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볼트·르노 조에, 최대 주행거리 100㎞ 차이 나는데 보조금 비슷
겨울철 혹한 상황 고려, ‘저온/상온 주행거리 비율’ 중요… 최대 30만원 더

르노삼성자동차가 올해 상반기 유럽에서 테슬라 모델3를 꺾은 전기차 조에를 국내에 들여왔다. /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의 전기차 르노 조에는 국내에 시판되는 전기차들 가운데 최대 주행가능 거리가 다소 짧긴하지만, 저온 상황에서 배터리 성능이 상온 대비 76% 수준으로 준수한 편으로 꼽힌다. / 르노삼성자동차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자동차업계가 전기차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에서 지급하는 전기차 보조금 산출 방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일부 모델의 경우, 최대 주행가능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음에도 저온 상황에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상온 대비 효율이 높다는 이유로 보조금을 추가 지원받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 시판 중인 전기차 가운데 한국GM(한국지엠)의 쉐보레 볼트는 상온(15~25도) 상태에서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가능 거리가 414㎞이며, 파생 모델인 볼트 EUV는 403㎞로 준수한 편이다. 그에 반해 르노 조에는 상온 최대 주행가능 거리가 309㎞로, 쉐보레 볼트와는 100㎞ 이상, 볼트 EUV와도 100㎞ 정도 차이가 발생한다.

쉐보레 볼트 EUV와 르노 조에의 최대 주행가능 거리는 큰 차이를 보이지만, 해당 모델의 국고 보조금은 △쉐보레 볼트 700만원 △쉐보레 볼트 EUV 670만원 △르노 조에 652만원 등으로 차이가 크지 않다.

이와 관련 환경부 측은 “상온과 저온 상황에서 최대 주행가능 거리 등을 세부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며 “올해 보조금 업무처리 지침에 계산식도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지난달 확정한 2022년 전기차 보조금 업무처리 지침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구매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최종 국고보조금은 700만원을 초과할 수 없다. 전기차 보조금 책정은 ‘연비보조금+주행거리보조금+이행보조금+에너지효율 보조금’ 계산식을 기준으로 하며, 여기에 가격계수를 곱한다.

연비(전비)보조금은 기본 360만원에 연비계수를 곱한 값이며, 연비계수는 ‘가중연비를 평균가중연비로 나눈 값’이다. 가중연비는 ‘(상온연비×0.75)+(저온연비×0.25)’로, 차량별 상온 최대 주행가능 거리와 저온 최대 주행가능 거리를 배터리 용량으로 나누면 값을 산출할 수 있으나, 평균가중연비는 비공개 자료라는 게 환경부 측의 입장이다.

평균가중연비는 보조금 지원 차량의 가중연비 평균으로, 환경부의 전기차 전비 테스트에 사용된 특정 모델의 전비 평균치인데 공개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가중연비는 전기차의 상온과 저온 상태에서 배터리 효율을 각각 3대 1로 고려한 것이라 상온 상태의 전비보다 소폭 낮게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평균가중연비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연비계수는 보통 1∼0.95 내외의 수준을 보인다.

주행거리보조금은 240만원 기준에 주행거리계수를 곱한 것이며, 주행거리 계수는 ‘(0.002×가중주행거리)+0.31’을 적용한다. 가중주행거리는 ‘(상온주행거리×0.75)+(저온주행거리×0.25)’다.

이행보조금은 저공해차보급목표제 대상 기업에 한해 해당 기업의 전기차에 기본으로 30만원을 적용하고, 무공해목표 달성 시 20만원 추가 지급, 저공해목표 달성 시 20만원을 또 더해 최대 70만원을 지원한다.

에너지효율보조금은 에너지효율(저온/상온 1회충전주행거리 비율)에 따라 10∼30만원을 추가 지급한다.

쉐보레는 한국 시장에 볼트EV의 상품성을 높인 SUV 모델 볼트EUV를 출시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한국지엠
쉐보레 볼트 및 볼트 EUV(사진) 전기차는 저온 상황에서 배터리 효율이 70%에 조금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한국지엠

여기에 르노 조에와 쉐보레 볼트·볼트EUV의 배터리 용량 및 전비 등을 대입할 시 쉐보레 볼트와 볼트EUV의 상온 대비 저온의 에너지효율 비율은 각각 65.94%, 69.23% 수준으로 집계된다.

쉐보레 볼트와 볼트EUV는 상온에서 최대 주행가능 거리가 400㎞를 초과하는 반면 저온에서는 270㎞대로 나타나 에너지효율이 70% 이상에 부합하지 않는데, 이 경우 에너지효율보조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

르노 조에는 상온 309㎞, 저온 236㎞의 배터리 성능을 보여 에너지효율 비율이 76.38%에 달한다. 덕분에 조에는 에너지효율보조금 지급 대상에 해당되고, 20만원을 추가로 지급 받는다.

하지만 3종의 전기차 모델을 비교하면 상온과 저온 주행가능 거리 모두 르노 조에보다 쉐보레 볼트·볼트EUV 모델이 월등하다. 저온에서도 볼트 모델의 최대 주행가능 거리가 조에보다 약 40㎞ 이상 되지만, 볼트의 저온 상태에서 배터리 효율이 조금 모자란 이유로 추가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이러한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은 겨울철 혹한의 상황에서도 배터리 효율이 높은 성능을 지닌 전기차를 생산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는 “전기차에서는 주행거리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전기차를 살펴보면 인증 받은 최대 주행가능 거리는 긴데, 겨울철 온도에 민감해 기능(최대 주행가능 거리)이 30% 이상 떨어지는 경우도 있어서 소비자 불만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고 말했다.

이어 “리튭이온배터리는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여름철이나 상온에서 인증 받은 거리에 비해 날씨가 추운 겨울철에 30% 이상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그나마 이러한 요소에 대한 테스트 기준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우리나라가 상당히 타이트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일부 차종의 경우 유럽시장에서 인증 받은 주행가능 거리보다 우리나라에서 주행가능 거리가 짧게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전기차 보조금을 완전히 공평하게 나누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한데, 그나마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해) 일부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며 “보조금은 국민의 혈세로 일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인 만큼 자동차 제작사에서는 이러한 보조금을 가지고 장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에서 판매 중인 벤츠 EQA250(MY22) 모델은 배터리용량 69.73㎾h, 상온 주행가능 거리 302.644㎞, 저온 주행가능 거리 244.662㎞ 등의 성능을 보인다. 해당 모델에 탑재된 배터리의 저온 상황에서의 성능은 상온 대비 80.84%로 높은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벤츠 EQA의 유럽 시장 최대 주행가능 거리 인증은 426㎞ 수준인데, 국내에서의 인증 거리는 302㎞ 수준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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