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꼴찌는 면했지만… 벤틀리·람보르기니보다 성적 저조
부분변경 모델 투입도 역부족… 험난한 럭셔리 전기차 브랜드 전환
전동화에 집중, 3년간 신차 투입 계획 없어… 랜드로버 역할 막중

재규어 XF가 올해 하반기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뉴 XF(왼쪽)로 새롭게 돌아온다. / 재규어랜드로버<br>
재규어 브랜드가 올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앞서 출시한 뉴 재규어 F-페이스(오른쪽)는 신차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출격을 준비하던 뉴 XF(왼쪽)의 출시는 내년으로 연기됐다. / 재규어랜드로버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재규어 브랜드가 힘을 못 쓰고 있다. 신차도 없는 가운데 라인업까지 축소해 소비자들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선택지가 줄어든 만큼 실적이 부진한 모습이다. 이러한 재규어를 두고 일각에서는 철수설이 피어나기도 하는데, 반대로 브랜드의 럭셔리화와 전기차 브랜드를 동시에 이룩하기 위한 시발점이라는 평가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측은 철수설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라 향후 재규어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재규어 브랜드의 올해 한국 시장 성적표는 지난 11월까지 총 304대를 판매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회원사 브랜드 중에서는 롤스로이스(211대) 다음으로 적게 판매된 브랜드로, 사실상 1대에 수억원을 호가하는 롤스로이스를 제외하면 꼴찌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동기간 럭셔리카 브랜드 마세라티는 730대, 벤틀리는 484대를 판매했으며,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는 323대 등을 판매해 재규어를 앞질렀다. 아직 12월 판매 실적이 집계되지는 않았으나, 이와 무관하게 현재 재규어가 처한 상황이 힘겹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재규어는 앞서 국내 시장에서 XE·XF·XJ 세단 3종과 E-페이스·F-페이스 SUV 2종, 그리고 I-페이스 전기차와 F-타입 스포츠카까지 7종의 라인업을 구성해 판매를 이어왔으나, 올해 상반기 라인업을 축소하고 나섰다.

올해 국내에서 판매가 잠정 중단된 모델은 XE와 XJ, 그리고 E-페이스까지 3종이다.

플래그십(기함급) 세단 XJ는 앞서 지난 2019년, 재규어랜드로버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단종을 결정하고 전기차로 전환에 돌입한 바 있다. 이후에는 주문건 및 잔여 물량 소진만 했으며, 올해 XJ는 국내에서 지난 1월 2대 판매를 끝으로 단종됐다.

엔트리급 세단 XE와 SUV E-페이스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여전히 판매를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국 시장에서만 잠정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두 모델은 재규어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모델로 한때 각광을 받긴 했으나, 비슷한 가격대의 독일 브랜드 차종에 밀리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특히 E-페이스는 국내 시장에서 그나마 재규어의 판매를 이끌던 모델이었음에도 판매가 중단된 모습이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측에 따르면 완전히 단종은 아니며, 코로나19로 인한 공장 가동 및 반도체 수급 등의 영향으로 잠시 판매를 중단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재규어 코리아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XE 모델은 카테고리에서도 삭제를 해 단종을 결정한 것으로 보이는데, E-페이스는 여전히 존재해 완전히 판매를 접은 것은 아니며 재판매 가능성을 열어뒀다.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2016년 국내에 출시된 재규어의 첫 SUV 모델 F-페이스(윗줄)와 올해 6월 출시된 F-페이스 페이스리프트 모델(아랫줄)은 외관에서 달라진 점을 찾기가 힘들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모델이 구형 모델과 외관에서 차이가 거의 없어 신차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재규어의 라인업을 축소한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올해 재규어의 신차로 스포츠카 F-타입과 중형 SUV F-페이스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각각 1월과 6월에 출시했다. 신차라고는 하지만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이 아닌 만큼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다.

일반 소비자들이 그나마 관심을 가질 만한 모델은 중형 SUV 뉴 F-페이스인데, 올해 6월 이후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판매 실적은 63대다. 사실상 신차 효과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구형 모델 판매 실적 31대를 포함하면 총 94대로, 지난 11월까지 월 평균 10대 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 연초 간담회에서 올해 하반기 출시를 예고한 준대형 세단 뉴 XF의 소식은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뉴 XF 카테고리가 존재하는데, 사전 계약은 별도로 진행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뉴 XF 국내 출시가 늦어지는 이유도 글로벌 시장의 반도체 이슈 및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물량 수급 영향으로 보인다.

내년 뉴 XF의 국내 출시를 끝으로 현재 국내에 판매를 하고 있는 재규어 모델들의 후속작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재규어 브랜드의 내연기관 모델 신차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 보도에 따르면 필립 로브레히트(Philippe Robbrecht) 재규어랜드로버 프랑스 사장은 “재규어는 100% 전기차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2025년까지 신차를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며 “재규어는 더 이상 아우디·BMW·메르세데스-벤츠(알파벳 순) 트리오와 동급이 아닌 벤틀리 또는 포르쉐 등과 경쟁하도록 설계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규어 뉴 F-페이스 등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외관보다 실내의 변화가 크다. 사진은 재규어 신차에 적용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피비프로(PIVI PRO).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재규어 뉴 F-페이스 등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외관보다 실내의 변화가 크다. 사진은 재규어 신차에 적용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피비프로(PIVI PRO).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현재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로빈 콜건 대표도 앞서 올해 3월 기자간담회에서 브랜드 전동화를 이룩하기 위해 재규어 브랜드는 오는 2025년까지 럭셔리 순수 전기차 브랜드로 재탄생할 것임을 천명한 바 있다. 티에리 볼로레 재규어랜드로버 최고경영책임자(CEO)도 동일한 입장을 지난 2월 밝혔다.

재규어는 럭셔리 순수 전기차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기존에 개발 중이던 플래그십 세단 신형 XJ와 대형 SUV J-페이스 프로젝트도 폐기했다. J-페이스는 랜드로버가 사용하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될 예정으로 알려졌으나, 프로젝트 폐기와 함께 재규어는 재규어만의 전동화(EV) 전용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규어의 EV 전용 플랫폼은 지난달 랜드로버가 국내에서 공개한 올 뉴 레인지로버에 사용된 신형 MLA-Flex 플랫폼과도 완전히 다르다. 랜드로버의 MLA-Flex 플랫폼은 재규어랜드로버의 ‘리이매진’ 전략에 따라 개발된 플랫폼으로, 향후 출시되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및 EV 모델을 모두 커버할 수 있어 범용성이 크지만, 재규어는 이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고 랜드로버와도 차별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가운데 재규어 브랜드가 한국에서 지속적인 판매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랜드로버의 역할이 중요해보인다. 현재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영업망은 전국에 전시장 21개·서비스센터 24개·인증중고차 전시장 7개 등을 갖추고 있다.

21개의 전시장에서는 재규어와 랜드로버 차량을 함께 취급하고 있다. 딜러사 입장에서는 재규어나 랜드로버 둘 중 어느 하나라도 꾸준히 판매가 이뤄진다면 영업이나 매출에는 큰 지장이 없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입장에서도 현재 두 브랜드의 영업망을 분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 브랜드만 철수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랜드로버 브랜드의 상황도 썩 좋지만은 못해 2022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및 딜러사의 실적 개선을 위한 아이템이 필요한 상황이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관계자는 “재규어 브랜드의 신차 계획이나 PHEV 모델 출시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신형을 내년에 출시하고, 하반기에 SV모델, 그리고 PHEV 모델을 2023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