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에스컬레이드 5세대 신형이 국내에 상륙했다. / 캐딜락
캐딜락이 지난해 국내 시장 판매대수 1,000대 고지를 넘지 못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국내에 출시된 5세대 에스컬레이드 신형과 서영득 대표. / 캐딜락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수입자동차 시장이 2019년 이후 2년 연속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 문제도 겹쳤음에도 판매가 전년 대비 늘어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세 속에서도 일부 브랜든 연간 판매 1,000대를 밑도는 부진을 기록했다. 반도체 수급 영향을 무시하지는 못하지만, 그것이 부진의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적지 않은 브랜드가 전년 대비 성장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슈퍼카 또는 럭셔리 브랜드를 제외하고 지난해 판매실적 1,000대 미만을 기록한 수입차 브랜드는 캐딜락과 재규어가 대표적이다. 두 브랜드의 문제는 무엇일까. 

◇ 캐딜락, 프리미엄 브랜드 중 저렴한 수준이지만… ‘미국차’ 편견·인지도 문제?

캐딜락은 지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모델 라인업을 재정비하고 도약을 준비했다. 세단 라인업은 CT4와 CT5 2종, SUV 라인업은 XT4·XT5·XT6, 그리고 에스컬레이드까지 4종을 구축했다. 플래그십(기함급) 세단 CT6는 단종을 결정했다. SUV를 중심으로 커가는 시장에 발맞춰 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캐딜락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지난해 12월 통계에 따르면 캐딜락은 2021년 987대 판매를 기록했다.

과거 캐딜락은 국내외에서 대통령의 의전 차량으로 이용되면서 ‘아메리카 프리미엄’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고, 인지도도 상당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캐딜락 차량을 살펴보면 대체로 몸값이 아주 비싸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 중에는 가격이 저렴하게 책정된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세단 모델인 CT4와 CT5는 독일 브랜드의 동급 경쟁 모델과 비교할 시 500만원∼1,000만원 정도 저렴한 가격에 국내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대형 SUV인 XT6 스포츠 역시 타사 동급 모델과 비교 시 1,000만원 이상 저렴하다.

그럼에도 실적은 신통치 않다. 일각에서는 ‘미국차’라는 편견이 소비자들 사이에 자리잡았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미국차는 예전부터 ‘차체가 크고 무거워서’ ‘기름을 많이 먹고’ ‘밸런스가 좋지 못해 코너링이 취약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캐딜락이 이러한 프레임에 갇힌 모습이다.

또한 플래그십 세단 CT6의 부재도 아쉽다. CT6는 한때 2.0ℓ급 싱글 터보 엔진을 얹은 모델을 7,000만원 미만의 가격으로 국내 시장에 출시해 눈길을 끈 바 있다. 그러나 2019년 3월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하며 ‘2.0 터보’ 트림을 삭제, CT6 리본의 몸값을 8,880만원∼1억원 수준으로 책정하자 잠재 고객들의 이탈 현상이 나타났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최저 트림 몸값이 약 2,000만원 정도 껑충 뛰어 오른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모습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캐딜락이라는 브랜드의 인지도가 벤츠나 BMW 등보다 한 단계 낮다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2019년 도입된 CT6 리본의 재고 물량은 2020년 큰 폭의 할인을 적용해 스포츠 트림을 6,600만원대, 그리고 플래티넘 트림을 8,500만원대에 판매한 결과 731대가 팔렸다. 2020년 캐딜락 브랜드 내에서 최고 판매 실적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출시된다면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CT6가 단종되고 현재 캐딜락을 이끄는 모델은 풀사이즈 SUV 에스컬레이드다. 에스컬레이드는 캐딜락의 상징으로 불리는 모델로, 거대한 덩치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한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그간 국내에서는 적수가 없었지만, 지난해 경쟁사인 링컨에서 뉴 네비게이터를 출시하며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두 모델의 맞대결 결과는 에스컬레이드가 구형 모델을 포함해 총 385대를 판매하면서 뉴 네비게이터(286대)를 약 100여대 정도 앞섰다.

