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상반기, 日 노선 국제선 운항편 최다… 탑승률도 90% 육박
노재팬 후 여객 감소… 韓·日, 외교갈등 후 상호 무비자 입국제한
현재 日 노선 제한적 운항, 정부 차원 해결 필요… 외교부 “항상 노력 중”

국내 항공사들이 2분기 줄줄이 적자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국내 항공사들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일본 노선의 정상화 없이는 수익을 보장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항공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해 힘겹게 버티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이 되더라도 일본 노선의 정상화 없이는 국내 항공업계의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일 갈등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현재 항공업계의 국제선은 얼어붙었다.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져나간 것이지만, 이 외에도 지난 2019년 한국과 일본 정부 간의 외교갈등 문제도 함께 엮여 있다.

우리나라 국적항공사들 중 저비용항공사(LCC) 및 지역항공사는 대형항공기 도입이 쉽지 않아 사실상 가까운 해외 노선을 많이 개척해 운항을 해왔다. 그 중 한 곳이 일본이며, 국내 LCC가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일본 노선은 비행 거리와 시간이 짧아 다른 국가의 노선에 비해 수익률이 높으며, 영업이익 측면에서 기여도가 높다. 항공편 운항 시간이 4시간을 초과할 경우에는 교대 근무를 위해 운항 및 객실승무원이 추가 배정돼야 하며, 항공사 입장에서는 고정비 지출이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일본 노선은 대부분이 2시간 내외 수준이며, 상대적으로 먼 오키나와 노선도 3시간 이내로 지출을 최소화하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국내 LCC들은 일본 주요 노선인 도쿄·오사카·후쿠오카·삿포로·나고야·오키나와 등 대도시와 휴양지 외에도 기타큐슈·도야마·시즈오카 등 지방 소도시까지 취항지를 넓히며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지난 2019년 6월 전후를 기준으로, 국내 LCC에서 운항한 일본 노선은 △제주항공 22개 △티웨이항공 24개 △진에어 9개 △에어부산 5개 △에어서울 10~11개 등으로 집계됐다. 당시에는 이스타항공도 존재했던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당 일본노선 운항 횟수는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이후 일부 한국인들 사이에서 보이콧 재팬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지만 일본 관광산업에는 큰 타격을 주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픽사베이
지난 2019년 7월 이후 일부 한국인들 사이에서 보이콧 재팬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일본 노선을 이용하는 여객 수가 급락했다. 이에 항공업계에서는 일본 노선 운항을 줄이고 나섰다. / 픽사베이

2019년 당시에는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해 김포·김해·대구·무안·제주 등의 지방 공항에서도 일본을 오가는 노선이 활발히 운항됐다. 당시 일본 노선의 탑승률은 주요 노선과 소도시까지 대부분이 80% 중반 수준을 기록했고, 많게는 86∼90% 이상에 달하기도 했다.

항공포털 통계에 따르면 당시 일본 노선 운항편 및 이용 승객 수는 △2017년 11만2,275편/1,918만863명 △2018년 12만3,598편/2,147만9,566명 등으로 늘어나는 추이를 보였다. 2019년에도 상반기에는 6만6,080편 운항을 통해 1,128만2,701명의 여객이 일본을 찾았다.

매일 꾸준히 운항되는 일본 노선을 이용하는 승객이 항공편 당 170명 이상인 셈이다. 다수의 항공사에서 운용 중인 보잉737 기재가 180석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치다.

실제로 2019년 상반기 기준 국가별 항공기 운항 편수는 일본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동기간 인천발 해외 노선 여객 수 톱5에는 오사카(167만4,756명)와 도쿄(145만6,710명), 후쿠오카(132만1,299명)가 각각 2·3위와 5위를 차지해 일본 관광객 수요를 입증했다.

그러나 2019년 하반기 들어 운항편이 5만2,066편으로 감소했고, 여객도 767만9,909명으로 크게 줄었다. 상반기까지 항공기 한 편당 평균 탑승객 수가 170명에 달했으나, 하반기 들어 약 147명으로 급감했다. 2019년 7∼8월쯤 한일 외교 관계가 틀어지면서 ‘노 재팬’ 영향이 항공업계를 직격한 것이다.

