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진중공업이 하도급 업체에 대한 갑질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세진중공업 홈페이지
세진중공업이 하도급 업체에 대한 갑질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세진중공업 홈페이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윤종국 회장이 이끄는 세진중공업이 하도급 업체에 대한 갑질 행태를 일삼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0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특히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산업재해의 책임을 하도급 업체에 떠넘기기도 한 것으로 드러나 씁쓸함을 더하고 있다. 윤종국 세진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에도 커다란 오점이 남게 된 모습이다.

◇ 산업재해 민·형사상 책임도 하도급 업체가? 세진중공업 ‘민낯’

공정위는 지난 24일 세진중공업이 선박 구성부분품 제조를 하도급 업체들에게 위탁하면서 계약서를 지연 발급한 것은 물론, 부당한 특약을 설정하며 하도급 대금도 부당하게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8억7,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한편 법인 및 대표자를 고발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세진중공업은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중공업이 발주한 공사 관련해 34개 하도급 업체와 2017년도 계약을 체결하면서 단가를 전년 대비 3~5% 일률 인하했다. 

이처럼 단가를 일률적으로 인하하기 위해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있거나 하도급 업체에게 유리한 경우여야 한다. 하지만 세진중공업은 조선 경기 악화 및 발주자의 단가 인하 요청 등만 이유로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 작업의 내용, 난이도, 소요 시간 등을 고려하지 않는 등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없이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업계 고질적인 관행인 계역서 지연 발급도 일삼았다. 공정위는 세진중공업이 2017년 10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59개 하도급 업체에 선박 블록 구성 부분품 제조를 위탁하면서 3,578건의 계약의 계약서를 늦게 발급했다고 밝혔다. 하도급 업체가 작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품명·중량·하도급대금 등 중요 기재사항이 포함된 계약서를 발급해야 하는데 최대 400일이나 늦게 발급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하도급 업체들은 작업 내용 및 하도급대금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하게 됐고, 분쟁 예방을 위한 절차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

심지어 세진중공업은 ‘특약’을 앞세워 산업재해의 책임을 하도급 업체에 전가시키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세진중공업은 2016년 1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69개 하도급 업체와 계약서를 체결하면서 하도급 업체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계약조건을 설정했다. 

특히 23개 하도급 업체와 2016년도 기본계약서를 체결하면서는 ’산업재해 책임, 하자담보 책임, 노사분규로 인한 책임을 모두 수급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조항‘과 ’원사업자의 지시에 따른 추가작업 비용을 수급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조항‘ 등을 계약사항으로 설정했다. 

또한  2017년 10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55개 하도급 업체와 4,113건의 계약서를 체결하면서는 ’물량변동에 따른 공사대금 정산 시 3% 이내는 정산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계약사항으로 설정하는 갑질을 저질렀다.

공정위는 이번 적발 및 조치를 통해 “조선업계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하도급대금을 인하하고, ‘선시공 후계약’하는 관행적인 불공정 하도급거래가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업계와 함께 노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세진중공업은 자동차부품 사업을 영위 중이던 세진그룹이 1999년 설립한 조선기자재 전문업체다. 세진중공업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윤리경영과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있으며, 특히 윤리강령엔 ‘우리는 신의성실을 바탕으로 업무를 처리하며, 법령을 준수하고 거래의 관습과 질서를 존중한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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