특히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몸값이 1억원을 웃도는 고급차임에도 브랜드 내에서 비중이 크다. 지난해는 에스컬레이드 신형의 도입이 지체되면서 실적에 다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는 신형 에스컬레이드가 캐딜락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지 맏형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재규어가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벤틀리와 람보르기니보다 저조한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사진은 재규어 F-페이스 페이스리프트 모델.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 재규어, 서비스 개선 의지 안 보이고 판매 차종도 축소

재규어는 2010년 이후 국내 시장에서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2017년에는 연간 판매 4,125대를 기록하며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를 잡는 듯했다. 그러나 2018년부터 판매가 하락세를 기록, 결국 지난해에는 연간 판매 실적이 338대까지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재규어의 판매 실적은 수억원의 차량만으로 라인업이 형성된 벤틀리(506대)와 람보르기니(353대)보다 적게 팔려 한국 시장에서 입지가 상당히 좁아진 것을 체감할 정도다.

재규어의 판매가 하락하기 시작한 2018년은 재규어랜드로버 브랜드 차량에서 엔진 부분의 중대결함으로 인해 시동꺼짐 등 안전과 직결된 문제가 발견돼 대규모 리콜을 진행하는 등 품질 이슈가 불거진 시기다. 앞서 지난 2017년에도 재규어랜드로버는 총 22건, 1만1,924대 규모의 리콜을 실시했고, 2018년에는 총 10건, 2만3,751대의 리콜이 이뤄졌다.

당시 2년 동안 리콜 대상에 포함된 차량은 약 3만5,000대 이상으로, 이는 재규어랜드로버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판매한 약 4만5,000여대의 80%에 달하는 수준이다. 사실상 해당 기간 판매된 차량의 대부분이 리콜을 진행한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 당시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를 이끌던 백정현 전 대표이사는 서비스 부문 투자를 약속했다. 그는 2018년 26개의 전시장과 25개의 서비스 센터를 2019년 연말까지 29개로 증설하면서 개선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20년 백정현 전 대표는 돌연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 의사를 밝혔고, 후임으로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를 이끌게 된 로빈 콜건 대표는 서비스와 관련된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콜건 대표는 약속과 달리 서비스 투자에 인색한 모습을 보였다. 2019년 29개이던 서비스센터는 2020년 25개로 줄어들었고, 2021년 24개, 2022년 1월 현재는 23개로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판매 실적 감소에 따라 서비스센터도 따라서 줄어드는 모습이다.

여기에 재규어 브랜드가 국내에 판매하는 모델의 수도 줄어들었다. 2022년 1월 기준 재규어코리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국내 판매모델을 확인해보면 지난해까지 존재하던 SUV E-페이스와 세단 XE가 사라졌다. E-페이스는 한때 반도체 수급 문제로 인해 잠시 판매를 중단했으나, 향후 다시 판매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회사 측은 주장했으나, 결국 단종이 확정된 모습이다.

현재 국내에 판매 중인 재규어는 전기차 I-페이스와 중형 SUV F-페이스, 준대형 세단 XF, 스포츠카 F-타입 등 4종에 불과하다. 해당 모델들은 F-타입을 제외하고 풀체인지 시기가 도래했음에도 여전히 4년, 5년 전 출시한 모델과 비슷한 모습의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연명하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측은 현재 재규어의 신차 출시와 관련해서는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재규어는 2025년부터 전기차 모델만 출시할 계획인데, 그때까지 내연기관 모델은 현재 라인업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돼 실적 반등도 어려워 보인다.

재규어는 한국 시장에서 랜드로버와 함께 전시장을 이용하고 있어 단독으로 철수를 결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랜드로버가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를 이끌고, 재규어는 판매대수에 연연하지 않고 서브 브랜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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