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및 비타500 등 주요제품 대부분 고(故) 최수부 작품… 선친 그림자 못 벗어나
2013년 이후 개발실적, Vit.D 결핍치료제 ‘KDBON-302’ 적응증 추가 유일
치매치료 신약 ‘개발 중단’, 비만치료 신약 ‘임상2상 종료’ 후 진전 無
고급 전문인력 영입은 하는데… R&D 투자 저조, 매출 대비 1%대 여전

최성원 광동제약 대표이사가 2018년 신년 워크숍에서 경영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광동제약>
최성원 광동제약 대표이사의 인색한 연구개발 투자로 광동제약이 약 10여년간 신약 개발 실적이 전무하다. 이러한 가운데 최성원 대표는 선친이 남긴 유산으로만 경영을 이어오고 있는 실정이라 선친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 광동제약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최성원 광동제약 대표이사(부회장)는 지난 2013년 선친 고(故) 최수부 창업주(회장)의 타계로 광동제약 사령탑에 올랐다. 올해로 9년째 광동제약을 이끌고 있는 최성원 대표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비판적이다. ‘제약사’라는 타이틀은 내걸고 있으나 신약이나 복제약(제네릭) 연구개발(R&D)에 투자가 인색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최성원 대표 체제 하에서 나온 R&D 결과물이 전무한 상황이라 ‘제약사’라는 정체성이 더욱 희미해지고 있다.

고 최수부 회장이 이끌던 광동제약은 R&D 부문 투자를 통해 다양한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음료 등을 개발해 제약사의 초석을 다졌다. 당시에도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만 놓고 보면 투자 금액이 그리 높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으나, 결과물이 존재했다.

광동제약의 대표 제품으로는 △우황청심원 △경옥고 △침향환 △광동쌍화탕 △비타500 △옥수수수염차 △헛개수 △제주삼다수 등이 있다. 해당 제품들은 모두 최 회장이 생전에 일궈 놓은 작품이다. 제주삼다수 유통계약도 최 회장이 2012년 성사시킨 것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현재 ‘광동제약 하면 떠오르는 제품’은 모두 선친이 남긴 유산인 셈이다.

최성원 대표는 2013년 선친의 갑작스럽게 타계한 직후 지분 상속을 통해 경영권을 물려받게 됐는데, 당시에도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성원 대표의 경영능력이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단지 당시 광동제약 사장직을 맡고 있으면서, ‘창업주의 외아들’이라는 이유로 제약회사의 수장에 올랐다는 것.

실제로 최성원 대표가 경영권을 잡은 후 광동제약이 출시한 신약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제약사는 기업의 특성상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해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R&D에 적극적인 투자를 감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성원 대표는 R&D 투자에 있어 인색한 편에 꼽힌다.

/ 광동제약
‘최씨 고집’이라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킨 광동 우황청심원 광고. 이 광고는 고 최수부 회장(사진)이 직접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 광동제약

2013년 이후 광동제약이 R&D 실적으로 내세울 만한 결과물은 성인대상 비타민D 결핍 치료 합성의약품 ‘비타민D3비오엔주(KDBON-302)’가 유일하다. 이마저도 자체 개발 의약품이 아닌 프랑스 제약사 부카라레코르다티에서 완제품 형태로 수입, 공급하는 비오엔주에 적응증을 추가한 것이 전부다.

더군다나 2010년 8월 개발을 완료해 수년간 시장에 공급하던 ‘에카렉스현탁액(KDM-1001)’은 지난 2019년 판매를 중단했다. ‘에카렉스현탁액’은 기존 위염 치료제를 개량한 급성·만성 위염 신약이다. 

이 외에도 수년간 치매치료제 천연물 신약으로 개발하던 연구과제 ‘KD501’ 신약후보물질과, 과민성 방광치료제 신약 ‘타라페나신ER’은 모두 임상 2상까지 완료하고 제품 개발 및 과제 진행을 보류했다.

