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중고차시장을 둘러싼 논란이 예사롭지 않다. 완성차 대기업에 대한 개방 여부가 또 다시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이해관계자들의 공방은 물론 사회적 차원의 갑론을박도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을 지켜보면, 불과 몇 년 전 시끌벅적했던 택시업계가 떠오른다. 카풀서비스와 ‘타다’를 비롯한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택시업계는 거센 소용돌이에 휩싸였었다.

기존 택시에 불만이 많았던 소비자들은 환호했다. 반면, 택시기사들은 거세게 반발하며 대규모 시위에 나섰고, 분신사태까지 발생했다. 지금의 중고차시장 논란도 마찬가지다. 상당수 소비자들은 완성차 대기업의 시장 진입을 바라고 있지만, 기존 업계 구성원들은 이를 결사반대한다.

몇 개월 전, 기자는 택시를 이용하다 새삼스러운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늦은 밤, 집 근처 멀지 않은 곳에 잠시 볼일이 있어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호출해 이동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잠시 신호대기 중 기사 분께서 “괜찮으시다면 내리신 뒤에 좋은 평가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택시를 호출한 장소는 골목길이었고, 이동거리는 1km 남짓이었다. 예전이었으면 택시를 잡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고 설사 조금 큰 길로 나와 택시를 잡더라도 승차거부를 걱정해야 했다. 다행히 승차를 허락(?) 받아도 괜스레 불편한 마음이 들고, 특히 현금을 준비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날은 호출한 위치로 도착한 택시에 탑승해 목적지를 말할 필요도 없었고, 등록된 카드로 자동 결제됐다. 또한 불편한 마음이 들기는커녕 오히려 기사 분으로부터 정중한 부탁을 받기까지 했다. 

앞서 택시는 오랜 세월에 걸쳐 소비자들의 신뢰를 스스로 훼손시켜 왔다. 물론 모든 택시기사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승차거부, 불친절, 난폭운전, 돌아가기 등이 적지 않게 발생하면서 이미지는 점점 더 악화됐다. 그리고 이러한 고질병을 치료한 것은 결국 외부의 충격이었다.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가 대거 등장하면서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 품질 향상이 이뤄진 것이다.

지금의 중고차시장도 소비자들의 신뢰가 크게 무너져있는 게 현실이다. 업계 차원의 자정노력이나 제도적 보완 등을 통한 개선도 가능하겠지만, 신속하고 확실한 변화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택시업계가 그랬듯, 문제 해결만 놓고 보자면 역시 외부 충격요법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그렇다고 완성차 대기업에게 중고차시장 문을 무작정 활짝 열어주자는 것은 아니다. 일련의 변화 이후 택시업계는 분명 서비스품질이 크게 향상됐지만, 또 다른 부작용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신규 모빌리티 업체들의 힘이 점점 더 비대해지면서 택시기사들이 종속되는 구조적 문제가 심화되고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요금 부담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중고차시장을 완성차 대기업에게 개방하는 것 역시 이와 유사하게 다양한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오랜 세월 굳어진 고질병을 깨트리는 데에는 약효가 있을지 몰라도, 만병통치약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고차시장 개방은 시장의 질서 및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물론, 탄탄한 상생구조가 형성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각자의 계산기만 두드려서는 병을 고치려다 또 다른 병을 얻을 수 있다. 건강한 시장이 결국 모두에게 이롭다는 대전제 아래 지혜와 기술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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