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홈플러스서 고급 주류 구매하면 손해?… 트레이더스 10∼20% 저렴
디아지오코리아 “위스키 도매가, 판매처별 차이 없이 동일… 유통마진 문제”
이마트 “창고형 마트 트레이더스, 저마진 구조… 지점별 할인도 다를 수 있어”

/ 제갈민 기자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는 각종 주류 패키지 상품을 다른 대형마트 대비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대형 유통사들은 설이나 추석,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선물세트를 선보여 소비자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주류 업계에서 선보이는 ‘위스키 전용잔 패키지’도 대표적인 명절 선물세트로 손꼽힌다. 최근에는 홈술(집에서 먹는 술) 트렌드가 번지면서 이러한 주류 패키지에 대해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다르며, 동일한 유통사에서 운영하는 대형마트라 할지라도 마트 유형별로 판매가격이 1만원 이상 차이를 보이기도 해 합리적인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은 지난달 하순부터 이번달 초까지 2022년 설 명절 패키지 상품을 각 지점에서 판매를 한 바 있다. 이 중 주류업계에서 선보인 명절 선물세트는 다수의 제품이 ‘전용잔 패키지’로, 홈술·혼술을 즐기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디아지오코리아에서 선보인 조니워커와 싱글톤, 탱커레이 등의 전용잔 패키지가 있다. 전용잔이 포함된 패키지 중 재고가 남아 있는 제품은 설 연휴가 끝난 이후 현재도 여전히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대형 유통사에서는 설 이전까지 해당 제품들에 대해 할인을 적용해 기존 정상 판매가격 대비 10% 내외 저렴한 값에 판매를 했으나, 현재는 정상가격으로 판매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구매 시기에 따라 판매가격이 달라질 수도 있는데,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는 여전히 저렴한 가격에 공급을 하고 있어서 일각에서는 ‘이마트나 홈플러스에서 고급 주류를 구매하면 바가지 쓰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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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에서 판매하던 싱글톤 더프타운 12년 전용잔 패키지 제품이 설 명절 행사 이후 정상 판매가격으로 돌아오면서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동일 제품과 판매 가격 차이가 더 크게 벌어졌다. 왼쪽 사진은 이마트 설날 특별혜택 판매가격이며, 오른쪽 영수증은 지난 5일 이마트 판매가격. / 제갈민 기자

디아지오코리아가 유통하는 제품들 중 싱글몰트 스카치 위스키 ‘싱글톤 더프타운 12년 전용잔 패키지’는 현재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6만4,8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주류코너에 표시된 가격표에는 별도의 할인이 적용됐다거나 하는 문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에게는 이 가격이 정상 판매가격으로 비쳐질 수 있다.

하지만 동일 그룹사인 이마트에서 동일한 패키지의 판매 가격은 명절 할인 기간 6만9,800원, 할인이 적용되지 않은 현재는 7만7,800원으로, 이마트 트레이더스 대비 소매가격이 1만3,000원이나 더 비싸게 책정됐다. 홈플러스에서도 동일 제품의 명절 패키지 가격은 6만9,800원으로 이마트와 동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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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에서 판매 중인 탱커레이 넘버텐 전용잔 크리스마스 패키지(왼쪽)과 동일 제품의 이마트 트레이더스 판매가격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 제갈민 기자

싱글톤뿐만 아니라 스피릿(증류주) 종류인 진(GIN) 중에서 ‘탱커레이 No.10(넘버텐)’ 제품의 전용잔 세트로 출시된 크리스마스 패키지 제품도 가격 차이가 크다. 탱커레이 넘버텐 전용잔 패키지의 현재 판매가격은 △이마트 트레이더스 3만7,980원 △이마트 4만5,800원 등이다. 이외에도 여러 종류의 위스키 제품의 가격이 대체로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이마트 등 대형마트 대비 10∼20% 저렴한 수준이다.

이러한 가격 책정으로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입점하지 않은 일부 지역의 주민들은 가격차이를 알면서도 이마트나 홈플러스에서 더 비싼 값에 주류를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디아지오코리아 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특정 제품의 도매 납품 가격은 납품처에 관계없이 전부 동일하다”며 “제품의 가격이 판매처마다 다른 이유는 유통마진 때문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측에서는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특성에 따라 저마진 구조로 유통이 가능해 이러한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트레이더스는 4,000여가지의 상품만 ‘대용량’으로 판매하며 RRP(Ready to Retail Package) 진열을 통해 물류비도 절감해 기존 할인점 대비 저마진 구조로 저렴한 판매가를 책정한다”며 “주류의 경우 이마트의 다품목 구조와 달리 (트레이더스는) 소품목 대량 매입으로 수입사를 통해 사전 대량 매입으로 재고를 확보해두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할인점, 창고형 마트별로 상품 할인을 하는 행사 시점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마트 측의 설명 중 RRP 포장·진열 방식은 라면이나 즉석밥 등 일반 식료품 등에 해당되는 것이며, 주류는 판매 상품이 일반 대형마트와 창고형 마트 구성이 동일하기 때문에 RRP 구조의 물류비 절감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위스키나 스피릿 등의 경우 현재 국내 세금 구조로 인해 과세가 ‘종가세’ 방식으로 부과되는데, 이 때문에 세금이 위스키 가격의 155%(△관세 20% △주세 72% △교육세 30% △부가가치세 10% 등)를 차지한다. 위스키 가격이 5만1,000원이라면 이 중 세금만 3만1,000원으로, 큰 폭의 할인을 적용하기가 어려운 고세율 품목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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