞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내외와 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3박 4일 호주 국빈방문은 전기차·2차전지 등 미래 산업에 필요한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를 위한 ‘경제 외교’로 평가할 수 있다. 또 올해 수교 60주년을 맞는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것은 한국 입장에서 호주도 중요도가 높은 국가가 됐다는 의미기도 하다. 다만 문 대통령이 순방을 간 동안 국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 귀국 후 이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 ‘경제외교’가 호주 순방의 목적

문 대통령의 이번 호주 순방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호주 수도 캔버라에서 모리슨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확대 등 총 4건의 업무협정(MOU)을 체결했다. 14일에는 호주 최대 경제도시 시드니로 이동해 호주 기업인 대상 핵심광물 공급망 간담회에 참석해 공급망 안정과 탄소중립을 위한 양국 기업인들의 협력 지원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의 외교 일정 중 두 번이나 포함된 것이 ‘핵심광물’ 관련 일정이었다. 나머지 일정은 외교 관례상 국빈 방문에 따라 이어지는 필수 행사라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귀국길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구 남반구, 우리와 계절이 정반대인 호주를 방문한 것은 광물과 희토류 공급망 협력과 방산 협력을 위해서다”라고 언급할 만큼, 이번 순방에서 중점을 둔 것은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였다. 

문 대통령이 핵심광물 공급망 확대에 주력한 것은 글로벌 탄소중립 추진에 따라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2040년까지 전기차 관련 소재의 경우 리튬은 42배, 흑연 25배, 코발트 21배, 니켈 19배, 희토류 7배 이상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는 한국의 8번째 교역 대상국인 동시에 광물자원 수입 1위 대상국이다. 한국은 호주의 4번째 교역 대상국으로 상호 간 광물자원 수·출입 무역 의존도가 크다. 

특히 양국의 올해 교역액 중 광물 비중이 45%일 정도로 호주는 자원이 풍부한 국가다.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MOU 내용을 살펴보면 △핵심광물 부문 연구개발·인적 교류·공동사업 △한·호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대화 개최 △정부기관·기업·연구기관·금융지원 기관 등의 핵심광물 공급망 관련 상호 정보 교류 및 투자활동 촉진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우리나라는 수소차, 연료전지 등 수소 활용 산업에 강점이 있어 양국이 서로 힘을 합치게 되면 협력 시너지는 상당할 것”이라며 “이번에 체결된 MOU를 바탕으로 수소공급망, CCUS, 저탄소철강 등 3개 분야에 대해서 장기적인 기술 개발을 공동 지원해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향후 개발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 13일 오전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귀국길이 편치 않는 문재인 대통령

그러나 귀국길에 오른 문 대통령 앞에는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 때문인지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순방 시기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귀국 후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우선적으로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호주 현지에서도 국내 주요 현안을 보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문 대통령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추가적인 방역 강화 조치를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15일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 확진자는 7,850명을 기록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집계된 위중증 환자는 964명으로 이틀 연속 900명대를 돌파했다. 위중증 환자는 지난 8일 840명 이후 엿새 연속 800명대를 기록하다 전날 처음 900명대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신규 사망자는 70명으로, 역대 3번째로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강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코로나19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어렵게 시작한 단계적 일상회복을 되돌려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에 혹시 코로나 상황이 엄중해져서 거리두기가 강화되면 자영업자, 소상공인에 제한이 있을 거 아닌가”라고 언급해 방역조치 강화를 시사했다. 

◇ 호주 방문으로 관심 쏠린 ‘중국과의 관계’

또 문 대통령의 이번 호주 방문으로 인해 향후 대중(對中) 관계 설정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호주 역시 중국과 불편한 관계에 놓인 국가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의 동참을 검토하지 않는다 했지만, 향후 미국이 노골적으로 동참 압박을 가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에 따르면, 아직은 미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로부터도 보이콧 동참 권유를 받은 적은 없다. 

문 대통령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이어진 중국의 경제 보복, 직전 대회(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국 지위,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 추진 등의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에 유보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이번에 채택한 ‘한·호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공동성명’에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목적의 외교적 수사이자, 반대로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국제법 준수에 따른 분쟁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표현이 담겼다. 

중국 견제에 직접 동참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중심의 사안별 가치는 공유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갈등하는 문제와 경쟁하는 문제, 협력해야 할 분야가 (따로) 있다”면서 “조화롭게 관리해 나가겠다”고 한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