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디어·콘텐츠 시장의 대세는 ‘1인 미디어’가 되면서  ‘마녀사냥’과 ‘가짜뉴스’의 유포 같은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스마트폰과 PC의 대중화로 ‘방송’의 개념이 바뀌어가면서 우리나라의 최근 미디어·콘텐츠 시장의 대세는 ‘1인 미디어’가 되어가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1인 미디어 플랫폼인 유튜브 앱 이용자 수는 지난해 기준 4,319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83%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유튜브 측에서 직접 발표한 바에 따르면 유튜브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창출된 일자리는 8만6,030개에 달해 국내 1인 미디어 시장의 성장세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이처럼 유튜브 같은 1인 미디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기존 방송보다 자유롭고 제약 없는 다양한 콘텐츠들을 제작·공급할 수 있어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1인 미디어의 장점이 최근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바로 ‘마녀사냥’과 ‘가짜뉴스’의 유포다.

◇ ‘사이버 렉카부터 가짜뉴스까지’… 커지는 1인 미디어 시대의 부작용

먼저 이런 1인 미디어 시대 부작용 중 하나인 ‘마녀사냥’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사이버 렉카’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사이버 렉카란 컴퓨터나 통신, 가상현실을 일컫는 말인 ‘사이버(Cyber)’와 사설 견인차를 낮춰 부르는 말인 ‘렉카’를 합친 용어로, 연예, 사회, 정치, 문화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들을 짜깁기한 후 1인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방송하는 크리에이터를 지칭하는 인터넷 용어다. 

이런 사이버 렉카들은 일반적인 언론들보다 훨씬 신속하게 이슈를 선점하고, 방송하기 때문에 신속성 및 정보 전달력에서는 상당히 우수하다. 다른 크리에이터들이나 언론사들보다 먼저 속보 및 이슈를 선점해 방송하면, 조회수와 구독자가 크게 증가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회수와 구독자 수 확보가 주 목적인 사이버 렉카들의 경우, 해당 현안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나 팩트체크 등 사실 여부 검증에서 상당히 부족하며, 자극적 콘텐츠만을 방송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어 ‘가짜뉴스 공장’과 ‘사이버 불링(온라인 상의 집단 괴롭힘)’을 조장한다는 악명이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지난 1월  인터넷방송 BJ A씨는 1인 미디어 방송 크레이터인 '사이버 렉카'들에게 남혐 BJ로 낙인 찍혀 악플과 루머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Gettyimagesbank

실제로 사이버 렉카들이 제작한 방송·콘텐츠로 인해 사람이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 인터넷방송 BJ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사이버 렉카들은 A씨가 이른바 ‘남성혐오’ 용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A씨를 남혐 BJ로 저격하는 방송들을 줄줄이 쏟아냈다.

이로 인해 A씨는 그동안  지속된 악플과 루머로 인한 극심한 우울증을 앓게 됐고, 지난해 하반기 방송을 잠정 중단했었다. 해당 루머가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이 퍼진 이후 올해 초 방송 복귀를 하는 듯싶었으나 1월 말, 숨진 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마녀사냥과 악성 루머를 양산하는 1인 미디어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커지면서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관련 사건의 가해자 유튜버 등을 처벌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청원은 18일 기준 21만명을 돌파한 상태다.

아울러 마녀사냥뿐만 아니라 가짜뉴스로 시작된 ‘인포데믹’ 역시 1인 미디어 시대에 급격히 증가하는 문제점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인포데믹은 ‘정보’를 의미하는 영단어 ‘Information’와 전염병을 뜻하는 ‘엔데믹(Endemic)’의 합성어로 ‘정보전염병’이라는 뜻이다. 이는 잘못된 정보나 악성루머 등이 미디어, 인터넷 등을 통해 매우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특히 지난 2020년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5G통신과 관련된 가짜뉴스들이 유튜브 등 1인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때문에 유튜브는 현재 5G기지국이 코로나19를 퍼뜨린다는 내용 등의 가짜뉴스 동영상을 삭제하고 광고 수익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상황이다.

1인 미디어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이 커지면서 미디어 콘텐츠 분야 전문가들 역시 우려를 표한다. 하지만 1인 미디어 시장을 강하게 규제할 경우, 우리나라 , 우리나라 미디어·콘텐츠 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부작용 알지만, 강제 규제시 산업 위축 우려”… “교차 검증 및 자율 규제 등 필요”

이처럼 1인 미디어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이 커지면서 미디어 콘텐츠 분야 전문가들 역시 우려를 표하는 실정이다.

임한솔 리얼미터 조사분석본부 법무/미디어 연구원과 정창원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선임염구원은 ‘국내외 인터넷 개인방송 규제현황 및 규제 방향성 제언2020)’ 논문을 통해 “레거시 미디어는 방송법 및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콘텐츠의 질적 규제를 받는다”며 “하지만 인터넷 개인방송은 플랫폼 업체의 자율 규제 정책에 따라 음란물이나 자극적인 내용 또는 위법한 콘텐츠가 아니라면 강한 질적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비록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콘텐츠의 다양화와 심의로부터의 자유는 인터넷 개인방송이 지니는 대표적 장점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인터넷 방송 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도 “정치편향, 음란물, 가짜뉴스 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간과할 수없는 실정으로 인터넷 방송에서 해당 콘텐츠들이 제약 없이 수용자에게 노출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1인 미디어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규제는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대세가 되고 있는 1인 미디어 콘텐츠 시장을 강력히 규제할 경우, 우리나라 미디어·콘텐츠 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논문에서 1인 미디어의 부작용을 이야기했던 임한솔 리얼미터 조사분석본부 법무/미디어 연구원과 정창원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선임염구원 역시 “인터넷 개인방송에 관한 공적규제를 명문화하는 것은 관련 산업의 위축 및 해외 플랫폼 사업자와의 역차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들은  1인 미디어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표현의 자유에 위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플랫폼의 자율 규제와 가짜 뉴스에 대한 교차검증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Gettyimagesbank

아울러 1인 미디어 시장의 발전뿐만 아니라 1인 미디어에 대한 지나친 규제 자체가 위법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이버 렉카 등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가 한 방송에 대해 가짜뉴스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으며, 이 경우 다양한 사회의 목소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민호 교수도 법조협회에 게재한 ‘1인 미디어와 가짜뉴스 규제(2019)’ 논문을 통해 “어떠한 사회현상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 및 지지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표시한다는 이유로 가짜정보 또는 가짜뉴스라고 낙인찍는 방식은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가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인이 행하는 1인 미디어, 트위터 등을 규제하는 것은 사상검열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며 “헌법적 관점에서 볼 때 인터넷을 모니터링하고 콘텐츠를 선별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에 위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용자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판단과 ‘강제’가 아닌 ‘선택’에 따라 1인 미디어의 뉴스를 구독하거나 시청하고 있다”며 “눈앞에 예상되는 피해가 중대하거나 명백한 경우가 아니라면 규제나 관련 법률을 확대해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제한하는 방식보다는 인터넷 본연의 특성인 이용자 간의 교차검증 활성화, 플랫폼 사업자의 자율 규제 및 인터넷 리터러시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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