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 계열사 엔에스쇼핑이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시무장로로 있는 교회의 담임목사를 지낸 인물을 신임 사외이사 후보자로 올렸다. /뉴시스
하림그룹 계열사 엔에스쇼핑이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시무장로로 있는 교회의 담임목사를 지낸 인물을 신임 사외이사 후보자로 올렸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하림지주와의 합병 추진으로 소액주주들의 반발 및 곱지 않은 시선을 낳았던 NS쇼핑(엔에스쇼핑)이 이번엔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신앙이 깊은 것으로 유명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과 같은 교회 목사 출신 인사를 후보자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거듭된 논란에 휩싸여온 김홍국 회장의 ‘ESG경영’ 의지를 향한 물음표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 친분도 문제도 없다는 군색한 하림그룹

하림그룹 계열사이자 최근 하림지주와의 합병 추진으로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엔에스쇼핑은 지난 15일 정기주주총회 계획을 공시했다. 다음달 30일로 예정된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는 각종 보고사항과 안건들이 처리될 예정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안건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이다. 기존 윤능호 위원의 재선임과 함께 새로운 인물이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다. 장덕순 전주대학교 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장덕순 이사는 목사로 활동한 종교계 인사다. 2001년 3월 이리신광교회 제6대 담임목사로 부임해 20년 넘게 목회 활동을 한 뒤 지난달 은퇴예배를 끝으로 물러났다. 아울러 한남대학교 개방이사, 한일장신대학교 이사장 등을 지내기도 했다.

우선, 장덕순 이사의 이러한 경력이 엔에스쇼핑의 사업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사외이사 선임 배경에 물음표가 붙는다.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외이사는 경영 및 해당 산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요구되며, 대부분 관련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이 선임되곤 한다. 실제 엔에스쇼핑도 기존 사외이사들의 선임배경에 대해 ‘당사의 해당 산업 분야 전문가’ 또는 ‘경제·경영 및 재무 분야 전문가’라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사외이사의 자격조건이 경영 및 해당 산업 관련 전문성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사외이사는 최대주주 및 경영진을 견제·감시하고, 일반 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역할이다. 따라서 전문성에 앞서 독립성이 중요한 자격조건으로 볼 수 있다. 윤리경영 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공직자, 법조인, 학자 등 전혀 다른 분야의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장덕순 이사는 사외이사로서의 독립성 측면에서도 논란의 소지를 지니고 있다. 그가 20년 넘게 담임목사로 재직한 이리신광교회가 다름 아닌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장로, 그중에서도 재정부문을 담당하는 시무장로로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김홍국 회장은 모태신앙이자 신앙이 깊은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며, 인터뷰를 통해 직접 남다른 신앙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바쁜 와중에도 매주 고향인 전북 익산에 위치한 이리신광교회를 찾아 예배에 참석하는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같은 교회에서 20년 넘게 담임목사를 지낸 장덕순 이사와 장로이자 유명 재계인사인 김홍국 회장은 상당한 친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사외이사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독립성에 부합하지 않는 사안이다.

이에 대해 하림그룹 관계자는 “두 사람은 친분관계가 없다”며 “같은 교회에 다닌다는 게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김홍국 회장은 지난달 장덕순 이사의 은퇴예배에 참석해 직접 그의 약력을 소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평생을 이리신광교회와 함께하신 분”이라고 치하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김홍국 회장은 장덕순 이사와 마찬가지로 전주대학교 이사 중 한 명이다. 전주대학교 학교법인인 신동아학원은 8명의 이사로 구성돼있다. 두 사람의 연결고리가 교회에만 그치지 않는 것이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은 최근 재계의 화두로 떠오른 ESG경영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하림그룹은 앞서 담합, 일감 몰아주기, 갑질 등이 줄줄이 적발되며 ESG경영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인 바 있다. 마침표만 남겨놓은 엔에스쇼핑과 하림지주의 합병도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이 또한 ESG경영 실천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홍국 회장의 ESG경영 의지를 향한 물음표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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