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식품기업 3‧4세가 임원으로 승진하며 경영 일선에 등장했다. 임원 승진과 함께 그룹 내 중책을 맡은 이들에게 경영능력 입증이란 과제도 부여된 상황이다. 사진은 (좌측부터)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기획1팀 경영리더와 신상열 농심 구매담당 상무. /CJ제일제당, 농심

시사위크=엄이랑 기자  식품업계에 세대교체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국내 주요 식품기업 3‧4세가 임원으로 승진,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중책을 맡으며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는 것. 경영 일선에 등장한 만큼 각자 맡은 직책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CJ 4세·농심 3세 첫 임원 승진… 이익률 개선, 신 성장동력 발굴 등 중책

CJ그룹은 지난해 12월 27일 2022년 정기임원인사를 발표하며 53명을 신규 임원(경영리더)으로 발탁했다. 이 가운데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경영리더도 포함됐다. 지난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해 바이오사업팀, 식품전략기획팀에서 근무한 이 경영리더는 지난해 9월 글로벌비즈니스담당으로 미 유명 농구팀과 마케팅 파트너십을 성사시키며 화제에 오른 바 있다.

이 경영리더는 임원 승진과 함께 식품기획1담당을 맡게 됐다. 해당 직책은 해외 식품사업을 담당하는 ‘글로벌HQ’ 산하 식품성장추진실 소속으로, 미주·유럽 등 권역별 성장 전략기획과 함께 식물성 식품사업 등 미래 신 성장동력 발굴 및 실행을 맡게 된다. CJ제일제당은 지난 4일 본사를 글로벌HQ와 국내사업을 담당할 ‘식품한국총괄’로 분리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이 경영리더는 6대 글로벌 전략제품(△만두 △치킨 △김 △김치 △K-소스 △가공밥)을 키우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향후 성과에 따라 이른바 ‘고속’ 승진도 가능한 상황이다. 지난달 CJ그룹은 사장이하 상무대우까지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라는 단일 직급으로 통합했기 때문이다. 직급을 통합하며 CJ그룹은 “역량과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고위직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힌 바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이 경영리더의) 승진은 글로벌마케팅, 사내벤처프로그램 이노백(INNO100) 등에서 성과를 낸 부분이 반영된 결과”라며 “앞으로 자사 핵심 성장요소로 삼은 제품들의 해외시장 규모를 키우는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심 신동원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부장은 지난해 11월 ‘신임 대표이사 내정 및 승진발표’와 함께 상무로 승진했다. 신 상무는 2019년 평사원으로 입사해 경영기획팀에서 기획 및 예산 관련 업무를 맡은 바 있다. 이번 승진과 함께 신 상무는 구매담당 임원으로 선임됐다.

신 상무는 농심 생산제품의 원재료를 조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식품 제조에 있어 원재료 구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이는 매출 대비 이익률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따라서 신 상무는 농심의 이익률과 연관된 중책을 맡아 원재료 수급 현장에 대한 이해도를 넓힐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제조업 기반에서 구매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구매담당 업무는 중요하다”라며 “(신 상무가) 원료 조달 업무수행 과정을 통해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행보에 세간에서는 향후 경영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무수행 과정에서 입증될 경영능력이 향후 승계에 주요 근거 중 하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 상무와 이 경영리더는 신규 임원으로 경영 일선에 첫 받을 내딛은 만큼, 세간의 이목은 더욱 집중될 전망이다.

◇ SPC‧사조 3세, 각각 사장·부회장 승진… 실적 성장 이끌까

한편 SPC그룹과 사조그룹의 3세는 각각 사장,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10년 넘는 기간 동안 그룹에 몸 담으며 경영수업을 받아온 이들은 그룹 내 주요 보직에 오름으로써 경영 능력을 입증할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지난해 12월 27일 SPC그룹 허영인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 글로벌 BU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1일 SPC그룹 지주회사 격인 ‘파리크라상’ 사장으로 취임한 허 사장은 해외 주요시장에서 파리바게뜨 브랜드의 경쟁력을 높인 점과 함께 중국‧동남아 등지에서 다양한 글로벌사업을 지휘하며 성과를 낸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SPC그룹은 이번 인사에 대해 글로벌 사업 강화 및 글로벌 시장경쟁력 확보의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일에는 사조그룹 주진우 회장의 장남 주지홍 부사장이 식품총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주 부회장은 지난 2015년 제분·사료 제조기업 ‘사조동아원’ 경영 정상화에 기여했고, 2019년 그룹 내 2개 대표 계열사 간 합병을 주도하며 그룹 내 경영시스템을 효율화하는데 일조했다. 이번 인사에 대해 사조그룹은 △사업재편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구조 창출 △신제품 개발 및 제품 경쟁력 강화 등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허 사장과 주 부회장은 그룹 경영에 실권을 쥐게 된 만큼 경영능력 입증을 넘어 성과를 보여줘야 할 전망이다. 두 회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위기 속에서도 매출‧영업이익 모두에서 성장을 이뤄낸 바 있다. 다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향후 전망은 불투명해 역 기저효과로 인한 실적 하락의 가능성도 존재하는 상황이다. 허 사장은 글로벌 사업 강화에, 주 부회장은 종합식품기업으로써 역량 강화에 주력할 전망인만큼 이들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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