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그룹의 2022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가 회장으로 승진했다. /사진=뉴시스·한국앤컴퍼니 /그래픽=권정두 기자
한국타이어그룹의 2022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가 회장으로 승진했다. /사진=뉴시스·한국앤컴퍼니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이제는 ‘회장’이다. 한국타이어그룹 오너일가 3세 차남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가 단숨에 그룹 회장 자리까지 꿰찼다. 비리 범죄, 가족 간 갈등, 노사갈등 등 뒤숭숭한 가운데서도 ‘마이웨이’를 이어가며 그룹을 완전히 장악한 모습이다. 하지만 여러 리스크가 산재해있는 만큼, 우려의 시선도 가시지 않고 있다.

◇ 2년 전엔 구치소, 올해는 ‘회장’ 승진

한국타이어그룹은 지난 22일 2022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에서 단연 눈길을 끈 것은 조현범 대표다. 지주사 한국앤컴퍼니와 핵심 계열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서 사장 직함을 달고 있던 그는 이번 인사를 통해 단숨에 회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그야말로 거침없는 행보다. 조현범 신임 회장은 오너일가 3세 중에서도 차남이자 막내다. 또한 불과 2년 전 이맘때에는 구치소에 수감돼있었다. 그런 그가 그룹 수장 자리에 등극하며 단독경영 체제를 확고히 다진 모습이다.

조현범 회장은 당초 형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과 함께 형제경영체제의 후계구도를 형성해왔다. 그런데 2019년 11월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고, 지난해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맡아왔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자리를 내려놓으며 입지가 위축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조현범 회장은 이후 부친 조양래 명예회장이 보유 중이던 지주사 지분을 모두 넘겨받으며 그룹 최대주주 지위를 손에 넣었다. 또한 지난해 11월 한국앤컴퍼니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이후 지난 4월 조현식 부회장이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으면서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형제간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조현범 회장의 누나이자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던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조양래 명예회장이 조현범 회장에게 지분을 넘긴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고, 조현식 부회장도 여기에 합세했다. 결국 조양래 명예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 절차가 개시돼 현재 진행 중에 있다.

또한 조현식 부회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를 주주제안으로 추천하며 선임 시 자신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결과적으로 해당 후보는 사외이사에 선임됐고, 이후 조현식 부회장은 약속대로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이어 이번 인사에서 고문으로 자리를 옮기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처럼 조현범 회장은 최악의 위기상황을 딛고 단숨에 그룹을 장악해왔으며, 이번 회장 등극으로 ‘조현범 시대’를 완성한 모습이다.

조현범 한국타이어그룹 신임 회장은 현재 형제들과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뉴시스
조현범 한국타이어그룹 신임 회장은 현재 형제들과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뉴시스

◇ 갈등, 또 갈등… ‘험로’ 예고

하지만 조현범 회장의 이러한 행보는 적잖은 우려 또한 낳고 있다.

먼저, 그가 지니고 있는 도덕성상의 큰 하자와 여러 논란을 뒤로한 채 그룹을 장악해온 일련의 과정이 최근 강조되는 ‘ESG경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조현범 회장은 협력업체로부터 납품을 대가로 매달 수백만원씩 무려 10년에 걸쳐 6억여원의 뒷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비리범죄 과정에서 유흥업소 여종업원 아버지 명의의 차명계좌를 활용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죄질이 더욱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조현범 회장은 이러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의 형이 확정된 지 1년 밖에 되지 않았다. 이 기간에도 그는 자숙은커녕 경영권 강화에 몰두해왔다.

뿐만 아니다. 조현범 회장은 납품업체에 대한 갑질 논란과 관련해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돼 출석요구를 받았다. 하지만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자신은 대주주일 뿐 실제 업무는 맡고 있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 그는 출석을 거부하기 불과 일주일 전 프로야구 경기장 관중석에서 포착된 바 있다. 이에 국회에서는 “국회가 야구장만 못하다는 것이냐”는 의원들의 질타가 나오기도 했다.

예사롭지 않은 노사관계의 변화도 간과할 수 없는 리스크로 꼽힌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올해 사상 첫 전면파업이란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기존의 간선제였던 노조위원장 선출방식이 직선제로 바뀐 뒤 처음으로 선출된 노조위원장 체제에서 파업사태에 이른 것이었다.

이 같은 사태는 최근 임단협 타결로 일단락 됐으나, 합의 과정 및 내용을 둘러싸고 거센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임단협 타결을 직권으로 최종 확정한 노조위원장이 노조 반발 속에 해임된 것이다.

한국타이어그룹은 이전까지 오랜 세월 무분규 전통을 이어왔지만, 회사 차원에서 노조활동을 철저히 관리한다는 의혹 및 논란 또한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를 기점으로 노사관계에 중대 변수들이 등장하며 균열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처럼 민감한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조현범 회장은 높아진 위상만큼 어깨 또한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조현범 회장과 한국타이어그룹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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