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도로에서 ‘블랙아이스(Black Ice)’는 공포의 대명사다. 잘 보이지 않는 얼음때문에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첨단 ICT기술들을 이용한 블랙아이스 해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지난 2019년 12월 14일 새벽 상주-영천 고속도로 상하행선에서 연쇄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7명이 숨졌으며 차량 44대가 파손됐다. 당시 소방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참사의 원인은 ‘블랙아이스(Black Ice)’였다.

블랙아이스란 겨울철 교량이나 터널 출입구, 다리 밑, 그늘진 도로 등에 생성된 얇은 얼음층을 말한다. 블랙아이스는 도로 위에 내린 눈이 녹았다가 다시 얼어붙어 생성되는데 검은 아스팔트를 그대로 비치기 때문에 ‘블랙아이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블랙아이스를 운전자가 육안으로 파악하기 매우 어려워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5∼2019년 블랙아이스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는 170명으로 눈길 교통사고 사망자(46명)보다 3.7배나 많았다. 말 그대로 겨울철 ‘도로 위의 저승사자’인 셈이다.

때문에 도로건설 전문가들은 매년 크고 작은 사고를 발생시키는 블랙아이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첨단 ICT기술들이 블랙아이스 사고를 해결할 새로운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지난 2019년 12월 14일 새벽 상주-영천 고속도로 상하행선에서 발생해 7명이 숨진 연쇄추돌참사도 블랙아이스가 원인이었다./ 뉴시스

◇ AI, 노면 상태 분석해 블랙아이스 위험 사전에 알린다

전문가들이 블랙아이스의 해법으로 꼽는 대표적인 ICT기술은 바로 ‘인공지능(AI)’다. AI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도로의 상태를 측정·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블랙아이스를 제거하거나 위험 구간 표시를 해 운전자들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노면 온도 측정 기술’을 살펴보면 그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지난 2019년 12월 공개한 ‘노면 온도 변화 패턴 예측 시스템’은 차량에 부착된 관측장비로 외기온도 데이터를 수집하고,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된 노면 결빙 위험 정보를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기술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팀에 따르면, 시스템에 탑재된 ‘노면 온도 변화 패턴 예측 모형’은 측정한 노면 온도를 플랫폼으로 전송한다. 이와 함께 기상청이 제공하는 날씨정보 등 다양한 조건을 연계해 AI머신러닝 기반 모형으로 노면온도 변화 패턴을 예측한다. 이를 통해 블랙아이스의 생성 가능성 등을 예측하고 통제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또한 AI는 노면 온도 변화 예측뿐만 아니라 도로 위 설치된 ‘스마트 도로조명’을 이용해 도로 위 블랙아이스의 위험 여부를 알려주는 시스템에도 적용된다. 

노면 온도 측정 기술과 마찬가지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스마트 도로조명은 도로 보안등에 CCTV, 레이더 등의 검지기를 탑재한 것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운전자들에게 맞춤형 경고를 표시해준다. 스마트 도로조명은 블랙아이스 뿐만 아니라 횡단보도, 교차로, 어린이 보호구역, 터널구간 등 교통사고 다발지역에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정부 및 연구기관 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도 AI기반의 블랙아이스 해결책을 내놓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인 것은 SK플래닛의 소리 데이터 기반 AI기술을 활용한 ‘도로위험 탐지 솔루션’이다. 

SK플래닛의 도로위험 탐지 솔루션은 AI 딥러닝 및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자동차 바퀴가 노면에 마찰되는 주행 소리 진폭과 주파수 등 데이터를 토대로 노면상태를 분석한다. 이를 토대로 기상 조건에 따라 결빙, 적설, 슬러시, 젖음, 보통 등 단계별 노면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한 정보를 교통 당국과 공유해 시민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AI, 빅데이터, 커넥티드카 등 최신 ICT기술들이 블랙아이스 및 겨울철 교통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위험 정보 다 같이 공유하는 ‘커넥티드카’도 겨울철 도로 안전 핵심 기술

아울러 4차 산업혁명시대 모빌리티 시장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커넥티드카(Connected car)’도 겨울철 블랙아이스로 인한 교통사고 방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커넥티드카는 5G, LTE등의 초고속 통신망이 연결된 자동차로 실시간으로 운전자와 통신해 교통안전을 돕는 IoT기기다.

홍의석 미국 유타대학교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2020년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교통사고제로화 브리프’에 개제한 보고서를 통해 커넥티드카 기술이 겨울철 도로 안전을 향상시키기 위한 해법 중 하나라고 꼽았다. 도로에서 달리고 있는 각각의 차량들이 커넥티드카 기술을 통해 서로 도로 상황 정보를 공유해 블랙아이스 등 겨울철 치명적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날씨정보의 사각지대를 완전히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미국 도로국과 교통부에서는 커넥티드카 기술을 적용한 겨울철 도로 관리 시범사업을 다수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아이오와주 교통부의 경우 제설 차량 운영 시 스마트폰을 사용해 일정한 간격으로 사진을 찍은 정보를 취합해 겨울철 도로 상황을 파악하는 ‘Track a Plow’라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또한 미네소타주 도로국에서는 제설 차량에 무선 송수신이 가능한 카메라를 설치해 도로 기상 정보가 실시간으로 운전자들에게 전달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같은 미국 정부의 노력은 실제 성과로도 이어졌다. 글로벌 토목공학 컨설팅기관 클로지어(Crozier)의 엔지니어 마이클 A. 린튼이 발표한 ‘Connected vehicle solution for winter road surface condition monitoring(2017)’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커넥티드카 기술을 접목한 도로기상 예측 모델은 약 18%가량의 성능이 향상됐다.

홍의석 교수는 “기존의 기상관측소에 의존하던 방식은 고정형 방식이기 때문에 관측소와 관측소 사이 정보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며 “커넥티드카 기술을 탑재한 제설차량이나 고속도로 단속차량을 통해 이동하면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서 보다 촘촘한 날씨정보 구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이동형 관측 장비와 더불어 도로에서 달리고 있는 각각의 차량이 커넥티드카 기술로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하면 날씨 정보의 사각지대를 완전히 해소할 수 있다”며 “겨울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도로의 노면 상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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