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새벽배송 업계 1위인 마켓컬리가 황당한 오배송 사고를 냈다. 오배송으로 일주일여 전 반품요청돼 회수된 샌드위치 등 냉장식품이 유통기한이 지난 채 최근 주문품에 함께 같은 고객에게 재배송한 것이다. 이로 인해 고객 자녀가 유통기한이 지난 냉장 식품을 섭취한 뒤, 복통과 구토 증상을 일으키는 등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은 폐기 회수 제품이 오배송된 제품. /제보자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마켓컬리 배송 관련 소비자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황당한 오배송 사고로 한 고객이 피해를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오배송으로 일주일여 전 반품요청돼 회수된 샌드위치 등 냉장식품이 최근 주문품에 함께 같은 고객에게 재배송된 것이다. 이로 인해 고객 자녀가 유통기한이 지난 냉장 식품을 섭취한 뒤, 복통과 구토 증상을 일으키는 등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다. 배송 뿐 아니라 반품 제품 회수 및 관리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 반품 냉장제품, 신규 주문품과 함께 오배송… “9살 아들, 유통기한 지난 제품 먹고 탈났다” 

“처음엔 단순 오배송 사고인 줄 알았어요.” 

직장인인 40대 주부 A씨는 최근 마켓컬리를 이용했다가 황당한 배송 피해를 봤다고 본지에 제보했다. 사연은 이랬다. 그는 지난 1월 26일 밤 마켓컬리 앱에서 장을 봤고 건오징어와 인절미, 모듬찰떡 등 떡 제품, 소시지, 우유 등 제품을 주문했다. 이후 다음날인 27일 아침 새벽배송 서비스로 주문품을 받았다. A씨는 현관 앞에 있던 배송박스 등을 집에 있던 어머니 B씨에게 넘기고 서둘러 출근을 했다. 

이날 저녁 퇴근해 귀가한 A씨는 9살 아들이 변기를 붙잡고 구토하고 있는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A씨는 증세가 안 좋은 아들을 데리고 야간 진료가 가능한 인근 소아과 병원을 서둘러 찾았고 약 처방을 받았다.

A씨에 따르면 아이는 이날 학원에 다녀온 뒤 집 냉장고에 있던 샌드위치를 간식으로 먹었다고 한다. A씨는 “처음엔 아이가 많이 먹어서 체한 줄만 알았다”며 “그런데 냉장고에 있던 샌드위치를 꺼내 먹었다고 하니,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샌드위치를 주문해 냉장고에 넣어놓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냉장고엔 A씨가 주문하지 않는 샌드위치 제품 여러 개가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A씨가 구매한 적 없는 커피우유 제품도 냉장고 한 쪽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해당 제품들은 어머니인 B씨가 이날 아침 A씨로부터 마켓컬리 배송박스를 넘겨받은 뒤, 냉장고에 넣어 놓은 냉장식품 제품들 중 일부였다. 오배송된 총 제품은 샌드위치 6개, 커피우유 8개였다. 

이를 발견한 A씨는 처음엔 주문한 상품 외에, 다른 제품이 잘못 포함된 ‘오출고’ 및 ‘오배송’ 문제라고만 여겼다고 한다. 그런데 다음날 오배송 제품을 살펴보던 중, 이상한 점을 느꼈다는 게 A씨 설명이다. 오배송 제품들이 공교롭게도 A씨가 일주일여 전 주문했다가 다른 집으로 배달돼 반품 요청한 제품과 동일했기 때문이다. 

A씨는 1월 18일 샌드위치 6개와 커피우유 8개를 주문했다. 그런데 다음날인 19일 오전 해당 주문품이 거주 아파트 내 다른 동에 배달된 사실을 알게 됐고, 곧바로 고객센터에 연락해 해당 제품들에 대한 반품요청을 했다. A씨가 2차례에 걸쳐 회수 요청을 한 끝에, 마켓컬리 측으로부터 1월 20일에 회수에 나서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1월 27일 A씨가 받은 오배송 제품들은 모두 유통기한이 지나 있었다. 샌드위치의 유통기한은 1월 24일, 커피우유는 1월 26일이었다. 앞서 요청했던 냉장식품이 다시 재포장돼 배송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품은 A씨는 고객센터에 이를 문의했다. 설마했던 의심은 현실화됐다. 반품돼 폐기됐어야 할 샌드위치 등 냉장식품이 이번에 A씨에게 배송된 것이다. 

마컷켈리의 오배송 문제에 대한 고객 민원은 그간 꾸준히 있어왔다. 주문하지 않는 제품이 주문품에 포함되거나, 다른 거주지로 배송되는 등의 민원 사례는 온라인상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오배송으로 수일 전 반품된 냉장식품이 폐기되지 않고 신규 주문 제품에 잘못 포함돼 배송된 사례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 이는 폐기 제품 회수 관리, 배송 주문품 확인 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A씨는 마켓컬리 고객센터를 통해 어떤 경위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에 대해 재차 문의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마켓컬리 고객센터를 통해 이번 오배송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 재차 문의를 했지만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뉴시스<br>
A씨는 마켓컬리 고객센터를 통해 이번 오배송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 재차 문의를 했지만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뉴시스

