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지난 12월 2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모 최 모씨가 통장 잔고증명을 위조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네. 재판부는 “위조한 잔고 증명서의 액수가 거액이고 수회에 걸쳐 지속적으로 범행했다”면서 “(위조된) 잔고증명서를 증거로 제출해 재판 공정성을 저해하려 했다”고 유죄 선고 이유를 밝혔더구먼. 최 모씨는 지난 7월에도 의료인이 아닌데도 요양병원을 세운 뒤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9000만원을 불법 수령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었지. 당시 재판부는 "요양병원 개설·운영에 깊이 관여하고 요양급여를 편취한 혐의가 모두 인정"되며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을 악화시키고 가입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 법정구속까지 했었네. 이번에는 나이와 건강 상태, 요양 급여 불법 수령 사건의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어.

최 모씨가 경기도 파주시에 요양병원을 개설해 운영하고,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땅을 매입하기 위해 통장잔고증명서를 위조해서 사용했던 때가 2013년이었더군. 1946년에 태어났으니 그때 이분 나이가 만 67세야.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노인’이었지. 게다가 그분의 딸인 김건희씨가 2012년 3월에 윤석열 검사와 결혼한 것을 보면 꽤 부유한 집이었던 것은 확실해. 그런 노인이 왜 저런 부끄러운 짓을 했을까. 23일 선고공판을 취재했던 한 신문 기자의 최 모씨 기록일세. “최씨는 실형이 선고되자 충격을 받아 어지러운 듯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으며, 제대로 걷지를 못해 잠시 법정 방청석에 누워 안정을 취한 뒤 퇴정했다.”

노년을 어떻게 살아야 잘 늙는다는 말을 들을까? 사람은 누구든 나이가 들면 늙고, 늙으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기능이 떨어진다는 걸 솔직하게 인정해야 하네. 자신은 젊은이 못지않게 심신이 건강하다고 말하는 건 일종의 오기일세.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은 나이 들면 새로 태어나는 세포들보다 죽는 세포가 더 많아져. 그래서 기능에 문제가 생기지. 생로병사는 생명 있는 것들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야. 그래서 나이 들면 곱게 늙는 연습이 필요한 걸세. 세속적인 욕망들 하나하나 줄이고 버리는 연습을 해야 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불행하게도 자신이 영원히 살 것으로 착각하지. 그래서 계속 더 벌고 모으려고만 해. 아마 윤석열 후보 장모 최 모씨도 자기가 노인이라는 걸 잊고 있었을 거야. 그러니 법을 어기고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더 많은 재산을 모으려고 했겠지. 노년을 잘못 살았던 거야.

노인이 되면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게 젊었을 때처럼 많지 않네. 물론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야. 그래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소욕지족하면서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 수 있네. 노자도 『도덕경』에서 말했지. “지족(知足)이면 불욕(不辱)이요, 지지(知止)면 불태(不殆)하여 가이장구(可以長久)니라”라고.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아서 오래 몸을 지탱할 수 있다는 뜻이야. 주위를 둘러보게. 최 모씨처럼 지족할 줄 모르고 욕심 부리다 큰 화를 당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일 걸세. 지족(知足)하고 지지(知止)하지 못해서 말년에 수모를 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워. 꼭 그렇게 살아야만 했는지 물어보고 싶기도 하고.

노인이 되어서도 세속적인 욕심 버리지 못하고 더 많이 갖겠다고 발버둥치고 있는 염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김종해 시인의 시 <옷에 대하여 – 자화상을 보며>를 들려주고 싶네. “아침에 어머니가 지어주신 옷/ 해 지기 전까지/ 입고 있었는데/ 일생의 옷 벗으매/ 내 안에 마지막 남은 것이/ 비로소 보인다/ 구름 한 벌, 바람 한 벌,/ 하느님 말씀 한 벌!”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게 우리 인생임을 잊지 말게. 경허 스님의 선시에 나오는 무사유성사(無事猶成事)라는 구절이 생각나는구먼. 자네나 나나 이제 일 없음을 일로 만들어 청빈(淸貧)의 풍요를 누리며 살 나이일세. 또 한 해가 가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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