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공천 요구’ 논란에 휘말린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선거대책본부 합류가 사실상 무산됐다. 분노한 홍 의원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윤핵관’까지 꺼내 들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겨냥했다. 선거를 앞두고 ‘원팀’에 다시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윤 후보에게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홍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 “아무런 이견도 없었던 두 시간 반 동안 화기애애한 만찬이었다”며 “공천 추천 문제는 막바지 가서 1분도 소요되지 않았고 그 외 향후 대선 전략에 많은 것을 논의했던 보람된 만찬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이튿날 느닷없이 수하들이 나서서 잠깐 제안했던 합류 조건도 아닌 공천 추천 문제를 꼬투리 잡아 나를 구태정치인으로 공격하고 순진한 최재형 원장까지 동원해 나를 비난했다”며 “그런 모함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19일 윤 후보와 홍 의원의 회동이 ‘원팀’의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그간 윤 후보를 때리며 대선 참여에 거리를 두어온 홍 의원이 전향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훈풍은 채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홍 의원의 ‘공천 추천’ 사실이 전해지면서 당내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진 탓이다.

내홍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홍 의원은 이날 사실상 선대본 합류에 거부의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다른 페이스북 글을 통해 “모처럼 좋은 분위기에서 합의된 중앙 선대위 선거 캠프 참여 합의가 일방적으로 파기된 점에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일단 이같은 상황에 대해 자중하는 분위기다. 그는 이날 대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홍준표 전 대표와 나눈 얘기며 저간의 사정에 대해서 제가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어쨌든 우리 당이 원팀으로서 정권교체를 해나가는데 필요한 일이라면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고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대선 레이스에 ‘걸림돌’ 될까

물론 일각에선 윤 후보가 ‘원팀’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말도 나온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윤 후보가 지나치게 ‘원팀’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며 “특정인에 의존해서 도움받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안 하는 게 현명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번 상황이 윤 후보에게 썩 좋지만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현재로선 이 대표와의 갈등 봉합 후 지지율이 상승세지만, 이같은 지지율이 출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30세대의 지지를 업은 홍 의원 없이는 윤 후보의 ‘청년층 끌어안기’ 행보도 반쪽짜리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현재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고, 홍 의원의 지지기반이었던 20·30세대 젊은 분들이 이준석 대표 때문에 윤 후보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지지율에는 영향 없을 것”이라면서도 “지지율이 하락하고 어려운 상황에 부딪히면 선대위를 한팀으로 못 만들었다는 부담감이 또 수면 위로 드러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윤핵관’에게 돌리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홍 의원은 “이 대표가 윤핵관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때 설마 그럴리가 하곤 했는데 실제로 당해보니 참 음흉한 사람들”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앞서 선대위 해체 과정에서부터 이 대표와의 갈등 국면까지 매번 화근이 됐던 ‘윤핵관 문제’가 재차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 만으로도 윤 후보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당내에서는 궁극적으로 홍 의원이 윤 후보를 도울 것이란 기대감이 새어 나온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냉각기를 거치고 나면 최종적으론 원팀이 될 것”이라며 “홍 의원 입장에서도 본인의 정치적 입지나 미래를 생각하더라도 정권교체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조경태 의원도 “시간이 지난 후 자연스럽게 진척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