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개개인의 취향과 생각을 예측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하면서 마케팅부터 건강·행정업무까지 모든 생활 부문을 개개인에 대한 맞춰주는 ‘초개인화 시대’가 펼쳐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오늘도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이 영상으로 끌고 왔다.” 이 우스갯소리는 구글의 OTT플랫폼 유튜브가 보유한 알고리즘 때문에 이용자가 자신도 모르게 새롭거나 재밌는 영상을 보게 된 것을 풍자하는 ‘인터넷 밈(Internet Meme 인터넷상에서 유행되는 용어나 패러디)’ 중 하나다. 

평범한 온라인 커뮤니티 상의 농담으로 보이지만 이는 인공지능(AI)이 직접 우리의 ‘취향’까지 분석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비단 유튜브가 아니더라도, 실제 인터넷을 사용하다보면 개인의 관심 분야를 반영한 상품이나 영화, 콘텐츠들이 유난히 노출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이처럼 AI가 개개인의 취향과 생각을 예측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하면서 ‘맞춤형 서비스’들이 새로운 IT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외 IT업계와 전문가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기본적인 마케팅부터 건강·행정업무까지 모든 생활 부문을 개개인에 대한 맞춰주는 ‘초개인화 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AI가 커피 취향까지 분석”… 초개인화, 미래 마케팅 사업의 ‘핵심 키’

사실 AI가 이용자들의 정보나 온라인 행동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분석해 서비스를 최적화하는 ‘개인화(Personalization)’ 서비스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유튜브나 구글 검색 등이 대표적 사례다. 그렇다면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가 정확히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일단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초개인화란 실시간으로 소비자의 상황 및 취향 등을 파악하고 이해해 상품과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즉, AI가 고객 개인에게 구축된 빅데이터를 통해 개개인의 취향을 분석하고 고객들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사전에 예측해 제공하는 것이다.

즉, 개인화 서비스가 이용자들의 일반적인 정보, 온라인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 경험을 최적화하는 것이라면, 초개인화 서비스는 이에 더해 사람의 실제 생활 패턴과 취향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절한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화해 한 차원 만족도를 극대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초개인화 서비스는 어느 분야에서 이용이 가능할까. 먼저 전문가들과 IT업계 종사자들은 초개인화 서비스의 가장 이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하는 분야를 ‘마케팅’이라고 꼽고 있다.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개인에게 맞춰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면 그것이 최고의 마케팅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IT기업들은 초개인화 서비스를 이미 도입해 활성화하고 있는 추세다. 먼저 초개인화 서비스를 상용화한 대표적 기업인 넷플릭스의 경우 현재 자사가 보유한 모든 콘텐츠 장르들을 약 7만6,000여개로 세분화하고 약 2,000여개의 ‘taste clusters(맛 집합)’으로 분류해 ‘한번 보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개인맞춤형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글로벌 대표 AI기업인 구글의 경우 ‘모두를 위한 AI’(Advancing AI for Everyone)‘이라는 사업 모토 아래 빅데이터와 AI 등 ICT기술을 적용해 다양한 초개인화 서비스를 선보이는 추세다. 특히 AI스피커 ‘구글 홈’은 5,000개 이상의 홈 디바이스를 음성으로 제어 가능하며 이용자의 목소리를 인식해 각자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재생해준다.

이런 IT기업들뿐만 아니라 상품을 판매하는 서비스업계 역시 초개인화 서비스의 이용이 늘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 예로 스타벅스는 1,700만명이 넘는 로열티 멤버들의 정보를 데이터화해 40만 가지가 넘는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정보는 주문 정보부터 이들이 거주하는 지역의 시간, 날씨 등 부가정보까지 고객 개개인의 세부 정보까지 담겨있다. 

전문가들은 초개인화 시대가 시작되면 광고와 서비스 등 마케팅 업계에서 높은 활용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I가 고객 개인에게 구축된 빅데이터를 통해 개개인의 취향을 분석하고 고객들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사전에 예측해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유통부터 행정까지” 생활 속 초개인화도 도래… 개인정보 수집 등 문제는 해결과제

아울러 IT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서비스 마케팅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가 디지털화 된 ‘스마트시티’를 기반으로 생활과 밀접한 분야 역시 초개인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한양대학교대학원 실시간인공지능연구실은 1월 19일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에 게재한 ‘스마트시티의 초개인화 서비스와 기반기술에 관한 연구’ 리포트에서 도시 전체가 ‘하나의 데이터’가 되고 있는 스마트시티에서는 유통과 행정업무, 헬스 케어 등에서도 초개인화 서비스가 실현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먼저 연구진들은 유통 서비스를 스마트시티에서 필수적으로 제공돼야 할 서비스 중 하나로 꼽았다. 소비 패턴을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와 이에 기초한 최적화된 물류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의 주문이 발생하기 이전에 수요를 예측하고 상품을 사전에 배송하는 ‘예측배송(anticipatory shipping)’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는 것.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 기업인 아마존(Amazon)은 이미 예측배송 서비스를 적용하고 있다. 아마존의 예측배송 시스템은 소비자가 특정 물건을 주문하게 될 날짜를 예측하고, 인접 지역에 물품을 미리 배치해 초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서 이용되는 데이터들은 개별 소비자가 이전에 무엇을 구매했는지, 특정 물건을 어떤 주기로 구매하는지 등 매우 세부적인 것들이라고 한다.

또한 연구진들은 도시와 시민 전체를 관리하는 행정업무 부문에서도 디지털 기반의 초개인화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적으로 인구가 늘고 도시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효율적인 행정업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초개인화 서비스의 도입이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전 인구의 60%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거대 도시 클러스터 사업’을 국가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 공공 서비스 중 하나인 ‘디지털 고속도로’ 사업을 통해 초개인화 행정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시도로 주민들에게 보다 효율적인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플랫폼 구축한다는 목표다. 

대표적인 것은 중국 광둥성 지방 정부에서 중국의 국민 모바일 메신저앱인 위챗(WeChat)을 활용해 추진 중인 디지털 공공 서비스 사업이다. 광둥성 시민들은 위챗에 내장된 공공 행정 서비스 소프트웨어 ‘유성시’를 이용해 모든 은행 업무와 민원을 처리할 수 있다.

한양대학교대학원 실시간인공지능연구실 연구진들은 “모바일 정부의 등장으로 시민들은 시간과 위치의 제약 없이 다양한 정부기관에서 전달하는 정보와 서비스를 모바일을 통해 이용할 수 있게 됐다”며 “스마트시티는 시민들의 공공 행정 서비스를 편리하게 개선하고, 모바일 정부 서비스의 영역을 확대함으로써 초개인화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혁신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초개인화 서비스 시대의 도래가 기업과 정부의 개인정보 수집 및 활용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개인의 사생활과 밀접한 취향이나 물품 구매 목록 등을 분석하는 빅데이터·AI 기반 상품 및 서비스들의 경우 불법적인 개인정보 수집과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것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권세한 책임연구원은 ‘초(超)개인화, 0.1명 단위로 세그멘테이션 하다’ 보고서에서 “초개인화 서비스가 제공하는 유용성과 경제적인 편익에 대한 고객들의 우호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통제 받지 않은 채 개인정보를 이용하고 소비자들이 점검할 수 없는 영역에서 과도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프라이버시 보호 중심의 정책에 지나치게 몰입할 경우, 빅데이터·AI 등 관련 산업의 발전 저해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민감정보를 제외한 개인정보 수집은 허용하되 그 활용에 대해서는 고객 동의를 얻어야 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사전에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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