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2022년도 국가안전보장회의 및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연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2022년도 국가안전보장회의 및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연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2개 지역의 독립을 승인하고 평화유지군 파견을 지시한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들 지역에 투자, 교역, 금융을 금지하는 제재 부과를 발표하는 등 강경 대응으로 맞서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사태 해결과 관련해선 원론적인 입장을 냈으나, 사태가 미칠 영향에 대해선 꼼꼼하게 대비하는 모양새다. 

◇ “우크라이나 주권·영토 보존 존중돼야”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및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연석회의를 주재하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긴박한 상황”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존은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제사회의 기대와 달리 무력충돌 상황으로 악화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유럽은 물론 전 세계의 정치·경제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될 것”이라며 “세계 각국은 우크라이나 문제가 조속히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힘을 합쳐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이러한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간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 초기부터 범정부적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향후 전개될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라 재외국민 보호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태가 급박하게 전개됨에 따라 이제는 보다 신속하고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거주 교민들의 보호와 철수에 만전을 기하고, 관련국들과도 긴밀히 협력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문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더욱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와 우크라이나의 교역 등 경제 관계는 크지 않지만 사태가 장기화되고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 조치를 취하게 되면 우리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 대통령은 “에너지, 원자재 등 공급망 차질 또 세계 금융시장 불확실 등이 우리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우리 경제가 불의의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선제적으로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우크라이나 정세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해 주기 바란다”며 “정부는 어떠한 국제 정세 하에서도 우리 국민을 보호하고, 국가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대형 우크라이나 국기를 든 시위대가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오데사에서 8년 전 100여 명이 숨진 마이단 시위를 추념하며 수천 명의 시위대가 모여 단합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국기와 각종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러시아 침공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며 유사시 도시를 지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AP-뉴시스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대형 우크라이나 국기를 든 시위대가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오데사에서 8년 전 100여 명이 숨진 마이단 시위를 추념하며 수천 명의 시위대가 모여 단합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국기와 각종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러시아 침공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며 유사시 도시를 지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AP-뉴시스

◇ ‘제재 동참’ 없어도 주시하며 엄중 대비

외교부도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주권지지 입장과 함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다만 문 대통령 및 정부는 미국 등 서방국가와는 달리 러시아에 대한 규탄이나 제재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해당 사태에 대한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서방 국가들의 제재에는 동참하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2014년 크림반도 사태와 달리 이번에는 재외국민 안전 대책을 강조하고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은 지난 20일(현지 시각) 기준 64명(공관원 및 크림지역 체류 교민 제외)이고, 잔류를 희망하는 교민은 약 30명으로 예상된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16일부터 우크라이나 리비우와 폴란드 프셰미실에 임시사무소를 열어 긴급 상황에 대비한 대피 계획 등을 점검해 왔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직접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NSC 전체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다. 앞서 열린 전체회의가 북한이 지난달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을 때였던 것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이 그만큼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해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음을 드러낸다. NSC는 지난 20일에도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우크라이나 동향과 관련해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또 이날 회의는 경제부처 관계자도 참석해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도 함께 열린 형태였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유럽은 물론 전세계에 파장을 미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서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국제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우선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가 폭등하면서 우리 기업의 손해가 예상된다. 이미 서울 지역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당 1,800원선으로 올랐다. 또 미국이 압박 카드로 제시한 러시아 달러 결제 금지가 현실화될 경우 수출입 산업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들어오는 일부 희귀 광물류(네온, 크립톤, 크세논 등)의 공급 차질이 일어나거나 수입 단가가 상승할 경우 국내 제조업체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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