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연일 4자 토론에 앞서 ′양자 토론′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오는 31일 양자 토론을 여는 데 합의했다. 그간 국민의힘이 꾸준히 ‘양자 토론 우선’을 외친 데 대해 민주당이 한발 물러선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다자 토론’에 앞서 ′양자 토론′을 주장한 것을 두고 일종의 ‘기선제압’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선대위 방송토론콘텐츠 단장 박주민 의원은 28일 입장을 내고 “31일 양자 토론과 2월 3일 4자 토론의 진행을 위한 각각의 실무 협상을 시작하겠다”며 “이재명 후보가 31일 양자 토론 참여 의사를 명확히 했으니 윤 후보도 더 이상 조건을 달지 말고 4자 토론에 참여하고 실무협상에도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先) 제안을 했던 국민의힘은 “제안을 각각 수용해주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곧바로 실무협상 개시를 요청드린다”고 화답했다. 앞서 국민의힘 TV토론 실무협상단장인 성일종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는 오는 31일 오후 7시에서 9시 사이 양자 토론을 수용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 상황에서 토론은 국민께 다가갈 수 있는 가장 좋은 선거운동이라고 생각한다”며 “윤 후보는 횟수 제한 없는 양자 토론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4자 토론’에 대해 법정 토론 횟수가 정해져 있는 만큼, 급할 것 없다는 입장이었다. 변곡점은 오후에 다소 완화된 입장을 밝히면서다. 성 의원은 오후 기자회견에서 “방송 3사 주관 4자 토론을 오는 2월 3일에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자 토론이 걸림돌 된다면 이렇게라도 해드리고 알려드리는 게 후보가 국민을 섬기는 자세”라며 “후보가 직접 2월 3일 4자 토론을 받으라는 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에서도 국민의힘의 ‘양자 토론 우선’ 입장은 확고했다. 성 의원은 “단 오는 31일 7시 양자 토론이 우선”이라며 “윤 후보는 이 후보에게 국민을 대신해서 묻고 싶은 게 너무 많다”고 말했다. “코로나 상황에서 국민을 섬기는 게 어떤 건지 진지하게 고민해서 드리는 제안”이라고도 덧붙였다.

◇ ‘양자 토론’으로 주목도 높이기

국민의힘은 이토록 ‘양자 토론’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에 대해 ‘제대로 된 검증’을 강조했다. 단연 표적은 이재명 후보다. 다자 토론의 경우 물리적으로 질문과 답변을 할 시간이 적고, 이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검증을 철저하게 할 수 없다는 게 핵심이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다자 토론이 윤 후보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기도 한다. 유력 후보로서 다른 후보들의 견제를 한 몸에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자칫 다른 후보들의 흐름에 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권 내 경쟁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상승세에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윤 후보로선 양자 토론이 이같은 리스크를 최소화 하면서 주목도를 높일 방안인 셈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두 사람이 이야기하다 보면 자기가 대비가 되겠지만 세 명이 다 토론을 잘한다면 스스로가 가장 부족해 보일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토론 과정에서) 중심을 못 잡고 흔들린다면 야당 지지 성향이 안철수 후보 표로 몰려버리면 만회할 시간이 없다는 데서 오는 두려움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제3지대 정당들의 반발이다. 이미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TV 양자 토론에 불만을 토로해 온 이들은 두 당 간 양자 토론 논의가 재점화하는 데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정의당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가 또다시 양자 토론을 강행하는 것은 법원의 결정을 거스르고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역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양자 토론 진행은 법원의 결정 취지를 무시한 ‘담합행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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