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산업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소액주주와의 갈등을 빚을 전망이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사조산업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소액주주와의 갈등을 빚을 전망이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오너일가를 비롯한 경영진과 소액주주 사이에서 극심한 갈등이 빚어졌던 사조산업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 역시 평탄치 않을 전망이다. 주진우 회장에 대한 해임안이 주주제안으로 상정되기까지 했던 지난해 임시 주주총회보단 덜하지만, 배당 규모를 놓고 사측과 소액주주 측이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승계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주지홍 부회장의 ‘주주달래기’라는 까다로운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 배당 두고 현격한 시각차… 주지홍 부회장의 까다로운 숙제

최근 공시된 바에 따르면, 사조산업은 오는 3월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모든 상장사가 매년 진행하는 연례행사지만, 사조산업의 경우 특히 이목을 집중시킨다. 오너일가를 중심으로 한 경영진과 소액주주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에서다.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이 세를 규합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사조산업의 골프장 자회사가 주지홍 부회장이 사실상 소유 중이던 골프장에 대한 흡수합병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 발단이 됐다. 소액주주들은 오너일가가 부실기업을 떠넘기는 한편, 막대한 부동산 자산 관련 지분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사조산업은 이를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의 ‘반란’은 더욱 본격화됐다.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승소한 뒤 주주서한을 발송했고, 이어 회계장부 열람과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도 잇따라 제기했다.

이에 지난해 9월 임시 주주총회가 개최되면서 사측과 소액주주들이 크게 맞부딪혔다. 소액주주들은 주주제안을 통해 주진우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해임 안건을 상정하는 한편, 이사 후보를 추천하고 나섰다. 이 중 일부 제안의 경우 대주주의 의결권 인정 범위를 제한하는 ‘3%룰’에 의해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사조산업은 여기에 맞서 지분 쪼개기와 정관 변경 등으로 3%룰을 무력화시켰고, 결과적으로 방어전에 성공했다. 다만, 꼼수를 동원해 3%룰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은 피할 수 없었다.

이번 정기 주주총회는 이처럼 한 차례 큰 충돌이 빚어진 이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주주총회다. 앞선 임시 주주총회가 꼼수 논란 속에 소액주주들의 행동이 무위로 돌아간 만큼 이번 주주총회 역시 이목이 집중된다.

다만, 이번 정기 주주총회는 앞선 임시 주주총회처럼 ‘격전’이 벌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사조산업이 공시한 바에 따르면,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이사 선임 관련 안건이 하나도 상정되지 않는다. 기존 이사들의 임기가 아직 남아있는데다, 소액주주들이 이사 해임 또는 선임에 대한 주주제안을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엔 소액주주들의 행동을 봉쇄한 사조산업의 꼼수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평온한 정기 주주총회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소액주주들은 사조산업에 보다 적극적인 배당을 요구하며 주당 1,500원의 현금배당을 주주제안으로 제시했다. 반면, 사조산업 이사회가 결정한 해당 방안은 주당 300원의 현금배당이다. 배당금 총액 기준으로는 사측이 약 15억원을 제시한 반면, 소액주주들은 약 75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배당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가 5배에 이르는 것이다. 또한 소액주주들은 사측이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불만을 품고 있다.

이처럼 소액주주들과의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는 점은 2세 승계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주지홍 부회장에게 까다로운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지홍 부회장은 올해 초 단행된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승계의 마지막 단추만 남겨놓게 됐다. 당시 사조산업 측은 주지홍 부회장이 “산업 전반에 걸쳐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활동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주지홍 부회장 본인도 “창의적이고 열린 조직문화를 구축해 사조그룹 구성원 모두가 즐겁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일성을 전했다. 이에 부합하기 위해선 소액주주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 역시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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