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김기현(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욕설 녹취’로 반전을 노리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통화 녹취록 공개로 고조됐던 위기감을 상쇄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도덕성’을 직접적을 겨냥하며 역공의 태세를 이어갔다.

19일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녹취록과 관련해 일제히 맹공에 나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어제 공개된 이재명 후보 통화 녹취록 내용은 대다수 상식 있는 국민들에게 충격 그 자체”라며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참으로 불쾌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 후보가 구사하는 욕설 수준이 한국어로 구사할 수 있는 극악무도한 수준”이라며 “AI에게 딥러닝을 시켜서 훈련을 아무리 시켜도 AI가 이재명 후보자의 욕설을 흉내 내기 불가능하다”고 비꼬았다. 

전날(18일) 해당 녹취록이 공개되자 이 후보는 연신 사과했다. 욕설을 한 데 대한 잘못을 인정하면서 이같은 문제가 재발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이 후보에 대한 공세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이 후보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철저한 검증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원일희 선대본부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은 이재명 후보의 단순 욕설이 아닌 ‘언어 성폭력’에서 드러난 ‘진짜 이재명’의 진면목을 알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녹취록을 공개한 장영하 변호사는 이날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가 녹취를 공개했다. 장 변호사는 “이 후보가 ‘형수 욕설’의 원인을 형님과 형수가 어머니를 때리고 욕했기 때문이라는데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이 후보는 아직까지 진심 어린 사과를 단 한 번도,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폐부를 찌르는 한결같은 쌍욕으로 거짓 해명에 일관한다”고 비판했다.

◇ ‘김건희 녹취록 잔상’ 지우기

우선 국민의힘은 녹취에 담긴 이 후보의 발언을 통해 이 후보를 둘러싼 의혹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녹취 내용 중 유동규 전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의 ‘전공’을 언급한 발언이 사실상 이 후보의 거짓말에 대한 증거란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후보는 자신의 형과 통화에서 ‘유동규가 음대 나왔는데 뽑았냐’라고 물으니 ‘뭐 음대 때문에 뽑은 거 어떻게 알았어’라고 답변했다”며 “유동규의 대학 전공까지 다 꿰고 있더니 국감장에서 순식간에 기억력을 잃어버린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를 통해 ‘김건희 녹취록’의 잔상 지우기에 힘을 싣고 있다. 해당 녹취를 공개한 MBC의 ‘공정성’을 거론하며 해당 녹취록도 동일하게 방송해야 한다는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대선후보자 검증이라는 명분을 붙여 제1야당 대선후보 배우자의 사적 통화내용을 방송한 바 있다”며 “MBC가 주장했듯이 대선후보자 검증이 진짜 목적이라고 한다면 이 후보와 부인 김혜경 여사의 통화내용도 동일한 시간 동일한 분량으로 방송해야 마땅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국민의힘은 표면적으론 장 변호사의 폭로가 당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 이번 녹취록이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란 점에서 ‘맞불 성격’이라고 평가되는 데 대해서 거리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진흙탕 싸움’으로 평가되며 되레 정치 공작이란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을 만큼 이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의 이같은 공세에 민주당도 방어에 부심이다. 민주당은 해당 녹취를 공개한 장 변호사에 대해 후보자 비방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측이 최근 이재명 후보의 험한 발언을 빌미로 삼아 비열한 공세를 펼치고 있다”며 “아무리 권력 획득이 중요하다지만 최소한의 인간성조차 내던지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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