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윤석열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와 기자 간 추가 통화 내역이 공개된 것과 관련해 적극적인 대응 태세에 나섰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통화 녹취 공개와 관련 여진 막기에 부심이다. MBC가 처음 공개한 통화 내용 외에 추가 내용이 공개되면서 여론의 출렁임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탓이다. 더욱이 해당 녹취에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을 향한 발언도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원팀 행보에도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MBC가 지난 16일 김씨의 녹취를 방송한 이후 국민의힘 내에선 ‘선방했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통화 내용이 그간의 내용을 반복한 수준인 데다, 오히려 이를 통해 김씨를 둘러싼 의혹의 상당 부분이 해소된 점도 주효했다. 방송이 끝난 뒤 김씨의 팬클럽 회원 수가 급증하는 등 여론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전날(23일) MBC를 비롯해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 서울의 소리 등이 추가 통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기류는 미묘해졌다. 무엇보다 해당 통화 내용에서 꾸준히 윤 후보의 발목을 잡아 왔던 ‘무속 논란’이 그대로 담겨 있다는 점 때문에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씨는 통화에서 윤 후보를 거론하며 ‘영적인 끼’를 거론한 것은 물론 무정스님과 윤 후보의 인연을 언급했다. 사실상 윤 후보도 오랜 기간 무속과 연관이 있다는 점을 연상시킬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이를 고리로 윤 후보를 공격하고 나섰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4일 경남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무속에 국정을 의존하는 이런 사람에게 맡기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될지 심히 걱정”이라고 힐난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씨는 스스로 무속 중독 정도를 넘어 정체성이 무속 자체임을 고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통화 내용은 그간 윤 후보를 둘러싼 무속 의혹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앞서 건진법사가 국민의힘 선대본 산하 네트워크 본부 고문으로 활동했다는 의혹과 관련, 건진법사와 그의 스승인 해우스님이 김씨와 오랜 친분이 있다고 주장하며 공세에 힘을 실었다. 여기에 윤 후보가 무속인의 조언을 듣고 신천지 압수수색을 거부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같은 여권의 공세가 ‘프레임 씌우기’라며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온갖 네거티브에도 꿈쩍하지 않으니 이제는 ‘무속인 프레임’이라는 막장 카드까지 꺼내 들며 대선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며 “사실을 비틀고 왜곡해서 여론을 호도하는 민주당의 행태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힐난했다. 

◇ 홍준표·유승민 신경 건드려 ′원팀′도 난망 

그러나 이 과정에서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 나왔다는 점도 문제다. 김씨는 통화에서 홍 의원과 유 전 의원도 굿을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경선 과정에서 손바닥 ‘왕(王)’자 논란이 윤 후보의 ‘무속 논란’으로 이어지자 다른 후보들을 걸고넘어진 것이다. 

이들은 즉각 반발했다. 홍 의원은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 꿈’에 “거짓말도 저렇게 자연스럽게 하면 나중에 어떻게 되려는 지 무섭다”며 “평생 굿한 적 없고 무속을 믿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유 전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김씨가 녹취록에서 저에 대해 말한 부분은 모두 허위 날조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이를 일축했다.

당장 ‘원팀 행보’에 힘을 쏟던 윤 후보로서도 난감한 상황이 됐다. 이날 윤 후보가 김씨의 통화 내용과 관련해 직접 사과에 나선 것도 이러한 이유로 풀이된다. 그는 여의도 당사에서 “녹취록에 의해 마음이 불편하고 상처받은 분에게는 저도 공인의 입장으로 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과 유 전 의원과 직접 만날 계획에 대해선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분들과 다 함께 힘을 열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논란 차단에 적극 대응하고 있지만 여론의 향배가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는 만큼 고심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당내에서는 이와 관련해 김씨가 사과에 나서는 방안도 거론된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대본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김씨의 사과 및 공개 활동에 대해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옳은 일인지 그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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