이에 항공업계는 의사와 무관하게 어쩔 수 없이 일본 노선 운항을 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한일 간의 외교갈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 속에 코로나19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전 세계 각지로 퍼져나갔다.

이에 일본은 지난해 3월초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명목으로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고 나서는 과정에서 한국·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2주간 격리 조치를 취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한국인과 중국인에게 발급한 기존 비자(사증)의 효력을 정지하고, 무비자 입국(사증면제조치)을 중단하기로 했으며 신규 비자도 매우 제한적으로 발급하기로 했다.

이전까지 한국과 일본은 관광 목적 등 여행자에 대해 90일간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도록 상호 사증면제 조치를 해왔는데 이를 정지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한국인 입국을 제한한 것인데, 외교부를 비롯한 국내 정부 기관과 언론 기관은 일본의 이러한 조치를 두고 지난 2019년 촉발된 한국과 일본의 외교갈등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팽배했다. 이에 우리 정부도 일본의 발표가 나온 직후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일본인의 무비자 한국 입국을 제한했다. 상호주의란 상대국의 시장개방 정도에 맞추어서 자국의 시장개방을 결정하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항공업계가 일본 노선 축소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가 한일 외교갈등으로 인해 힘든 가운데 코로나19까지 덮쳐 업황이 최악으로 치닫게 됐다. / 시사위크DB

한국 정부의 이러한 대처에 당시 평가는 엇갈렸다. ‘노 재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던 국민들은 정부의 대처에 긍정적인 평가를 했으나, 항공업계를 비롯해 산업계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 그간 신규로 취항한 일본 노선의 운항이 중단되면 다시 슬롯을 받기가 쉽지 않으며, 양국 간 무비자 여행이 제한되면 인아웃 여객 수요가 모두 제한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중국 주요 노선과 사이판 등의 노선은 항공업계에서 운항을 하고 있으나, 일본 노선에 대해서는 LCC 중 제주항공이 인천∼도쿄·오사카, 진에어가 인천∼후쿠오카 노선을 운항할 뿐 그 외 티웨이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 등에서는 일본 노선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LCC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LCC에서 보유한 기재로는 취항 가능 국가가 제한적인데, 코로나19 이전의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가고 수익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일본 노선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양국의 무비자 입국 제한이 발목을 잡고 있어 현재로써는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더라도 일본 여객 수요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항공업계에서 직접 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며 “정부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해결을 해줘야 항공업계가 다시 정상적으로 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외교부에서는 일본 측과 ‘무비자 입국 제한’을 해결하기 위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외교부 공보팀장은 “무비자 입국 조치 허가 및 제한은 상호주의에 입각한 것이지만, 지난해 일본과의 상호 무비자 입국 제한 조치는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며 “당시에는 일본의 방역 상황이 엉망이었고, 그래서 우리 국민 보호가 우선적으로 방역적 상황을 고려해 일본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 제한을 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무비자 입국 제한 문제는 방역 상황을 고려하면서 풀어가야 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국민의 안전 및 해외출입국 등과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외교부에서 단독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관계부처가 모여 방역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해 어려움이 크다”며 “한일관계 개선에 대해서는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항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항공업계에 대한 문제는 국토교통부 소관이고, 방역과 관련된 문제는 중수본(중앙사고수습본부) 담당이다”면서 “더 자세한 것은 해당 부처에 문의를 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측에서는 “항공사들이 사실 일본 노선 증편을 신청하는데, 막상 신청 후 수요가 없어서 다시 줄여버리는 상황”이라며 “이는 사실상 일본 비자 발급이 제한돼 여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고, 비자 관련 문제는 전적으로 외교부 소관”이라고 답했다. 

한편, 우리나라 국민이 한국 여권을 소지하고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 별도의 비자를 발급 받지 않고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국가의 수는 2021년 10월 기준 190개국이다. 이는 일본·싱가포르(192개국) 다음으로 독일(190개국)과 동일하게 3위다. 한국 여권이 있다면 사실상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를 별도의 비자 발급 없이 입국 허가를 받을 수 있으나 일본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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