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브랜드 세븐일레븐을 보유한 롯데그룹이 미니스톱 인수의 유력후보로 떠올랐다. /뉴시스 

시사위크=엄이랑 기자  편의점 브랜드 세븐일레븐을 보유한 롯데그룹이 미니스톱 인수의 유력후보로 떠올랐다. 롯데그룹이 인수를 확정 지을 경우 세븐일레븐의 점포수는 1만3,000개 이상이 돼 업계 선두 주자들과의 점포수 격차를 대폭 줄이게 된다. 다만 인수 확정과 동시에 미니스톱 가맹점주와 계약 등 만만치 않은 과제가 주어질 전망이다.  

유통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미니스톱’ 매각 주관사인 ‘삼일PwC’는 이번 주 중에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최근 진행된 본입찰에는 ‘롯데그룹(롯데지주)’을 비롯해 이마트의 자회사 ‘이마트24’, ‘넵스톤홀딩스 컨소시엄’ 등 세 곳이 참여했다.

이번 입찰에서 롯데는 인수금액으로 가장 높은 3,000억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지난 2018년 있었던 미니스톱 인수전에도 참전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다시 한 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만큼, 미니스톱 인수에 한 발 다가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롯데 측은 미니스톱 인수 관련 의견 표명을 자제하는 상황이다. 이번 인수의 주체인 ‘롯데지주’는 지난 18일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을 공시하고 “(미니스톱 인수 여부와 관련해) 당사는 현재까지 검토 중에 있으며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다”, “향후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며 재공시예정일을 다음달 17일로 밝혔다. 

롯데가 미니스톱 인수전에 최종 승자가 된다면 편의점 업계 지각변동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업계 내 핵심 경쟁요소인 점포수가 현재 1~2위를 다투는 CU, GS25에 근접하게 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이 집계한 편의점 브랜드 별 점포수는 2020년 기준 △CU 1만4,923개 △GS25 1만4,688개 등으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롯데가 미니스톱을 거머쥔다면 기존 3위를 차지하고 있던 롯데그룹 편의점 계열사 세븐일레븐(코리아세븐) 점포수(1만433개)에 미니스톱 점포수(2,620개)가 더해져 선두권을 바짝 뒤쫓는 형국이 된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점포수 확대는 고객수와 접점이 넓어지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하는 것이 가장 큰 효과”라며 “지역 내 점포수가 밀집될수록 각 점포에 필요한 상품 공급이 수월해지는 측면도 효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수 점포의 확보는 편의점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는 측면 외에도 편의점 업계가 신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퀵커머스(단시간 즉시배송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영향을 미친다. 지역 곳곳에 위치한 점포들을 소형 물류센터(MFC, Micro Fulfilment Center)로 활용해 배달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2월 근거리 물류 IT플랫폼과 배달대행 계약을 체결하고 퀵커머스 강화를 본격화한 바 있다. 여기에 자율주행 로봇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과 손잡고 근거리 로봇배달 서비스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아울러 드론 물류배송 솔루션 스타트업과 드론을 활용한 차세대 배달서비스 개발에 착수, 도서산간지역 배달서비스망 구축에 나섰다.

다만 인수가 확정돼도 인수와 함께 뒤따르는 과제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실질적 통합인, 이른바 ‘간판 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바이더웨이’를 인수한 세븐일레븐은 2010년 말 기준 1,655개였던 점포의 간판을 교체하는데 오랜 시간을 소요한 바 있다. 2019년 10월에 이르러 통합 작업을 마무리 지은 세븐일레븐은 회사합병결정을 공시하며 “바이더웨이 점포 대부분이 세븐일레븐 점포로 전환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편의점 업계 추산에 따르면 올해 재계약이 예정된 점포수는 약 5,000개다. 따라서 미니스톱 가맹점주와 계약을 통한 ‘수혈’은 물론, 자사 점주와 재계약으로 ‘출혈’을 최소화해야 한다.

합병을 통한 양사의 실질적 시너지 전략도 관건이다. 미니스톱은 2016년부터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꾸준히 기록한데 반해, 26~46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두는데 그쳤다. 지난해에는 143억원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하는 등 부진을 이어와 인수 시너지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본사 운영 점포가 아닌 개인 가맹점주들이 임차권을 보유, 운영하는 점포의 경우 인수 업체와 계약을 진행한다는 보장은 없다”며 “미니스톱과 기존에 맺은 계약이 얼마 남지 않은 점포일수록 계약 여부는 미지수가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인수업체와 미니스톱 간 시너지와 관련해서 “인수 효과는 브랜드 경쟁력, 물류 효율화, 퀵커머스 기반 강화 등에서 발휘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인수 브랜드는 인수 후 자사 경쟁력이 얼마나 올라갈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기존 미니스톱이 가진 강점을 활용한 시너지 전략을 구상하는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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