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체 3사가 수입차 브랜드에 추월을 허용했다. /뉴시스
국내 완성차 업체 3사가 수입차 브랜드에 추월을 허용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에 생산기반을 두고 있는 국산 완성차 업체 3사가 나란히 수입차 브랜드에 추월을 허용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거듭된 부진과 위기, 혼란 속에 안방을 내주고 있는 모습이다.

◇ 안방 내준 국산차… 수입차는 ‘훨훨’

소위 ‘르쌍쉐’라 불리기도 하는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한국지엠(쉐보레)은 토종 자동차 업체에 뿌리를 두고 있는 국내 완성차 업체다. 비록 지금은 외국계기업들이 주인이지만(쌍용차의 경우 줄곧 외국계기업이 주인이었다가 최근 국내 기업으로의 인수가 추진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산업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은 여전히 크다.

그런데 2021년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국내 완성차 업체 3사가 나란히 수입차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BMW에게 추월을 허용한 것이다.

각 사의 집계를 종합하면,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르노삼성은 6만1,096대 △쌍용차는 5만6,363대 △한국지엠은 5만4,292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대체로 과거에 비해 저조한 실적이다. 반면, 벤츠와 BMW는 국내시장에서 각각 7만6,152대, 6만5,669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나란히 ‘르쌍쉐’를 넘어 현대자동차·기아의 뒤를 이었다.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수입차 브랜드가 판매실적 3위에 오른 것도, 나아가 3·4위를 나란히 차지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 완성차 업체 3사의 거듭된 부진과 수입차 브랜드의 꾸준한 성장세가 뒤얽힌 결과로 풀이된다. 

먼저, 국내 완성차 업체 3사는 최근 수년간 극심한 위기와 혼란을 이어오고 있다.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은 노사갈등과 판매부진의 악순환을 거듭하며 국내시장 라인업 자체가 크게 위축된 상태다. 쌍용차의 경우 노사갈등 없이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재무적 위기 및 ‘모기업 잔혹사’를 끊지 못한 채 결국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이에 반해 벤츠와 BMW는 국내시장 공략에 꾸준히 박차를 가해왔다. 벤츠의 연간 판매실적이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BMW는 한때 화재결함 파문에 휩싸여 휘청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굳건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 역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완성차 업체 3사가 여전히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다, 특히 국내시장에서의 판매실적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자동차산업 전반의 위기와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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