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 중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식품’은 이제 최신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되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로봇이 해주는 최고급 요리를 가정에서 맛보고, 완벽한 영향 균형과 품질로 자란 식재료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사람이 생활을 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3가지 요소를 우리는 ‘입을(衣) 것, 먹을(食)것, 생활하는(住) 곳’이라고 말한다. 이 중 ‘먹을 것’의 경우 인간의 생명 활동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요소이기 때문에 3요소 중 가장 중요하다고 꼽히기도 한다.

특히 음식은 단순한 생존 요소의 의미를 넘어 현대인에게 ‘삶의 즐거움’ 중 하나가 됐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대표적인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중 하나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거나 먹는 것을 꼽곤 한다.

이처럼 중요한 ‘음식’은 이제 최신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되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로봇이 해주는 최고급 요리를 가정에서 맛보고, 완벽한 영향 균형과 품질로 자란 식재료를 이용할 수 있는 ‘푸드테크’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푸드테크의 가장 대표적인 기술 분야는 ‘스마트팜(Smart farm)’이다. AI와 로봇, 드론 등을 이용한 스마트팜은 기존 농업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식자재를 고품질로 생산할 뿐만 아니라 남획, 토양 오염 등의 환경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Gettyimagesbank

◇ “스마트팜부터 요리까지”… 식탁을 바꾸는 ‘푸드테크’

‘푸드테크(Food-tech)’란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식품산업과 4차 산업기술 등을 적용해 산업 발전 및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술을 말한다. 식품 생산과정에서 로봇 등을 투입해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미래 먹거리 시장의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푸드테크 기술 분야에는 무엇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ICT기술이 접목된 푸드테크가 우리 식품 산업에서 활용될 중심 영역은 크게 △식자재 생산 영역 △조리 기술 영역 △대체식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식자재 생산 영역’은 인공지능(AI)와 로봇, 빅데이터 등 첨단 ICT기술을 활용해 농·수산물 등 식자재를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식자재 생산 영역에서의 대표적인 푸드테크로는 ‘스마트팜’이다.

똑똑한 농장을 뜻하는 ‘스마트팜(Smart farm)’은 농작물과 가축 등을 기르는 농장에서 IT기술을 활용한 ‘지능화’된 농업을 말한다. 기존 농업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식자재를 고품질로 생산할 뿐만 아니라 남획, 토양오염 등 환경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팜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AI를 활용한 자동화시스템 등을 시설원예(비닐하우스, 온실)와 축사, 과수원에 접목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농산물뿐만 아니라 ICT기술로 수산물 양식 효율을 극대화 하는 ‘스마트 양식’도 큰 범주에서는 스마트팜에 포함된다.

푸드테크는 ’조리 기술 영역’에서도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로봇과 AI가 수백만가지의 최상급 레시피를 통해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실제로 로봇이 치킨을 요리하고 있는 모습./ 시사위크 DB

두 번째 ’조리 기술 영역’은 말 그대로 ICT기술을 이용해 최상의 상태로 식자재를 요리하는 것을 뜻한다. 가정용 조리 로봇이 직접 요리를 하거나, AI가 수백만가지 고급 레시피를 이용자에게 전송해주고, 조리 시 온도 및 재료 손질 등을 실시간으로 조언해줄 수도 있다. 

식품 생산 회사에서 대량으로 음식을 생산할 ‘3D 푸드 프린터’ 역시 식품 생산 분야를 획기적으로 바꿀 푸드테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는 3D 푸드 프린터의 식재료 토출 기술이 완벽하지 않은 만큼 당장 상용화가 되기엔 힘들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 각 국가들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및 실증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향후 수익모델의 창출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식품 생산 회사에서 대량으로 음식을 생산할 ‘3D 푸드 프린터’ 역시 식품 생산 분야를 획기적으로 바꿀 푸드테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은 2016년 개최된 한민국 식품대전에 전시된 3D 푸드 프린터의 모습./ 뉴시스

◇ 푸드테크 시장, 400조원까지 성장 예상… 낡은 규제 등은 ‘장애물’

ICT기술이 접목된 푸드테크가 다양한 식품 산업 분야에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시장 규모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산업전망 조사기관 IRS Global은 지난해 6월 발간한 ‘식품·외식산업과 ICT기술의 융복합체인, 푸드테크 사업화 동향과 기술개발 전략’ 보고서에서 세계 푸드테크 시장이 연평균 7%의 성장률을 보이며 오는 2025년 3,600억 달러(한화 약 430조원)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도 글로벌 푸드테크 시장 규모는 오는 2027년 3,420억달러(한화 약 408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즉, 각 조사 기관별 차이는 있으나 푸드테크 시장의 급격한 성장은 공통된 의견이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이달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IT전시회 CES 2022에서는 다양한 요리용 AI가 등장에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며 대중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그중 푸드테크 스타트업 비욘드허니컴이 선보인 AI셰프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AI셰프가 만든 요리를 맛보기 위해 야외 부스에서 줄을 길게 설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세계 최대 가전·IT전시회 CES 2022에서는 다양한 요리용 AI가 등장에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며 대중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사진은 푸드테크 스타트업 비욘드허니컴이 선보인 AI셰프의 요리를 먹기 위해 줄을 선 모습(사진 위쪽)과 AI셰프가 요리한 샌드위치의 모습(사진 아래쪽)./ 비욘드허니컴

IRS Global은 “푸드테크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성장함으로써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부분적으로는 활성화되는 단계까지 와 있다”며 “때문에 푸드테크는 새로운 마케팅전략의 소재로서 현대의 흐름에 부합하여 그에 따른 수익창출을 기대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푸드테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짐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들의 투자 역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의 경우 CES 2022에서 IoT 스마트홈 플랫폼인 ‘스마트싱스’에 AI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싱스 쿠킹’을 선보였다. 스마트싱스 쿠킹은 냉장고에 있는 식자재를 분석해 최적의 레시피를 추천해 준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 역시 스마트팜 사업을 진행하는 등 푸드테크 산업에 본격적인 투자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SK텔레콤에서 분사한 ICT투자회사 SK스퀘어의 경우, 스마트 농업 분야에 농업 혁신기업 그린랩스(Green Labs)에 약 350억원의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ICT분야 전문가들은 국내 푸드테크 산업이 미국, 유럽 등 해외 선진국들과의 경쟁애서 낡은 규제들에게 발목을 잡히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현재 온라인을 통한 식품이나 식재료 거래 등은 오프라인 식품 관련 규제가 그대로 적용되는 등 사업 환경이 전혀 다름에도 불편함이 지속된다. 때문에 신생 푸드테크 스타트업들의 경우, 지나친 규제로 인해 사업 확장이 위축될 수 있다.

장우정 극동대학교 항공운항서비스학과 교수는 ‘세계 푸드테크 산업의 동향과 전망(2020)’ 논문을 통해 “푸드테크는 식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까다로운 규제와 관리가 필수적 요소이긴 하지만 관행적인 규제는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식품의 안전 확보의 보장이 담보된다면 새로운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규제에 대해서는 업계와 정부가 공동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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