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지난달 30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페이스북에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피부양자 등록 요건을 강화하고 명의 도용을 막는 등 국민이 느끼는 불공정과 허탈감을 해소할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네. 무슨 제도든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개선해야지. 하지만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하기 전에 누구나 정의로움을 일상에서 느낄 수 있게’하는 게 ‘가슴에 새긴 사명’이라고 말했던 후보라면, 금방 들어날 거짓 통계로 국민들을 속이거나 극단적 사례 몇 개로 특정 외국인 혐오 정서를 부추겨서는 안 되네.

윤 후보의 말대로 외국인들은 의무는 지지 않고 혜택만 챙겨 우리 국민들에게 돌아갈 몫을 가로채고 있을까? 아닐세. 그 반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외국인을 상대로 엄청난 흑자를 내고 있어. 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2020년 한 해 동안 외국인들이 낸 보험료는 1조4,915억원이었지만, 이들의 치료 등에 지출된 급여는 9,200억원으로 5,715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네. 2015년부터 6년 동안 외국인 상대로 거둔 흑자가 무려 2조원을 넘어. 우리 국민들이 “지난 40년 이상 피땀 흘려 만들어낸 소중한 자산에 외국인들이 숟가락만 얹고 있다”는 윤 후보의 거짓 주장과는 달리 이 땅의 외국인들은 내국인들이 낸 재정 수지 적자를 상당 부분 메꿔주고 있었네.

윤 후보는 “외국인 건강보험 급여지급 상위 10명 중 8명이 중국인이고,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린 중국인은 피부양자 자격으로 약 33억원의 건보급여를 받았으나 약 10%만 본인이 부담했다”고 주장했네. 그 한 명이 혈우병을 앓는 중국인이라고 하는군. 2020년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총 203만 6,075명으로 이 중 44%인 89만 4,906명이 중국인이네. 한국계 중국인 이른바 ‘조선족’동포는 64만7,576명인데, 그 중 50살 이상이 35만583명으로 전체 50살 이상 외국인의 64.8%를 차지하고 있어. 이 정도면 외국인 건강보험 급여지급 상위 10명에 왜 중국인 비중이 높은지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의 수가 많고, 다른 외국인들에 비해 나이가 많기 때문이야.

사실 윤석열 후보는 건강보험 재정에 관해서는 아직 큰소리칠 때가 아니네. 작년 7월에 장모 최 모씨가 의료인이 아닌데도 요양병원을 세운 뒤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9,000만원을 불법 수령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던 일이 있거든. 당시 재판부는 최씨가 "요양병원 개설·운영에 깊이 관여하고 요양급여를 편취한 혐의가 모두 인정된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을 악화시키고 가입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 법정구속까지 했었네. 지난달에 있었던 항소심에서는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아직 재판이 다 끝난 것은 아니거든.

그러면 왜 윤석열 후보는 거짓 통계를 이용하면서까지 외국인 특히 중국인 혐오 정서를 건드리고 있을까? 답은 간단해. 젊은이들, 특히 지난번에 이야기한 ‘이대남’의 반(反)외국인, 반(反)중국인 정서를 자극해 표를 얻기 위해서야. 무역의존율이 80%가 넘는 나라를 이끌어가겠다는 대통령 후보라면 해서는 안 되는 무모한 선거운동이지.

한국도 머잖아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외국인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걸세. 국민들이 싫어하고 반대한다고 막을 수 있는 일도 아니야. 이런 사실을 잘 알면서도 각종 거짓 통계를 이용해 유권자들의 반외국인, 반이민, 반중국인 정서를 조장하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영국 옥스퍼드대학 교수인 이언 골딘(Ian Goldin)과 정치학자인 로버트 머가(Robert Muggah)가 『앞으로 100년: 인류의 미래를 위한 100장의 지도』에서 한 말을 들려주면서 마치고 싶네.

“많은 국가에서 이주는 공공서비스를 ‘미어터지게’하고 공공예산을 ‘잡아먹는’ 원인으로 비판받는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라는 것을 보여주는 압도적으로 많은 증거가 있다. 즉, 이주는 일반적으로 수용국의 인구 소득을 증대시킨다. 실제로 만약 1990년에 이민이 중단되었다면 독일의 경제는 약 1,550억 유로(1,320억 파운드 혹은 1,600억 달러), 영국의 경제는 약 1,750억 파운드(2,120억 달러) 더 규모가 작았을 것이다. 이주가 없었다면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경제 회복도 훨씬 미약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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