A씨는 “상한 제품을 저희 아들이 먹고 아팠다고 생각하니 정말 너무 화가 났다. 항의 전화도 하고 고객센터에 글도 남겼는데 답변이 기가 막혔다. ‘상담사의 고객응대 오류로 이런 사태가 벌어져서 죄송하다. 아이 병원비 영수증을 보내주면 병원비를 내주겠다’고 하는데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아이는 괜찮고 병원비도 몇푼 든 게 아니니, 보상은 중요한 게 아니다”며 “난 왜 이런 사고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었다. 왜 폐기 요청된 제품이 최근 주문품과 함께 배송이 됐는지에 그 경위를 알고 싶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마켓컬리 측에선 A씨에게 ‘상담사의 대응 실수 및 배송기사의 업무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자세한 경위는 파악해봐야 한다’는 입장만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 “사고 경위 묻자 상담사 대응 실수 답변만”… 피해 고객 ‘분통’

이 같은 마켓컬리의 답변에 A씨 측은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 A씨는 “만약 배송기사가 1차 오배송된 제품을 회수한 후 실수로 본사에 입고 처리하지 않고 갖고 있었다가 이번에 잘못 배송했다고 하면, 별도의 박스로 배송이 됐어야 한다”며 “그런데 1월 27일 받은 종이 배송박스 1개에 내가 주문한 제품들과 앞서 폐기 요청 제품(샌드위치, 커피우유) 등이 함께 섞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물류센터에서 신규 주문품을 포장하는 단계에서 폐기 제품들이 섞여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냈다. 

이에 대해 마켓컬리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회수돼야 할 배송품이 고객님 주문으로 오인돼 배송된 것은 맞다”며 “해당 반품 박스가 어떤 경로로 다시 고객께 전달이 됐는지는 현재 파악 중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존 주문품과 함께 한 박스로 재포장을 해서 다른 상품이랑 같이 보낸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며 “회수 박스가 최근 주문 상품 박스랑 한 종이상자 안에 재포장돼 간 것은 아니다. 최근 주문 박스랑 회수 박스가 각각 별도의 개별 박스로 배송이 됐고, 배송기사가 이들 박스를 (배송 편의를 위해) 테이프로 묶어서 현관 앞에 가져다 놓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물류센터 내에서 상품 적치 공간과 제품 폐기 공간은 별도로 운영되며, 위치도 아예 다르다”며 “반품된 제품은 폐기존으로 이동해 처리된다. 반품 냉장제품이 폐기존으로 가지 않고 왜 다시 고객에게 배송됐는지는 확인이 필요하지만, 폐기품이 판매 상품과 섞여서 재포장돼 배송되진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강조했다.  

◇ 회수 제품 처리 및 배송 관리 부실 도마 위… 마켓컬리 “고객께 죄송, 현재 경위 파악 중” 

그러나 이러한 설명에서도 A씨는 여전히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A씨는 “난 1월 27일 아침에 큰 종이박스 1개와 비닐포장팩 1개를 배송 받았다. 박스와 비닐포장팩은 테이프로 한데 감겨 있었다. 배송품을 꺼내 냉장고를 정리한 어머니께 여쭤보니 ‘샌드위치와 커피우유 제품은 큰 종이박스 한 곳 안에 다른 주문품과 함께 들어 있었다’고 재차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켓컬리 측에선 기존 주문품 박스 외에 별도의 박스가 함께 테이핑돼 왔다고 하는데, 큰 박스 1개 외엔 받은 또 다른 박스는 없었다. 비닐포장팩은 직접 열어보진 않았지만 포장 크기를 감안할 때, 해당 제품들이 들어있을 것이라고 판단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마켓컬리는 국내 새벽배송업계 1위 업체다. 독자적인 제품, 품질 좋은 식품에 대한 철저한 관리, 새벽배송 서비스 등을 앞세워 빠른 외형 성장을 보여 왔다. 그러나 꾸준히 이어지는 오배송 및 지연 문제는 마켓컬리의 오랜 숙제로 지목돼왔다. 특히 이번엔 폐기됐어야 할 회수 제품이 오배송되는 사례까지 발생해 폐기품 관리 및 배송 시스템 전반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고객에게 큰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회수돼야 할 반품 박스가 고객에게 재배송돼 이러한 피해를 입으셨으니 죄송할 따름이다. 왜 이러한 오배송 사례가 발송했는지 원인을 찾아 보다 철저하게 교육 및 시스템 개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마켓컬리 측은 본지의 보도가 나간 당일, 늦은 오후 추가 입장을 전달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1월 18일 오배송된 상품의 회수 장소를 상품이 보관된 경비실이 아닌 고객의 집으로 인지하며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당초 마켓컬리 측은 본지에 “반품 요청 제품이 회수된 후 폐기 장소로 가지 못한 채 일주일 후 신규 주문 제품과 함께 함께 오배송된 것으로 파악된다”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그런데 상담사의 업무 실수로 반품 회수 장소를 잘못 인지했고 이로 인해 배달기사가 1월 20일 오배송 제품을 아예 회수조차 못한 사실이 파악됐다는 설명을 뒤늦게 내놓은 것이다. 마켓컬리 측은 이후 반품요청 제품이 어떤 경로로 신규 주문품과 함께 배송됐는지에 대해선 경위 파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당 기사는 2022년 2월 11일 오후 4시 42분 포털사이트 등으로 최종 출고되었으나, 마켓컬리 측에서 추가 입장 반영을 요청해 12일 오전 9시 55분 수정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 시사위크는 ‘기사수정이력제’를 통하여 기사가 수정된 이유와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저널리즘의 가치를 높이고, 언론의 사회적 책무를 실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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