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 접종 후 ‘길랑바레증후군’ 겪은 환자… 진단서 있어도 접종예외 인정 안 돼
접종 예외 ‘중대 이상반응’인데… 질병청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아니다”
길랑바레증후군은 아데노바이러스백신 부작용… mRNA 백신은 부작용 없을 수도

정부는 상업시설이 불특정 다수가 이용해 코로나19 확산될 수 있다는 미명하에 국민들의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백신패스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신논현역 인근에서 시행된&nbsp;‘소아 청소년 백신패스 반대 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백신패스 반대’를 촉구하는 모습. / 뉴시스<br>
정부는 상업시설이 불특정 다수가 이용해 코로나19 확산될 수 있다며 국민들의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백신패스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11일 서울 서초구 신논현역 인근에서 시행된 ‘소아 청소년 백신패스 반대 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백신패스 반대’를 촉구하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정부와 질병관리청 등 방역 당국은 코로나19의 확산을 억제하고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를 보호하기 위해 ‘방역패스(백신패스)’가 효과적인 정책임을 강조하면서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의학적 사유 등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불가능한 환자들과 그 가족들은 ‘방역패스’가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질병청에서는 지난해 10월말 ‘의학적 사유에 의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외자’ 지침을 고시했으나, 인정 기준이 환자들 위주로 마련되지 않아 개선의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제보자 박모(35) 씨는 지난 2020년 하반기, 독감 백신(예방접종)을 접종한 후 손발저림 현상부터 시작해 숨을 편히 쉬지 못하고, 사지마비·안면마비 부작용이 나타났다. 당시 박씨의 부작용은 백신 접종으로 인한 ‘길랑바레증후군(급성마비성질환)’이라는 게 주치의의 소견이다.

박씨에 따르면 현재 증상이 다소 회복돼 일상생활은 가능하지만 여전히 약간의 손발저림과 근육 떨림의 증상이 남아 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후유증보다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방역패스’가 더 불편하다고 하소연한다. 방역패스가 사회 곳곳에서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국민은 식당이나 카페 등을 이용할 때 눈치가 보이며, 가족들과 외식도 불가능해 불편한 점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박씨는 “당시 담당 의사선생님이 ‘앞으로 백신을 맞으면 안 된다’라고 얘기를 했고, 백신 부작용이 상당히 무서워서 현재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주치의 소견서도 가지고 있어서 지금 정부에서 시행하는 백신패스의 예외자로 인정 받기 위해 알아보니 보건소 측에서는 인정해 줄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보자 박씨가 본지에 제공한 2020년 당시 주치의 소견서에는 ‘2020년 9월 17일 독감예방접종 후 2020년 9월말경부터 진행된 상하지 마비로 내원해 시행한 검사상 상기진단(길랑-바레증후군, 사지마비) 하에 치료를 시행했다. 일련의 과정으로 볼 때 약물부작용으로 인한 질병발생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사료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박씨는 독감 백신 접종 후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인과관계를 인정받고 보상금도 지급받았으나, 현재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외 대상자에는 포함되지 않는 모순을 겪고 있다. / 제보자 박모씨 제공

그러면서 “보건소 측에서는 ‘의학적 사유에 의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외자’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백신을 1차 이상 접종하고 길랑바레증후군 등 중대 이상반응을 겪어야 인정해준다고 한다”라며 “보건소에 문의해보니 질병청의 정책이 그렇다면서, 독감백신 접종으로 길랑바레증후군을 겪은 것으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외자’로 인정해 줄 수 없다고 했다”라고 토로했다.

박씨와 같은 사례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게시물을 통해서도 더 찾아볼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백신패스 예외자 기준을 개선해 주세요’라는 게시물을 작성한 청원인은 “전 2006년에 B형간염주사를 맞고 길랑바레증후군에 걸리고, 아들은 2010년에 독감주사를 맞고 스티븐존슨증후군에 걸려서 대학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며 “아들이 퇴원할 때 의사선생님께서 ‘혹시 모르니까 평생 독감백신을 맞지 말라’고 했었고, 그 이후로 저희 가족은 독감백신을 맞은 적이 없는데,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중에서도 길랑바레증후군과 스티븐존슨증후군이 있어서 현재까지 저랑 애들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예전에 입원했던 대학병원에 가서 백신예외자 진단서 좀 써달라고 의사 선생님께 부탁을 했는데,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에는 길랑바레증후군과 스티븐존슨증후군 부작용이 있지만, 화이자랑 모더나는 없어서 안 된다’고 했다”며 “부작용에 걸렸을 때 아프고 고생했던 것을 생각하면 도저히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용기가 안 난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10월 질병청이 고시한 ‘의학적 사유에 의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외자’ 지침에는 △백신 1차 접종 후 아나필락시스 등 중대한 이상반응이 나타나 접종이 어려운 대상 △면역결핍자 또는 면역억제제, 항암제 투여 중인 환자 △코로나19 국산백신 임상시험 참여자 등이 해당된다.

이 중 백신 접종으로 인한 중대한 이상반응 증상에는 △아나필락시스 △혈소판감소성혈전증 △모세혈관누출증후군 △심근염·심낭염 △길랑바레증후군 등이 해당된다. 하지만 부작용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외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러한 부작용을 겪어야 한다.

즉, 질병청에서는 독감 백신 부작용과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을 별개로 취급하면서 과거 독감 백신 접종 후 중대 이상반응을 겪은 환자들에게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강요하고 있는 모양새다.

사진은 손영래 / 뉴시스
방역당국이 고시한 ‘의학적 사유에 의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외자’ 기준은 국민과 환자 기준이 아닌, 정부의 편의와 국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사진은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이 1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대본 브리핑에서 오는 18일부터 전국 마트·백화점, 학원·독서실, 영화관, 박물관 등에 적용했던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해제한다고 밝히고 있다. / 뉴시스

이와 관련 질병청 대변인은 “방역패스 예외 대상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중대한 이상반응으로 지자체의 접종 금기·연기 통보를 받은 경우에 해당된다”며 “백신별 구성물질이 다르므로, 특정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 발생했다고 해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금기대상자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며,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 발생한 것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금기·연기 사유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여부와 관계없이 코로나19 백신 구성물질에 중증 알레르기 발생 이력이 있다면 의사의 진단서 확인 후 보건소에서 예외확인서 발급이 가능하다”면서 “다만 기타 이유 없이 독감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발생을 이유로 접종을 거부하는 경우, 예외확인서 발급은 불가하며, 방역패스 적용시설 이용을 위해서는 코로나19예방접종 또는 PCR(유전자증폭) 음성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내 한 보건소 관계자도 “길랑바레증후군은 아데노바이러스벡터백신의 부작용 중 하나로, 화이자와 모더나 같은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은 이러한 부작용이 없어서 과거 독감 백신 접종 후 중증 부작용을 겪었더라도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외자 인정은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mRNA 백신인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 한 후 손발저림, 힘빠짐, 마비 부작용 증세로 고통을 받는 환자도 적게나마 보고가 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러한 환자들 역시 백신 접종 예외자로 인정을 받는 사례는 극히 드문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환자들의 생명이나 안전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정부와 방역당국의 기조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기도 하다. 

한편, 현재 정부가 시행 중인 방역패스는 최근 법원의 판결로 기준이 완화돼 백화점과 대형마트, 박물관, 영화관, 독서실, 학원 등에 대해서는 해제됐다. 그러나, 여전히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는 방문자의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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