비만치료제 신약으로 개발을 진행 중인 연구과제 ‘KD101’ 물질은 10년 전 전임상을 마치고 2016년 임상 1상까지 완료한 후 보건복지부 정부과제에 선정이 돼 임상 2상을 진행했다. KD101 임상 2상은 2020년 1분기 종료됐으나, 여태까지 임상 2b 시험 프로토콜 및 적응증 확대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그나마 지난 2017년 11월에는 미국 제약사 팰러틴 테크놀로지스와 여성용 여성 성욕저하장애 치료제(KD-BMT-301) ‘바이리시’의 국내 독점 라이선스(판권) 계약을 체결 후 가교 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아직 임상 결과 및 출시와 관련해서는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 외에 건강음료 부문에서 비타500 라인업을 △비타500 콜라겐 △비타500 A.C.E △비타500 골드 △비타500 칼슘 △비타500 로열폴리스 △에너지 비타500 맥스 등으로 다각화하는 등 제품개발을 해 온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최성원 대표가 진두지휘해 개발한 제품이 아닌 선친의 작품에서 가지를 친 것에 불과하다.

결국 자체 신약 개발은 고사하고 복제약(제네릭) 개발이나 기술 수입 및 수출(라이선스 인·아웃)을 통한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도 활발하지 않은 만큼 광동제약의 R&D 투자비용이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은 국내 제약업계 중에서도 항상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지난해는 그마나 전년 대비 R&D 비용을 늘리는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지난해 3분기 기준 R&D 투자비용은 87억6,600만원(정부보조금 7,700만원 포함)에 불과하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연결기준 9,774억원인데,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별도기준으로 보더라도 매출 6,136억원의 1.4% 수준에 불과하다.

광동제약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보고서(사업내용)를 통해 국내 제약업계의 시장여건 등을 설명하며 “제약산업은 기술집약적 R&D 투자형의 고부가가치 산업의 특성이 있으며,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상당한 전문성과 기술력이 요구되는 고급 두뇌 의존형 산업”이라며 “신제품 개발 여부에 따라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미래 성장산업으로 분류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제약산업은 전체 제조업 중에서 ‘연구개발비 비중이 높은 산업’으로서 일반제조업의 연구개발비 비중이 매출액의 3∼4%인 반면 제약산업은 ‘10% 이상’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신약개발을 진행 중인 연구 집약적 기업들은 15∼20% 정도(매출 대비)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광동제약은 R&D에 투자를 하지 않는 모습이다.

광동제약이 최근 연구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나섰다. / 제갈민 기자
광동제약이 제약업계의 고급 전문 인력을 영입하고 있으나 결과가 신통치 않다. / 제갈민 기자

광동제약은 그간 국내외 제약업계에서 고급 인력을 수차례 영입해왔다. 의약품 개발 분야 전문가도 속속 영입했다.

영입인사로는 △문성규 광동제약 생산본부장(전무) △박원호 광동제약 전문의약품(ETC) 사업본부장(전무) △구본웅 광동제약 ETC 마케팅부문장(상무) △양용만 광동제약 의약품품질부문장(상무) △배기룡 광동제약 의약사업개발부문장(상무) 등이 있다.

문성규 생산본부장은 1985년 경희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로슈코리아, 한국 롱프랑로라, 한독, 종근당,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 휴온스에서 생산 및 프로젝트 책임자로 30년 이상 근무했다. 문 본부장은 풍부한 다국적제약사 근무 및 약사 경험을 바탕으로 의약품 품질관리 기준(cGMP 및 EUGMP) 등 선진 의약품 품질관리시스템의 전문가로 꼽힌다.

박원호·구본웅·배기룡 이사 3인은 모두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 출신이다. 박원호 전무는 GSK의 백신 공급 계약 관련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광동제약에 제약분야 전문 인력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회사 차원에서 R&D에 투자가 인색해 전문가들도 신약 개발이 쉽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광동제약을 두고 업계에서는 최수부 회장의 ‘한방의 과학화’라는 창업 이념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편, 국내 제약사 중 R&D에 적극적인 한미약품은 지난해 1∼3분기 △매출액 8,527억원 △R&D 1,131억원 △R&D 비중 13.3%다.  대웅제약도 동기간 △매출 8,500억원 △R&D 1,318억원 △R&D 비중 16.9% 등으로 광동제약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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