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주식 양도소득세 전면 폐지 공약을 내놓은 후 찬반 논란이 뜨겁다. /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27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주식 양도소득세 전면 폐지 공약을 내놓은 후 찬반 논란이 뜨겁다. /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주식 양도소득세 전면 폐지 공약을 내놓고 투자자들로부터 큰 반향을 얻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서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윤 후보는 27일 본인의 SNS에 ‘7글자 공약’으로 '주식양도세 폐지'라는 단문을 올렸다. 내년부터 시행될 국내 상장주식 투자로 5,000만원 이상 이익을 거둔 개인투자자에 대한 주식양도세 부과를 전면 백지화하겠다는 공약이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큰 손이나 작은 손, 일반투자자를 가릴 것 없이 주식 투자 자체에 자금이 몰리고 활성화가 돼야 일반투자자도 수익 올릴 수 있는 것”이라며 “지금은 주식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공약의 취지를 전했다.

◇ 부자만 감세 vs 개미도 이익

공약 단 7글자만 봤을 때는 일단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로 개미 투자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지만, 실제로는 큰 손 투자자들이 더 큰 이익을 보는 공약이라는 점에서 ‘부자 감세’ 비판도 동시에 얻고 있다.

윤 후보의 공약글에는 “이건 부자감세네”라는 답글이 달렸고 격렬한 찬반 토론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이에 “부자 감세가 아니다. 경기가 어려워 서민도 주식으로 이자 불리려고 하는 사람도 많고 청년들도 주식이든 비트코인이든 투자해서라도 현재 상황보다 나아지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왜 주식 양도세 폐지가 오직 부자를 위한 부자감세라 하느냐”고 반박했다.

곧이어 반대 주장을 하는 네티즌이 “지금은 대주주만 양도차익과세하고 나머지는 과세가 없다. 2023년부터 5,000만원까지는 비과세다. 결국 주식양도세 폐지는 5,000만원이상 수익 내는 사람들만 혜택을 보는데, 부자감세가 아니라는 거냐”고 재반박했다.

◇ 민주당 “솔깃하게 들리지만 결국 부자 감세”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측은 “주식부자의 ‘공짜 대물림’은 윤 후보가 말하는 ‘공정’과 ‘상식’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윤 후보 측은 개미투자자 보호를 주장한다. 구체적인 내용 없이 구호만 내놨으니 아주 솔깃하다. 그러나 실상은 천만 개미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대주주 거래에 대해 전면 면세 방침을 내놓은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최지은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소액투자자에 대해서는 이미 부담이 없도록 제도가 갖춰져 있다”며 “결국 윤석열 후보의 재정 준칙은 대주주, 지배주주는 세금 한 푼 안 내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주식 부자를 위한 선물 세트인 셈인데 이것이 윤 후보가 그토록 주장하는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과 한 달 전에 발표했던 증권거래세 폐지 공약을 바로 뒤집어버렸다”며 “아무리 표를 모으는 게 급하다고 해도, 스스로 한 공약을 한 달도 안 돼 뒤집는 가벼움도 그렇고, 실효성이 없는 구호로 개미투자자들을 두 번 속이는 것은 나쁜 정치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이와 관련해 소액투자자의 피해를 막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두 차례 약속한 바 있다. 최 대변인은 “개인과 기관 간 차별로 인한 자본시장의 불공정성을 바로잡고, 소액투자자의 피해방지를 제도화하겠다. 시세조종, 주가조작 근절해 공정한 시장 질서를 만들고 건전한 자본시장의 육성과 개미투자자의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이 후보의 약속을 상기시켰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주 중심의 하락세가 이어진 26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한 주식 개인투자자가 스마트폰을 통해 하락하고 있는 주식종목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주 중심의 하락세가 이어진 26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한 주식 개인투자자가 스마트폰을 통해 하락하고 있는 주식종목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 정의당 “상위 1%를 위한 공약”

정의당 역시 “주식부자들의 ‘편법‧꼼수 상속’에 화려한 비단길을 깔아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2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주식양도소득금액 상위 1% 소득자가 전체 주식양도소득금액(18.7조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12.9조원)에 달한다”며 “또한, 상위 10% 소득자(17조원)가 전체 양도소득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에 따르면 상위 1%의 평균 양도소득은 43억 8,000억 원, 상위 10%는 5억 8,000억 원에 달한다. 주식을 팔아 수억 원 대의 소득을 얻는 사람들이 양도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개미투자자들은 거의 주식양도소득세를 내본 적이 없다는 뜻이다.

이 대변인은 “이 사실을 국민의힘과 윤 후보가 모를 리 없을텐데 개미투자자를 보호하는 공약이라고 호도하는 것은 가뜩이나 증시 불안에 속상한 개미투자자들을 두 번 울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당 측은 이 후보를 향해서도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즉각 ‘부자감세 폐지’로 응수하신 이재명 후보에게도 한 말씀드리겠다”며 “작년에 ‘이재명의 민주당’이 한 일을 모든 시민들이 기억하고 있다. 집 부자들을 위해 ‘종부세, 재산세, 양도세’를 완화하는 부동산 부자감세 3종세트를 앞장서서 통과시킨 ‘이재명의 민주당’이 ‘부자감세’를 말하는 것은 좀 민망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왕 부자감세 폐지를 말씀하신 만큼 부동산 부자감세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지를 분명하게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윤 후보의 파격적인 공약에 비해 장기적으로 주식시장 활성화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익명성을 요구한 금융시장 전문가 A 씨는 “하락장인 현재의 주식 시장에 일시적으로 희망을 줄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며 “주식시장이 세제 선진화를 위해 노력해 온 시간을 흔드는 정책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설명도 없어서 앞으로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선진적인 주식 문화를 가진 나라들의 상당수가 주식 양도세를 적게는 12%에서 많게는 37%까지 부과하고 있어 양도세 폐지 공약이 주식시장 활성화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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