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 QM3, 한때 효자 모델… 2015년 최고 실적 후 하락세
캡처, 지난해 1,254대 팔려‥ 올해 1월엔 0대, 홈페이지에서도 사라져
수입모델 캡처, 국내 판매가격 차급 대비 다소 높아… 경쟁력 약화
브랜드 내 준중형 SUV는 XM3 주력… “소비자 니즈 반영한 것”
도미닉 시뇨라 지휘봉 잡은 후 실적 하락, 이번달 말 대표이사 교체

/ 르노
르노삼성이 수입 판매하던 르노 캡처가 올해부터 수입이 중단됐다. / 르노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2022년부터 르노 준중형 SUV 모델 캡처의 수입 판매를 잠정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 르노 캡처의 국내 판매 중단은 최근 이어진 판매 부진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르노삼성은 최근 신차 출시 관련 소식도 전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르노 캡처 수입 판매 중단으로 라인업이 단출해졌다.

르노 캡처는 2013년 르노삼성이 수입 판매를 시작한 QM3의 후속 모델이다. 국내에 캡처라는 이름을 달고 판매가 시작된 시점은 2020년부터인데, 가격 정책 실패로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결국 국내 출시 2년 만에 수입 중단으로 이어진 모습이다.

캡처의 전신인 QM3부터 판매 실적을 살펴보면 국내 출시 초기에는 준수한 실적을 기록하다가 2016년부터 하락세를 맞았다.

QM3는 2013년말 국내 출시 직후 한동안 르노삼성을 먹여 살린 효자 모델로 꼽힌다.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진 2014년에는 1만8,191대 성적을 올렸으며, 이후 △2015년 2만4,560대 △2016년 1만5,301대 △2017년 1만2,228대 등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2015년 르노삼성 모델 중 최고 판매 실적을 기록한 후 내리막길을 달렸다. 결국 2018년에는 판매대수가 6,367대로 1만대 선이 붕괴됐고, 2019년에는 4,702대로 추락했다.

이후 2020년부터는 이름을 프랑스 본토에서 판매되는 모델과 동일하게 캡처로 개명하고, 르노 로장주 엠블럼을 달아 판매를 지속했으나 신통치 않았다.

이름과 엠블럼을 바꾼 르노 캡처의 그간 국내 시장 성적표는 △2020년 2,283대 △2021년 1,254대 등이다. QM3의 상품성을 개선한 모델임에도 국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르노삼성은 르노 캡처의 수입을 잠정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고, 지난달 판매 실적표에는 판매대수가 ‘0대’로 기록됐다. 르노삼성은 온라인 홈페이지를 국내 생산 모델과 수입 모델을 구분해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 수입 모델을 관리하는 르노 페이지에서 캡처의 카테고리는 삭제됐다.

수입 모델인 캡처의 판매 부진 원인으로는 국내 가격 정책 실패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르노 캡처는 준중형 SUV인데, 지난해 국내 판매 가격을 살펴보면 시작가가 2,500만원 수준이며, 상위 트림은 2,800만원 정도로 책정됐다. 타사의 준중형 SUV 모델의 시작가가 1,900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몸값이 다소 높은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르노삼성 내에 중형 SUV로 꼽히는 QM6 모델의 하위트림과도 가격이 겹치는 간섭현상까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동일한 가격에 보다 크고 실용성이 좋은 QM6를 두고 굳이 르노 캡처를 살 이유는 찾아보기 힘들다.

여기에 르노삼성이 현재 주력으로 밀고 있는 준중형 SUV XM3도 르노 캡처 판매 중단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XM3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만큼 르노 캡처와 달리 물류비를 절약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 국내 판매가격이 1,800만원대부터 2,800만원대까지 폭이 넓다.

다양한 이유로 르노 캡처의 경쟁력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도미닉 시뇨라 사장이 이끄는 르노삼성자동차가 지난해에도 아쉬운 실적을 면치 못했다. /르노삼성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이 이달을 끝으로 대표이사직에서 퇴임한다. /르노삼성

르노삼성 측의 입장도 비슷하다. 브랜드 내 준중형 SUV는 앞으로 XM3를 주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캡처는 전량 수입해 판매하던 모델인데, 올해는 수입 계획이 없다”며 “다만, 단종이라고 얘기하기는 힘든 게 해당 모델이 유럽에서는 판매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자동차 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반도체 수급으로 인한 출고 지연 등은 회사 차원에서 관리를 잘 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러한 생산 차질 문제는 없는데, 이보다는 소비자의 니즈가 크게 반영됐다”며 “특정 모델의 수입 계획이라는 것은 구매자와 판매자의 니즈가 맞아야 들여오는 것인데, 판매 비중이 국내에서는 XM3의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이렇게 결정이 났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대표이사는 이달 말을 끝으로 4년 4개월 동안 맡아 온 최고경영책임자(CEO)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도미닉 시뇨라 대표는 지난 2017년 10월 박동훈 전 대표의 사임으로 같은해 11월 부임했다.

르노삼성은 박동훈 전 대표가 마지막으로 이끈 해인 2017년 10만537대의 내수시장 판매실적을 기록했으나, 도미닉 시뇨라가 지휘봉을 잡은 이후 △2018년 9만369대 △2019년 8만6,859대 △2020년 9만5,939대로 8만대~9만대 수준의 실적을 오갔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돌연 6만1,096대로 뚝 떨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르노삼성 대표이사 교체를 두고 ‘경질’이라는 평가도 이어진다.

도미닉 시뇨라 대표의 후임자로는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그룹 선행 프로젝트 및 크로스 카 라인 프로그램 디렉터가 오는 3월 새로운 대표이사 겸 CEO에 부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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