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홍준표 의원이 비공개 회동을 가진 지 하루 만에 당내 갈등이 점화되는 모습이다. 홍 의원이 윤 후보에게 서울 종로 보궐선거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공천을 요구한 게 화근이 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원팀’ 분위기가 무르익던 국민의힘이 다시 내홍에 휩쓸리는 분위기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대선후보의 선대본부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공천권’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이를 두고 윤 후보 측과 홍 의원의 신경전이 전면전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당초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윤 후보는 전날(19일) 서울 강남 모처에서 홍 의원과 비공개 회담을 갖고 선대본 상임고문 합류 의사를 물었다. 그간 ‘대선 국면 불참’을 강조했던 홍 의원의 반응도 이전과는 달랐다. 단 ‘조건’으로 △국정 운영능력을 담보할 만한 조치와 △처가 비리 엄단 대국민 선언을 내걸었다.

그러나 이 조건은 곧장 균열의 씨앗이 됐다. ‘국정 운영능력을 담보할 만한 조치’라는 홍 의원의 조건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서울 종로에 공천토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퍼지면서다. 아울러 홍 의원이 대구 중·남구에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을 추천했다는 소문도 새어 나왔다.

즉각 정치권에선 홍 의원이 선대본 합류를 고리로 ‘공천권′을 요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준석 대표는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홍 대표 입장에선 국정운영 능력을 담보한다는 건 국민들이 신뢰하는 사람을 쓰라는 것이다”라며 “그 사람 쓰라는 말이 지금 이 상황에서 나온 것은 본인 사람을 쓰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 권영세 “구태” vs 홍준표 “오만방자”

당장 윤 후보 측에선 불쾌감을 드러냈다. 권영세 국민의힘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본부-원내지도부 연석회의에서 “얼마 전 당 모든 분들이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할 때라고 분명히 말씀드린 바 있다”며 “하물며 당 지도자급 인사라면 대선국면 절체절명 시기에 마땅히 지도자로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그렇지 못한 채 구태를 보인다면 지도자로 자격은커녕 우리 당원으로 자격도 인정받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공개 저격’에 정치권에서는 홍준표 의원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권 의원은 “그 부분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감정이 상한 것은 윤 후보 측만이 아니다. 홍 의원 역시 후보와의 대화 내용이 새어 나간 데 대해 분노했다. 그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견이 있다면 내부적으로 의논을 해서 정리를 했어야지 어떻게 후보하고 이야기한 내용을 갖고 나를 비난하나”라며 “방자하기 이를 데 없다”고 지적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종로 공천’ 요구에 대해선 “깨끗한 사람이고 행정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며 “국정 능력을 담보할 수 있는 조치 중 그런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야 선거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걸 두고 자기들끼리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며 “갈등을 수습해야 할 사람이 갈등을 증폭시키는 그런 사람이 대선을 이끌어서 대선이 되겠나”라고 맹비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만나 회동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원론’에 힘 싣는 윤석열-이준석

양측이 정면충돌 모양새를 빚으면서 결국 공은 다시 윤 후보에게 넘겨진 모양새다. 일단 윤 후보는 홍 의원의 요구에 사실상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이날 당사에서 공약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공정한 원칙에 따라서 (공천을)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공관위를 구성해 공관위가 공정하게 정한 기준과 방식에 따라 하는 걸 원칙으로 세워놨다”고 밝혔다. 

이어 “후보 입장에선 다 본인들이 하려고 하니 공정한 위원회를 구성해 위원회에 좀 맡기고 공천문제에 직접 관여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한 호텔에서 최 전 원장을 만나며 일정 부분 여지를 열어 둔 모습이다.

대구를 방문한 이준석 대표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문제와 관련해 “보궐선거 공천 문제는 지난 월요일(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원 간 분란을 방지하기 위해 여론조사 공천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정했다”며 “그 기조의 변화가 있으면 관계있는 분들의 타협이 있어야 할 텐데 그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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