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지난 7일 교섭대표노조로서 사측에 교섭을 공식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지난 7일 교섭대표노조로서 사측에 교섭을 공식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사상 첫 파업사태를 겪었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올해는 더욱 험난한 노사관계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파업사태의 후폭풍으로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노조의 세력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조현범 회장 시대가 본격화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뒤숭숭한 긴장감이 더욱 고조된다.

◇ 세력 키운 민주노총 금속노조… 강도 높은 투쟁 예고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사상 초유의 파업사태를 겪었다. 회사 창립 및 노조 설립 이래 첫 파업사태였다. 특히 반세기가 넘는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이어온 한국타이어의 무분규 전통이 깨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파업이었다.

이 같은 파업사태는 20일 넘게 이어지며 장기화 양상까지 보인 끝에 가까스로 마무리됐지만, 후폭풍은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임단협이 노조위원장 직권 조인으로 타결되면서 노조 내부가 격랑에 휩싸인 것이다. 이에 기존 제 1노조, 즉 교섭대표노조였던 한국노총 산하 노조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해당 노조위원장을 해임하는 한편, 노조 해산까지 추진되는 등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반면, 2014년 설립 이후 줄곧 소수노조로 활동해온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노조는 세력이 크게 확대됐다. 파업사태 이후 한국노총 산하 노조에서 이탈한 조합원들이 대거 가입했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노조는 이달 초 교섭대표노조로서 사측에 올해 임단협 교섭을 공식 요구한 상태다.

이로써 한국타이어는 초유의 파업사태를 겪었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사관계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노조가 기존의 제 1노조에 비해 강성 성향으로 분류되는 만큼, 사측과 더 큰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한국타이어는 오랜 세월 무분규 전통을 이어오던 시기에도 그 이면엔 어용노조라는 지적과 노사 유착관계에 대한 각종 의혹 및 논란이 끊이지 않은 바 있다. 지난해 사상 초유의 파업은 노조위원장 선거가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뀐 뒤 처음 선출된 노조위원장 체제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또한 파업이 노조위원장의 석연치 않은 직권 조인으로 마무리되고, 사측의 재고털이를 위한 기획 파업이었다는 의혹이 노조 내부에서 힘을 얻는 등 파문이 계속 확산됐다.

즉, 그동안 누적돼온 노조 내부의 문제 및 불만들, 그리고 균열이 확대돼왔던 노사관계가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노조 체제를 통해 더 크게 폭발할 가능성이 상당한 상황이다.

실제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노조는 사측에 교섭을 공식 요구하면서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엄중 경고했다. 아울러 “기존 노조가 꼭두각시 역할을 하면서 노동자들은 연월차 폐지, 통상임금 축소, 주휴수당 미지급 등 정당한 권리를 빼앗겨 왔다”고 밝혔으며 기자회견을 통해서는 “노동자의 요구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이 왜 필요한지, 교섭은 어떻게 하고, 투쟁은 어떻게 하는지 민주노총이 보여줄 것”이라고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이처럼, 한국타이어의 예사롭지 않은 노사관계는 조현범 회장 시대가 본격화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한국타이어는 비리 범죄와 가족 간의 갈등 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아온 조현범 회장이 지난해 그룹 회장으로 전격 승진하며 3세 시대를 본격화한 바 있다. 여러모로 중요한 시기에 그룹 수장자리에 오른 조현범 회장이 노사관계의 중대변수라는 까다로운 과제를 마주하게 될 전망이다.

한편, 한국타이어 노사는 다음 달 초 교섭대표노조를 확정하는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며, 이후 본격적인 노사교섭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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